'양날의 검' 구글 지도반출, 최종 결론은?

정부, 24일 입장발표…후폭풍 만만찮을듯

인터넷입력 :2016/08/23 10:30    수정: 2016/08/23 13:20

황치규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는 어떻게 마무리될까?

지난 2개월 동안 정치권과 학계,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뜨겁게 달군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논란에 대한 결론이 24일 나온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이날 오후 3시 관계부처 담당자들과 회의를 열고 구글이 신청한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허용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정부 결정은 어떻게 나오든 상당한 휴유증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승인 결정이 내려질 경우 안보 이슈 뿐 아니라 국내 업체들과의 역차별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불허 결정이 나오면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들의 불편과 한국 인터넷 환경의 갈라파고스화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정부도 결정을 앞두고 나름 고민이 많은 모습이다.

당초 정부는 구글이 정부가 제시한 조건을 수용할 경우 지도 데이터 반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구글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세워 정부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나오면서 불허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반출 불허를 요구하는 여론도 거셌다.

그러나 지도 반출 문제가 한미간 통상 이슈로까지 번지고 경제적인 이해 관계도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금은 결론을 쉽게 예상하기는 힘든 상황이 됐다.

12일 열릴 예정이던 회의가 24일로 늦춰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짚어봐야할 쟁점들이 많아 회의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 정부 조건과 구글의 글로벌 스탠더드 충돌

당초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 논란의 핵심은 허가 여부가 아니었다. 정부가 내건 조건을 구글이 수용하느냐가 관심사였다.

논쟁을 좁히면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려면 한국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국내 업체들에게 요구하는 수준의 규제 정도는 지켜야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불가 입장으로 나오면서 공방이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 여부를 놓고 안보 공방도 뜨거웠다.

구글지도의 위성사진 모드로 본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본사 구글플렉스와 주변 지역.

국가정보원이나 국방부 등의 정부 부처는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경우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구글이 반출한 국내 지도 데이터와 구글 위성 사진을 결합하면 주요 시설들에 대한 안보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감안해 국토부는 지도 데이터를 반출하려면 주요 안보 시설이 위성 사진에 노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이른바 '블러'(blurred) 조치를 취해야 반출 여부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에 대해 구글은 사용자들에게 완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정부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혀왔다. 안보 논란에 대해서도 정부가 삭제를 요청한 이미지는 다른 서비스들에서 이미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해왔다. 안보를 위협하려는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구글이 아니더라도 위성 사진과 지도 데이터를 버무릴 환경이 이미 마련돼 있는 것이다.

구글은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허가에 따른 경제 및 혁신 유발 효과를 강조해왔다. 한국에 방문한 외국인들도 쉽게 길찾기 기능과 내비게이션 기능 등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구글 지도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부각했다.

한국에 서버 구축도 쟁점으로 부상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시도 논란이 불거지면서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네이버 등 국내 업체들은 구글이 국내법을 따르면서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위성 사진에 대한 정부 요구를 준수할 경우 구글은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고도 글로벌 수준의 구글지도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게 어렵다고 하니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해 구글은 데이터 보안성과 서비스 효율성 및 안정성을 위해 해당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분산, 저장하기 때문에 구글이 한국 지도서비스를 제공 하기 위해서는 지도데이터 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에 서버를 두더라도 데이터 반출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였다.

8월초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구글 공간정보 국외 반출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구글의 이같은 주장은 국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다. 국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구글이 투자를 하기로 마음 먹는다면 한국에 서버를 두고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따른 기술적인 문제는 풀 수 있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냐가 아니라 구글이 비용을 감수할 의지가 있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구글은 2005년에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출시하고 200개 국가 및 지역에서 74개의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199개 국가에서 자동차 길 찾기가 제공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고급 기능들이 다수 빠져 있다. 제대로된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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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현재 SK플래닛이 제공한 데이터를 갖고 한국 지도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SK플래닛이 구글에 준 데이터는 한국 정부가 외국에 반출해도 된다고 허락한 것만 담고 있다. 일부 데이터가 빠져 있으니, 구글지도는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 서비스에 밀릴 수 밖에 없다. 구글이 계속해서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시도하는 이유다.

이번에 정부가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구글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확실치 않다. 구글은 정부 결정을 하루 앞두고 "현재 구글은 한국 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향후 대응 방안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