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알고리즘 변경, 트래픽 대란 있었나

파슬리 "큰 변화없어"…시밀러웹 "2분기 격감"

홈&모바일입력 :2016/08/21 10:45    수정: 2016/08/21 15: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페이스북의 연이은 알고리즘 변화가 언론사 트래픽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 8월초 페이스북이 친구나 가족들이 올린 콘텐츠를 우대하는 대신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것들은 노출 우선 순위에서 다소 낮추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후속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이 궁금증을 풀어줄 자료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웹 추적기관인 파슬리에 따르면 페이스북 알고리즘 변경 조치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트래픽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사진=씨넷)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분석기관인 시밀러웹(SimiliarWeb)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일부 언론사 사이트의 페이스북 경유 트래픽이 2분기 들어 전 분기에 비해 최고 50%까지 줄어들었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은 6월29일이다. 따라서 시밀러웹 자료는 페이스북의 노출 알고리즘 변경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하지만 올들어 페이스북 유입 트래픽이 격감했다는 건 간단히 봐 넘길 문제는 아니다.

■ "언론사 보다 친구-가족 글 우대"

일단 배경부터 살펴보자. 페이스북은 지난 6월29일 뉴스피드 노출 알고리즘을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핵심 골자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이 올린 콘텐츠를 더 우대한다는 것. 이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좋아하는 친구들이 올린 중요한 포스트를 놓칠까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친구가 많은 사람들에겐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정책 변경은 ‘서로 연결되고 싶은 사람이나 장소 등과 계속 연결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정책 우선 순위에 따른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페이스북이 일부 패널들을 대상으로 뉴스피드 상단 노출되기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조사 결과를 반영한 새로운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사진=페이스북)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미디어 콘텐츠보다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를 더 키우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 변화는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관심이나 친밀도를 기준으로 서로 연결해주는 것”이란 출범 당시 목표를 그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전략이란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큰 불만 사항 중 하나가 뉴스가 쓸데 없이 많이 뜬다는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될 경우 페이스북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언론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노출이 줄어들면 페이스북 경유 트래픽도 급감할 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측 역시 “일부 페이지는 유입 트래픽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자발적 공유가 주류를 이루는 사이트들은 큰 변화없을 것”이란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결국 자신들을 통해 트래픽을 늘리고 싶으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쏟아낼 게 아니라 이용자들이 좋아하고 공유할만한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는 ‘사용설명서’까지 제시한 셈이다.

파슬리 "친구우대-낚시제목 추방 모두 큰 영향 없어"

두 조사기관의 발표는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변화가 미디어들에게 미친 영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일단 파슬리 보고서는 “아무 영향 없다”는 결론을 내놨다. 실제로 파슬리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그래프를 보면 6월29일부터 8월5일 이후까지 페이스북 경유 트래픽에 아무런 변화를 느낄 수 없다.

(사진: 니먼랩)

파슬리 역시 “6월29일의 알고리즘 변화 뿐 아니라 낚시 제목 퇴출을 위한 8월4일 조치도 페이스북 경유 트래픽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페이스북은 지난 8월4일 낚시성 제목을 노출 우선순위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이 제목에서 실제로 기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기사를 반복 생산할 경우 뉴스피드 알고리즘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이스북은 낚시 제목 반복 생산 지표 중 하나로 ‘뉴스피드 글을 누른 뒤 체류시간’을 제시하기도 했다. 누르자마자 바로 다른 사이트로 넘어가버릴 경우 낚시 제목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파슬리는 업워시, 데일리비스트, 비즈니스인사이더를 비롯한 600개 디지털 미디어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따라서 파슬리의 조사 결과는 미국 디지털 미디어들이 페이스북 알고리즘 변화로 겪는 영향을 알아보는 데 상당한 신뢰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밀러웹 "격감"…데스크톱만 집계?

반면 시밀러웹 자료는 다소 충격적이다. 포천이 시밀러웹 자료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스위크 모회사인 IBT 미디어는 2분기 페이스북 경유 트래픽이 47%나 감소했다. 경제 전문 사이트 더스트릿닷컴은 53%나 줄었다.

다른 매체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문 체인인 가넷은 26%, 뉴욕타임스는 25% 감소했다. 타임 역시 페이스북 경유 트래픽이 25% 줄었으며, 복스도 35% 감소했다.

비즈니스인사이드 모회사인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 슈프링어도 페이스북 경유 트래픽이 28% 줄어들었다고 시밀러웹이 밝혔다.CNN(-33%), 워싱턴포스트(-26%), 폴리티코(-38%) 같은 개별 사이트들도 페이스북 경유 트래픽이 격감했다.

상황이 이렇다면 알고리즘 변경 이전부터 페이스북을 경유한 트래픽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보기에 따라선 이미 그 이전부터 언론사 콘텐츠에 대한 홀대가 시작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 반전 요소가 눈에 띈다. 버즈피드 발행인인 다오 누엔은 포천과 인터뷰에서 “시밀러웹 자료는 데스크톱을 통한 트래픽 유입만 집계했다”고 꼬집었다. 페이스북의 무게중심이 모바일 쪽으로 급속하게 넘어가고 있기 때문에 데스크톱만 집계할 경우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지난 2분기 현재 페이스북의 월간 이용자는 17억명, 일간 이용자 수는 11억2천800만명 수준이었다. 이중 모바일 월간 이용자 수는 15억7천만명이며 일간 이용자 역시 10억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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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체 이용자 중 상당수는 데스크톱과 모바일 기기를 모두 이용한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만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비중도 절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시밀러웹의 자료는 이런 상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가능할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