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메신저 전쟁' 벌어지나

EU, 통신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 추진

홈&모바일입력 :2016/08/16 17:2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유럽연합(EU)이 메신저 규제에 착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직접 이해당사자가 될 미국과 ‘메신저 전쟁’을 벌일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왓츠앱, 스카이프 같은 온라인 메시징 서비스에 대해 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규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현지 시각) EC가 인스턴트 메신저와 인터넷 전화에 대해 유무선전화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왓츠앱이나 스카이프 같은 사업자들도 통신사업자들처럼 ‘보안 및 기밀유지 규정’을 준수해야만 한다. E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 초안을 오는 9월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왓츠앱

■ 법제화 땐 미국과 힘겨루기 불가피

메신저가 사실상 유무선 전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새로운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셈이다.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사업자들에게도 같은 의무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EU가 메신저나 OTT 사업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규제 칼날을 들이대는 논리는 분명하다. 얀 필립 알브레흐트 독일 녹색당 소속 EU 위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인터넷 사업자들을) 똑 같은 방식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C의 이 같은 정책이 법률로 공식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 초안이 발표되면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 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연내에는 이 법이 발효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EU가 메신저 사업자에 대해 통신에 준하는 규제를 가할 경우 미국과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왓츠앱이나 스카이프처럼 규제 대상이 될 서비스가 전부 미국 기업들 소유이기 때문이다. 현재 왓츠앱은 페이스북이 갖고 있으며 스카이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업 부문이다.

언론자유 vs 사생활 우선 갈등 빗나

그 동안 EU는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메신저 사업자들에게 통신에 준하는 규제를 할 경우 양측이 감정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페이스북, MS를 비롯한 900여 인터넷 사업자를 대표하는 테크UK는 EC 측에 규제 권한을 행사할 경우 초래될 부작용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달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이들은 특히 EC가 추진하는 법안이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를 비롯한 인터넷 기반 차세대 서비스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또 EC가 이번 법안을 밀어부칠 경우 언론자유를 중시하는 미국과 사생활 보호를 우선하는 EU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