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가 '공짜라 좋다'는 말씀 그만 하셨으면…"

카카오뱅크 공급 멀티DB관리툴 '올챙이' 프로젝트 설립자 조현종 씨

컴퓨팅입력 :2016/08/10 18:06    수정: 2016/08/10 19:38

이르면 내년 상반기 영업을 시작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인프라 관리 업무용 표준 데이터베이스(DB) 관리툴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올챙이(영문표기 Tadpole Db Hub)'를 채택했다. 카카오뱅크의 올챙이 도입은 오픈소스 개발자에게 유독 척박한 국내 SW업계에 '가뭄의 단비'같은 사례로 주목된다. 카카오뱅크와의 계약은 주로 사이트라이선스 공급 내용으로, 제품의 기능 확장이나 유지보수를 위한 용역 공급 내용이 주를 이루는 여타 오픈소스SW 회사들의 계약과 차별화되기 때문.

올챙이는 개발자 조현종 씨가 2011년부터 개발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다. 조 씨는 전 직장에서 퇴사한 2012년부터 '전업 올챙이 개발자'가 됐다. 그는 퇴사 2년 후부터 올챙이로 수익화에 나섰다. 기업내 DB관리 업무 담당자들이 더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적정한 수익을 얻고, 그걸 다시 올챙이 오픈소스SW 프로젝트의 발전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관련기사: 오픈소스 DB관리툴 '올챙이', 상용 SW에 도전] [☞관련기사: 카카오뱅크-K뱅크, 연내 '인터넷은행' 시대여나]

사실 전업 오픈소스SW 개발자로 살아보겠다는 조 씨의 구상은 "오픈소스SW는 공짜로 쓸 수 있어 좋다"는 얘기가 횡행하는 한국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시도다. 그럼에도 조 씨는 올챙이 개발을 시작한지 5년만에 카카오뱅크라는 중량감있는 기업 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이 구상이 무모하지만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그의 노력이 꾸준히 보상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오픈소스의 존재 가치를 바라보는 한국 SW시장의 성숙성에 달린 문제라 봄직하다.

몇 년 간 수익화를 위해 고군분투해 마침내 카카오뱅크를 고객으로 확보한 조 씨를 최근 판교에서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의 질의응답을 재구성한 1문 1답이다.

■5년전 주제발표 시연용으로 덜컥 시작…"내가 철이 없었지"

2016년 8월 9일 서울 판교에서 만난 웹기반 멀티DB관리툴 '올챙이' 오픈소스 프로젝트 설립자 조현종 씨. 그는 지난 2011년 시작한 올챙이 프로젝트로 2014년부터 수익화에 나섰고 지난 3월 법인 설립 후 이달초 카카오뱅크에 라이선스를 공급했다.

- 올챙이를 간단히 소개해 달라

한마디로 표현하면,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개발한 '웹기반 DB 협업툴'이다. 다양한 DB를 운영해야 하는 기업내 여러 부서별 DB관리 엔지니어(DBA)들이, 자기 주 업무용 시스템 환경이 어떤 운영체제(OS)나 브라우저든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자바 언어로 자바스크립트 기반 웹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해 주는, 이클립스 하위 프로젝트 '이클립스RAP' 기반으로 개발했다.

-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가 뭐였나

5년 전에, 2011년 JCO 컨퍼런스에서 '싱글소스 - 데스크톱, 웹, 모바일'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생각해보니까 이게 지금도 되게 힘든 주젠데…그때 내가 엄청 철이 없었구나 싶다. 참석자들에게 시연할 (DB관리툴) 데모 프로젝트를 만든 게 시작이다. 소스코드를 처음부터 오픈한 건 아닌데, 데모 시연하고 나서 반응이 엄청 좋더라.

-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처음 구상 그대로 만든 건가

멀티DB를 단일 뷰로 지원한다는 콘셉트는 지금하고 비슷했다. 다만 그땐 멀티OS 대응 방식에 웹 기반(브라우저에서 돌아가는 관리툴)만이 아니라 CS방식(OS에 설치하는 관리툴)까지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었다. 지금은 웹으로만 대응한다.

- 주로 하루 중 언제, 어디서 올챙이를 개발했는지

먹고자는 시간, 자녀 양육과 가사노동에 쓰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눈뜨고 일어나서 잠들기 직전까지 하루 종일 개발만 한 것 같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몇년간 사실상 올챙이에 '올인'한 셈이다. 일을 하더라도 주로 '출근'을 하지 않고 가능한 일을 했다.

■가족과 함께 키운 오픈소스 프로젝트

- 원래 직장생활을 하지 않았나

프로젝트 시작할 땐 KT이노츠에 다녔다. 2012년 5월쯤 퇴사하면서 전업 올챙이 개발자가 됐다. 준비는 퇴사 전에 어느 정도 해 뒀다. 핵심은 올챙이 엔진 구현이었다. 여러 DB에 대한 질의와 그 결과를 단일 UI로 볼 수 있게 한다는 핵심 콘셉트를 담는 거였다. 엔진 구현은 프로젝트 시작한 초기 1개월간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나머지 기간은 주로 상용화에 적합한 지원 DB 확장이나 부가기능을 만드는 작업 위주로.

- 전업 오픈소스 개발자로 살기엔 부담이 컸을 텐데

나는 퇴사 후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반적인 SW개발 일도 맡았고, (기업내 프로젝트) 컨설팅 비슷한 개발일도 하고, 강의도 좀 했었고. 강의 내용은 주로 자바 개발툴 이클립스 다루는 세션. 개발업무 중엔 기억에 남는 게 국내 지리정보시스템(GIS) SW업체 중 한 곳과 협력한 거였다. 그 기간에 들어온 수입이 그나마 안정적이었다.

- 듣고 보니 가족들의 이해심이 없었다면 올챙이는…

맞다.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배우자와 자녀들의 (경제적 부담을 비롯한 어려움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가 있었다. 그게 없었으면 올챙이 프로젝트는 절대 지속 못 했을 거다. 안 그래도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진짜 힘들었는데… 올해 들어서 사정이 많이 나아진 거다. 지난 3월에 법인(주식회사 테드폴허브) 설립하고, 카카오뱅크처럼 올챙이를 쓰는 곳과 법인간 계약을 성사시키고 하면서.

■용역계약 아니고 라이선스 공급

올챙이 개발자 조현종 씨.

- 어떻게 카카오뱅크라는 고객사를 확보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2개월쯤 전에 처음 연락을 받았다. 올챙이를 카카오뱅크 부서별 개발자들의 DB관리업무 표준 툴로 쓰겠다 하더라. 이달 첫날(2016년 8월 1일) 계약했다.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사이트라이선스'로 쓰기로 했다.

- 카카오뱅크가 왜 올챙이를 DB관리툴로 쓰기로 했을까

올챙이를 표준 툴로 채택한 판단에는 올챙이가 멀티OS와 멀티브라우저를 지원하는 부분이랑, 카카오뱅크가 연동해야 하는 백엔드시스템과의 궁합 같은 게 작용했을 거라 짐작했다.

- 여타 국내 오픈소스SW 관련 계약과의 차이가 있다면

카카오뱅크와의 계약은 오픈소스 버전의 기능 확장이나 유지보수같은 '용역'을 사고 판 게 아니고 순수 SW라이선스를 거래한 거다. 사용기업에서 외부에 소스코드를 공개한 올챙이 오픈소스 버전 말고, 올챙이 엔터프라이즈 버전의 사용권(라이선스)을 정식으로 샀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 담당자의 이런 오픈소스 마인드가 열리지 않았다면 내 노력만으로 (계약) 성과를 얻긴 불가능했을 거다.

- 오픈소스SW 제품을 라이선스 판매하는 사례가 드문가

그렇게 알고 있다. 오픈소스SW로 시작했지만 (사용자가 무료로 오픈소스SW만 쓰려고 하니까) 라이선스 판매를 하기 위해 상용판만 유지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회사들이 많다. 심지어 정부 지원으로 시작한 프로젝트 중에도…. 오픈소스SW 회사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너무 안타깝다.

■만드는 사람 생각도 좀…

- 오픈소스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문제일까

한국에서 오픈소스SW의 가치는 공유, 확산, 소비 쪽에 쏠려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픈소스SW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지속 가능하려면 쓰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걸 만드는 사람들까지 고려한 선순환 구조가 필요할 것 같다. 개발자가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익성, 경제적인 선순환 구조가… 오픈소스SW의 장점으로 '무료로 쓸 수 있다'는 걸 강조하는 말씀은 그만 하셨으면 좋겠다.

- 올챙이의 지속 가능성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올챙이라는 걸 모르지만, 그게 있다는 걸 알면 돈 주고 사서 쓰려고 할 것 같은 엔지니어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올챙이에 자기 아이디어를 얹어서 같이 발전시켜 활용할 가능성도 아주 높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실무자가 업무에 필요하다고 하는 기술을 사려고 할 때, 조직에서 그 비용을 낸다는 결정만 제대로 내려지면, 나도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싶다. 큰 돈은 못 벌더라도.

- 앞으로 프로젝트를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은가

고민이 많다. 이제 내가 '비즈니스마인드'를 더 갖춰야 할 시기인지… 사이트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오픈소스SW 엔지니어가 해내야 할 역할들은 검증받았다고 생각한다. 올챙이 기능을 클라우드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테드폴허브닷컴'을 시범 운영하면서 추가 수요도 파악했다. 올챙이 관련 니즈로 받게 되는 연락이 많은데, 뭐가 적절한 비즈니스모델일지 잘 모르겠다.

- 영업과 마케팅을 맡아 줄 사람이 필요한 건가

필요한데, 돈 드릴 사정이 안 된다. (웃음)

- 하반기 중에 추진할 사업 계획은

DB도 클라우드DB를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정작 DB관리툴은 여전히 로컬(설치형) 기반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DB관리툴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쓸 수 있게 유도하는, 그런 비즈니스를 키워 보고 싶다. 잘 될 진 아직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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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국내 수요 발굴에 집중할 건지

테드폴허브닷컴에 페이팔 모듈을 붙이려고 한다. 지금은 국내 사용자들에게만 과금을 할 수 있는데, 국외 유저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반기까지 무료 사이트로 운영을 하다가 국외 유저에게 과금할 수단이 없어 저번 달에 일단 닫았다. 구글클라우드플랫폼을 쓰는데 여기선 아직 국외 유저에게 과금하는 모듈을 자체 제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