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인텔리안, 어떻게 세계 1등 됐나

우연히 만난 안테나에 세계 최고 기술을 입히다

방송/통신입력 :2016/07/29 16:58    수정: 2016/07/31 13:35

위성 안테나 업체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벤처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회사는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시장에서 현재 세계 1위다.

지난 2004년 회사가 설립된 뒤 매년 20~30%씩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 2015년부터 이 분야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쇄도하는 주문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다.

글로벌 경제에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고, 그 여파로 국내 수출이 18개월 연속 감소하는 상황이어서,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이하 인텔리안)의 사례는 우리 경제와 기업이 본받을 롤 모델(role model)일 수 있다.

성상엽 인텔리안테크놀로지 대표가 해양 위성통신 안테나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연히 찾아온 위성 안테나 사업

성상엽㊹ 인텔리안 대표한테 안테나는 우연히 찾아온 사업 아이템이다.

지난 2004년이다. 현재 사내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고 있는 고등학교 친구가 안테나 아이템을 들고 찾아왔다. 성 대표는 연세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컨설팅 회사인 액센추어에서 일할 때나 지난 2000년에 설립한 IT 솔루션업체인 인텔리안시스템즈의 대표를 맡으면서 주로 통신 사업자들과 관련된 일을 했지만 안테나라는 구체적인 아이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성 대표는 “안테나 사업은 얼떨결에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세계 1등 사업의 계기가 고작 우연이라니 그 성공 비결이 더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우연을 운명으로 바꾼 기업가 정신

성 대표는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원칙만 강조했다”며 “△글로벌 시장 진출과 △원천기술에 기반한 독자 제품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사업 계획을 짰다는 뜻이다. 또 자체 브랜드를 갖고 독자 개발한 제품으로만 승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는 뜻이다. 국내 시장은 좁고, 자체 브랜드와 제품이 없다면 성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이지만 당장의 생존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조업의 정공법을 선택한 셈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정공법을 택했다. 틈새시장보다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의 주요 고객을 직접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세계 1위 위성통신회사인 인말샛을 비롯해 세계 1위 크루즈 선사인 미국의 카니발, 세계 2위 석유회사인 네덜란드의 쉘, 영국의 글로벌 방위산업체인 셀렉스 등 바다와 하늘을 장악한 글로벌 기업들이다.

그런 고객들을 상대하려면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게 관건일 수밖에 없다.

■“내수보다 글로벌 시장이 더 쉬워요”

성 대표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것보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 보면 더 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글로벌로 넓혀 놓고 보면 투명하고 합리적인 고객 찾기가 더 쉽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는 "인텔리안의 주요 고객들을 설득하는 데는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제품의 경쟁력을 설명하고 실증하는 것 외에 다른 아무 것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진출에 언어가 다소 문제일 수 있지만 그게 결정적인 장애는 아니고 품질과 가격만 좋으면 합리적인 고객을 얼마든지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리안 직원들이 위성 안테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성 대표는 특히 "해외 영업을 하다보니 미국 시장을 뚫는 게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미국은 세계 각곳의 제품이 몰려오기 때문에 품질과 가격을 기준으로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성 대표는 특히 “품질을 높이기 위해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쓰고 있다”며 “현재 평택과 판교에 연구소가 있지만 기술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서부에도 연구소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성 데이터 통신 안테나로 더 특화

위성 안테나는 3만6천Km 정지궤도에 떠 있는 인공위성과 송수신을 하기 위한 장비다.

크게 2종류의 제품이 있다. TV 방송을 수신하기 위한 안테나와 전화 통화 및 데이터 통신을 하기 위한 안테나가 그것이다.

인텔리안은 그중에서도 데이터 통신 분야에 강하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송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술적인 관건이다.

인텔리안 연구원이 위성 안테나의 성능을 체크하고 있다.

위성 데이터 통신은 주로 이동체에서 사용한다. 지금은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이 최대 사용처다. 이동하면서 작전을 펼쳐야 하는 군(軍)도 작지 않은 시장이다. 앞으로는 비행기 시장도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기술이 핵심이다. 먼저 송수신 효율을 높이는 무선주파수(RF) 기술. 이동체에 안테나를 설치할 경우 이와 함께 정밀계측 및 로봇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다. 위성과 선박에 설치된 안테나가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송수신을 해야 하는데 선박의 경우 파도로 인해 끊임 없이 흔들린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흔들리는 배위에서 안테나가 위성을 향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게 정밀 계측 및 로봇기술이다.

인텔리안은 경쟁사와 달리 이 모든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직접 제작한다.

성 대표는 “과거 2G 휴대폰과 지금의 LTE 스마트폰을 비교하면 데이터 통신 속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사업은 위성 통신 분야에서 그 같은 속도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1위의 기반이었던 ‘v100’과 ‘GX100'이라는 제품은 50Mbps 속도를 지원하고 있다.

이 제품은 특히 테슬라의 창업주 엘론 머스크가 추진하고 있는 우주 항공 프로젝트 ‘스페이스X’의 발사체 회수 작업에 동원된 무인선에 설치되고, 인말샛의 초고속 위성 인터넷 서비스용 안테나로 공급돼 화제를 모았었다.

■떨어졌어도 성사시킨 인말샛 공급 계약

인말샛 안테나 공급은 이 회사가 세계 1위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인말샛에 공급되는 인텔리안 위성 안테나

지난 2010년 인말샛은 초고속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안테나 업체를 찾고 있었다. 인텔리안도 입찰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영국 경쟁업체에 밀려 떨어지고 말았다. 성 대표는 “인말샛 제안을 받고 초고속인터넷을 할 수 있는 위성 안테나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뒤 입찰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개발에 들어갔다”며 “입찰에 떨어진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6개월 동안 인말샛을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아 기술 검증을 끝내고 공급권을 따내게 된다.

성 대표는 “계약을 하고 4개월 뒤에 제품을 내놨는데, 이는 우리보다 먼저 계약한 영국 업체보다 빠르게 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리안은 입찰에 떨어지고도 불굴의 정신으로 세계 최초 제품을 내놓으며 세계 최대 위성통신 업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위성통신 혁명, 1Gbps급 안테나 개발중

인텔리안은 현재 1Gbps 속도를 지원하는 안테나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안테나를 통한 위성 데이터 통신이 2G 휴대폰과 같다면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이 제품은 LTE 스마트폰 격이 된다.

성 대표는 “V240MT라는 모델로 현재 개발 중인데 주파수는 인말샛이 초고속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주로 사용하게 될 Ka밴드를 활용하고 파라볼라 안테나 지름은 2.4m"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안테나는 3만6천Km의 정지궤도 위성이 아니라 저궤도 및 중궤도 위성과 송수신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 또한 출시되면 세계 최초 제품이 될 게 유력하다.

인텔리안 연구원들이 테스트를 하고 있다.

성 대표는 “이 제품이 나오게 되면 경쟁 업체 제품과 비교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경쟁사 대비 효율성 높은 해외법인 구조

성 대표는 “제조업이 해외 시장에서 통하려면 가격과 품질에서 제품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함께 현지 조직을 잘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텔리안은 현재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세계 6개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각 해외 법인의 인력은 거의 다 현지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한국에서 파견된 인력은 해외 법인별로 평균 1명이다. 현지 법인은 주로 영업과 기술지원을 담당한다.

그런데 인텔리안의 현지 법인은 경쟁사 대비 강점을 갖고 있다.

위성 통신 안테나는 현재 주로 선박에 설치된다. 문제는 배가 항상 이동한다는 점이다. 배에 부피가 큰 안테나를 설치해야 하는데 배가 늘 움직이기 때문에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최적지 항구를 찾아 그곳에서 작업을 해줘야 한다.

성 대표는 “인텔리안은 경쟁사와 달리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등 3대양을 커버할 수 있는 서비스 기지를 갖추고 있다"며 "주문이 들어오면 경쟁사보다 훨씬 빠르게 작업을 해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외형 2천억 회사까지는 무난히 갈 듯”

인텔리안의 지난해 매출은 약 600억원이다. 이중 95%가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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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대표는 “올해 매출은 800억원 정도 될 것”이라며 “초고속 위성인터넷 시장이 확대되고 비행기 등 위성 안테나의 사용처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몇 년 뒤 외형 2천억까지는 무난히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 대표는 또 “최근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심사를 통과했다”며 “자금이 조달되면 R&D에 대한 투자를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