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원장 “AI 최고 전문가 모으겠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출범…“최상 연구 환경, 최고 대우 보장”

방송/통신입력 :2016/07/29 15:06

"정부가 연구 과제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줄까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 줄까 고민하도록 만들겠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이하 아이리) 초대원장은 29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연구단체와 견줘도 경쟁력이 강한 인공지능 전문 연구원이 되겠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우선 최고 수준의 지능정보기술 전문 연구원들을 모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는 수많은 출연연구소를 비롯해 ETRI보다 공익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상업적인 기술들을 효율적으로 연구 개발하겠다는 각오다.

김 원장은 초기에는 한국인 위주로 채용을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 우수 인재 영입도 적극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또 전문 인재들을 모으기 위해 급여 수준도 국내 연구원 시각에서 볼 때 최고 수준에 맞추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최적의 연구 환경 조성도 약속했다.

김진형 원장은 “아이리 연구원은 사람 뽑기가 매우 힘들다. 무리해서 숫자를 채우기 보다는 제대로 된 전문가를 영입하는 데 힘 쓰겠다”며 “정식으로 문을 여는 10월경에는 10명 정도의 연구원이, 원장 임기가 끝나는 3년 후쯤에는 목표인 50명 정도의 전문 연구원들이 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 연구원 채용 특전 및 절차.

■“기초연구보다 실용연구에 집중”

김 원장에 따르면 아이리는 기초연구보다는 지능정보기술 응용에 관한 연구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기초연구 분야는 기초과학연구원, 뇌연구원 등 여러 기관들이 하는 만큼, 아이리는 국내외 기술을 기반으로 상업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또 지능정보 산업의 기술혁신에 필요한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지능정보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 중견기업, 벤처기업, 스타트업 등과 협력하는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김진형 원장은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기관은 많다. 직원 6천 명에 7천억원 규모의 ETRI도 그 중 하나”라면서 “기초연구가 모자란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 지원도 받지만 아이리가 기업들이 출자해 세워진 이유는 기업들이 하기 힘든 실용적인 기술들을 만들어 공급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또 “IBM 왓슨도 하나의 도구이듯 아이리는 잘 만든 기술을 잘 가져다 활용하려고 한다”며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열심히 쫓아가다 보면 우리만 잘할 수 있는 것이 한두 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진형 아이리 원장.

■“빅데이터 부족…‘빅데이터 거래소’ 생겨야”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활용 가능한 빅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우려에 김 원장은 공감을 표했다. 국내의 개인정보보호 수준이 과도히 높아 정보 활용에 있어 여러 제약이 따른다는 어려움도 호소했다.

이에 뾰족한 해결책은 없다면서도, 데이터를 사고 팔수 있는 ‘빅데이터 거래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공공데이터전략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부의 데이터를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했지만 국내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과도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아이리 역시 데이터가 있는 연구 위주로 될 것 같아 고민인데, 이런 과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빅데이터 거래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R&D 예산 집중 지적에…“바람직하다”

이어 알파고 쇼크 이후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이 인공지능 분야로 집중된다는 지적에 김진형 원장은 “어느 정도 몰려야 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김 원장은 “출연 연구소의 경우 인건비를 매년 안 줄 수 없다. 상업적으로 이득을 내기 어려운 똑같은 연구를 위해 계속 수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문제가 발생해 왔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를 계기로 이제야 연구개발 자금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쪽으로 몰려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3월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국 장면.

이어 그는 ETRI과 출연 연구소들을 향해 쓴소리도 냈다. ETRI의 경우 이미 여러 가지 기술 개발들은 각 기업들이 더 잘 하는 만큼 공공연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출연연구소들의 경우 자체 경쟁력을 키우지 않으면, 곧 사라질 위기에 놓일 것이란 진단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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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원장은 “기초연구도 하고 상업 연구도 하니 ETRI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워지는 것”이라며 “ETRI는 보다 공공연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 출연 연구소 체제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5~6년이면 경쟁력을 잃게 될 것 같다”면서 “민간기업들이 하기 힘든 연구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