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LG 생활가전, 경쟁력은 '모터와 컴프레서'

홈&모바일입력 :2016/07/24 10:20    수정: 2016/07/24 13:30

정현정 기자

(창원=정현정 기자)LG전자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분기 사상 역대 최고인 영업이익 407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9.7%로 10%에 육박했다. 일반적인 가전 업체 분기 영업이익률이 4~5%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LG전자 생활가전의 높은 수익성은 새롭게 선보인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를 비롯해, 트윈워시, 얼음정수기냉장고, 휘센 듀얼 에어컨 등의 프리미엄 가전이 실적을 견인했기에 가능했다.

프리미엄 가전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터와 컴프레서의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에너지 효율, 소음, 진동, 내구성 등이 프리미엄 가전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생활가전에서 모터와 컴프레서를 인간의 심장, 자동차 엔진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핵심부품 부터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

생활가전은 모터 또는 컴프레서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세탁기, 청소기, 공기청정기, 식기세척기 등의 제품이 모터의 운동을 직접 이용한다면,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제습기 등 냉기를 필요로 하는 제품은 컴프레서를 이용한다. 컴프레서도 냉매를 압축하는 과정에서 모터의 운동을 이용해야 한다.

LG전자 창원공장에 모터(Motor)와 컴프레서(Compressor)를 생산하는 전용 라인이 있다. LG전자는 1962년 선풍기용 모터를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55년 동안 모터와 컴프레서에 대해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생활가전의 핵심부품에 대한 축적의 시간만 55년이다.

경남 창원시 LG전자 창원공장에서 만난 박정현 LG전자 모터BD 담당 상무는 "프리미엄 가전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부품은 모터와 컴프레서"라며 "55년 동안 축적한 모터와 컴프레서 기술이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의 성공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H&A사업본부 내에 컴프레서, 모터 등의 핵심부품에서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의 완제품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시너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모터와 컴프레서를 담당하는 연구인력이 생활가전 신제품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함께 참여해 완제품에 최적화한 핵심부품을 개발한다. 모터와 컴프레서의 기술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품과 제품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최적의 품질과 성능을 갖추기 위해서다.

얼음정수기냉장고, 트윈워시, 듀얼 에어컨 등 다양한 프리미엄 가전 제품들이 나오기까지 DD모터(세탁기),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냉장고), 듀얼 인버터 컴프레서(에어컨) 등 최적화된 부품들의 역할이 컸다. 또 무선 청소기 가운데 세계 최고의 흡입력(205W)을 구현하는 '코드제로 싸이킹' 청소기에 최적화된 모터와 얇은 디자인, 3단계 온수 등을 제공하는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에도 제품에 최적화된 컴프레서 등 맞춤형 부품들도 직접 생산한다.

전 세계 가전 업체 가운데 모터와, 컴프레서를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곳은 드물다. 모터와 컴프레서는 기계산업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제품 개발, 품질 검증 등의 과정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가 필요하다.

노태영 LG전자 컴프레서BD 담당 상무는 "가전의 종류, 구현하고자 하는 성능 등에 따라 최적의 모터와 컴프레서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모터나 컴프레서를 외부 업체로부터 공급받으면 완제품을 최적화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올해 모터와 컴프레서 분야의 연구개발 인력을 20% 이상, 개발비는 지난해 대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또 창원을 모터와 컴프레서 연구개발의 메카로 삼고, 20층 규모의 창원 R&D센터를 내년에 완공하는 것을 비롯해 꾸준히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 LG 생활가전의 진화 = 모터와 컴프레서의 진화

LG전자는 1962년 국내 최초로 선풍기용 모터를 생산한 것을 시작으로 모터와 컴프레서를 자체 개발하고, 생산해 오고 있다. 1973년 국내 최초로 냉장고용 컴프레서를 생산했고, 1993년에는 국내 최초로 세탁기용 BLDC(Brushless Direct Current)모터를 독자 개발하고 양산에 성공했다. 또 LG전자는 1998년 세탁기용 DD(Direct Drive)모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2001년에는 직선 방향으로 운동하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등 가전용 모터와 컴프레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모터와 컴프레서는 가전 제품에서 전력소모가 가장 많은 부품이다. 일반적으로 세탁기 소비전력의 60~70%를 모터가, 냉장고와 에어컨도 소비전력의 70~80%를 컴프레서 안에 있는 모터가 소모한다. LG전자가 두 부품의 소비전력을 줄이는 것에 많은 연구를 진행해 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인버터 모터는 고효율 프리미엄 가전의 필수 경쟁력으로, 에너지의 필요량에 따라 모터의 회전수를 조절해 소비전력을 절약한다. 이 모터는 정지시켜야 할 때를 제외하고 모터에 공급하는 전원을 끊지 않으면서, 모터에 공급하는 전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회전 속도에 변화를 준다.

정속형 모터가 전기를 꽂으면 모터가 똑같은 속도로만 움직여 불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측면이 있었던 것에 비해, 인버터 모터는 전력 낭비가 없다. 또 인버터 모터는 ▲모터 움직임의 정밀한 제어 ▲모터의 마모 최소화 ▲모터가 발생시키는 소음의 최소화 등이 가능해 가전제품의 성능을 더욱 우수하게 만들어 준다.

LG전자는 1993년 국내 최초로 인버터 모터를 적용한 세탁기용 모터를 개발한 데 이어, 현재 국내에 판매하는 드럼세탁기, 스탠드형 에어컨, 냉장고(195리터 이상),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 전 모델에 인버터 모터를 탑재하고 있다. 또 LG전자는 내년까지 전체 모터 생산량 가운데 인버터 모터의 비중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LG전자가 1998년 인버터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세탁기에 상용화한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 DD) 모터'는 말 그대로 모터가 세탁통을 직접 구동시킨다는 뜻이다. 기존의 방식은 세탁통과 모터를 벨트로 연결해 소음과 진동이 크고, 세탁기 외부통과 내부 세탁통 사이의 간격이 넓어야 했다. 또 벨트를 통해 모터의 회전이 세탁통에 전해지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생겼다.

DD모터는 세탁통에 집적 연결돼, 모터와 세탁통이 동시에 돌아간다. 이 모터가 세탁기의 외형 크기는 유지하면서 세탁통의 크기를 키울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기존 방식의 벨트와 같이 마모되는 부품도 없어 세탁기의 수명을 늘려준다. 진동과 소음이 크게 줄어든다.

특히 DD모터는 모터의 힘을 세탁통에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에, 모터의 회전 동작에 맞춰 세탁에 필요한 만큼 강력하거나 섬세한 동작을 만들어 세탁기의 성능을 높여준다. LG전자는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인버터 기술과 DD모터의 구조를 활용해 두드리기, 주무르기, 비비기, 풀어주기, 꼭꼭짜기, 흔들기 등이 가능한 6모션 세탁 방식을 선보였다.

LG전자가 2001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Inverter Linear Compressor)는 직선운동을 하는 리니어 모터를 사용해 에너지 변환손실이 없이 모터의 에너지를 피스톤으로 전달한다. 또 마찰과 마모가 발생하는 연결 부위를 줄여 소음도 대폭 낮췄고, 컴프레서의 수명도 늘렸다.

냉기를 이용하는 가전은 휘발성이 강한 냉매를 사용해 냉매가 기체로변할 때 주변의 열을 빼앗아 온도를 낮추게 된다. 이는 알코올을 몸에 바르면 시원하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컴프레서는 이 때 기화한 냉매를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액체로 압축하는 역할을 한다.

컴프레서 내에 있는 피스톤은 냉매를 압축하기 위해 직선운동을 해야 한다. 일반적인 컴프레서는 회전운동을 하는 모터를 피스톤과 연결해 직선운동으로 바꾸지만, 20% 정도의 에너지 변환손실은 감수해야 했다. 또 회전운전이 직선운동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피스톤과 모터 사이의 마찰과 소음도 크게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현재 LG전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기술을 상용화해 대량생산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이 최근 들어 리니어 방식의 컴프레서 개발을 시작한 것에 비하면, LG전자의 리니어 컴프레서 기술은 15년 이상 앞서 있다.

LG전자는 직선 운동을 할 수 있는 리니어 모터를 통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에 필요한 직선운동을 구현했다. 리니어 모터는 전자석과 영구자석을 직선으로 나란히 설치해 직선 운동을 한다. 전류의 성질에 따라 N극과 S극이 변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전자석은 위쪽에, 극이 변하지 않으면서 위치가 고정된 영구자석은 아래쪽에 있다. 이 때 전자석에 흐르는 전류의 양과 성질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면, 두 자석 사이에 잡아 당기거나 밀어내는 힘을 통해 전자석이 속도와 방향을 달리하며 직선방향으로 움직인다.

또 LG전자는 1993년 국내 최초로 BLDC(Brushless Direct Current)모터를 개발해 냉장고, 식기세척기, 청소기, 에어컨 등에 사용해왔다. 이 모터는 모터에 힘을 전달하는 탄소 막대인 브러시 장치를 전자회로로 대체했다. 브러시 장치가 있는 모터는 회전이 많아지면서 탄소 막대의 마모가 일어난다. 탄소 막대의 마모로 모터의 수명은 줄어들고, 탄소 먼지가 발생된다. 반면 BLDC모터는 탄소 막대가 없어 수명도 길고, 탄소 먼지의 걱정도 없다. 또 모터의 크기와 무게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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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LG전자는 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소형가전에 무게와 크기를 줄인 BLDC 모터를 탑재해 성능을 높였다. 특히 올해 크기와 무게가 각각 363cm3(세제곱센티미터), 470g(그램)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준의 BLDC모터인 '2세대 스마트 인버터 모터'를 개발해 무선 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에 탑재했다. 이 청소기는 무선 청소기 가운데 세계 최고인 205W(와트)의 흡입력을 구현한다.

박정현 상무는 "제품 경쟁력을 평가하는데는 디자인 등 여러 측면이 있지만 LG전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제품의 성능"이라면서 "성능과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제품 경쟁력의 30~50% 정도를 컴프레서와 모터가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