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표준 논란...韓 '갈라파고스' 되나?

암호화 최대 쟁점…안테나 내장도 '폭풍의 핵'

방송/통신입력 :2016/07/24 14:32    수정: 2016/07/25 18:38

지상파 초고화질(UHD) 기술표준안 제정을 앞두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암호화 기술을 채택할 지 여부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상파 요구대로 UHD 암호화를 채택할 경우, 우리나라만 국제적인 기술 규격과는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섬'이 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콘텐츠 암호화와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안테나 장착' 문제는 기술표준이 아닌 수신개선 문제인 만큼, 이번 기술표준 제정 과는 별도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 사항으로 남을 전망이다.

22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예정대로 7월 중으로 지상파UHD 방송에 대한 행정예고를 내고, 고시 개정 절차를 거쳐 국내 UHD 방송 표준방식을 확정할 계획이다.

미래부는 지난해 8월 지상파UHD 표준방식 협의회를 출범한 이후 국내 환경에 적합한 표준방식을 검토해 왔다. 동시에 민간 표준 제정도 함께 진행돼 지난 6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미국방식인 ATSC 3.0 기반 UHD 송수신 표준 제정을 완료했다.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확정할 국내 표준방식 역시 TTA의 민간 표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한국만 UHD 암호화?

문제는 국가 표준에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콘텐츠 암호화 기술을 담고 있다는데 있다. 암호화가 국내 방송표준 방식으로 채택될 경우, 방송사와 제조사 모두 해당 기술규격을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한다.

콘텐츠 암호화 기술은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일방적인 요구로 추진돼 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무단으로 UHD 콘텐츠가 유통되는 문제를 막기위해 암호화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암호화 채택을 주장해 왔다.

삼성전자 UHD TV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사적 이익을 위해 암호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UHD 암호화가 채택될 경우, 지상파 방송의 보편적 시청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우리나라만 암호화를 채택해 국제 표준과는 동떨어진 갈라파고스 섬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한 UHD TV는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게된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제외하면 다른 글로벌 가전사들이 우리식 표준에 맞춰 TV를 따로 만들지 않을 가능성이 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높다.

암호화 표준 관리 문제도 지적된다. 기술발전과 시장상황에 따라 표준도 계속 발전시키고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데, 암호화 표준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 지상파방송이 과연 그럴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방송분야 전문가는 “우리만의 암호화 표준 체계를 만든 것인데 이것을 어떻게 관리하고 발전시킬지도 문제”라며 “지상파 측에서 맡아야 할 텐데 방송사가 이런 일을 해본적이 없어 조직을 꾸리고 잘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TV제조사와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에 판매되는 TV에만 별도로 암호화 기술을 채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시해 왔다. 암호화 추진 논의에서 아예 제외된 중소TV제조 업체들은 향후 UHD TV 시장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크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 들도 UHD 재전송 계약 과정에서 암호화를 앞세워 지상파들이 지금보다 더 고압적인 자세로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안테나 내장' 폭풍의 핵

지상파UHD 상용화를 앞두고 콘텐츠 암호화 뿐만 아니라 안테나 내장 문제도 큰 논란거리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직접 수신을 높이기 위해 UHD TV에 안테나를 장착해 판매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정작 TV제조사들은 10% 미만인 직접수신 가구를 위해 안테나를 내장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90% 이상이 유료방송 등을 통해 시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테나 내장비를 전체 시청자들에 전가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미 가전사들은 안테나가 내장된 UHD TV를 지상파 UHD 상용화 시점에 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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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 내장 문제는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지상파-제조사 등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협의할 예정인데,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기존에 DVB-T2 방식의 UHD TV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별도의 컨버터를 장착해야 지상파 UHD 방송 수신이 가능한 상황인데, 기존 UHD TV구매자에 대한 조치는 제조사들이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