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백엔드서비스로 애플 생태계 넘보나

한국 안드로이드-iOS 앱 및 웹 개발자 위한 '파이어베이스' 소개

컴퓨팅입력 :2016/07/19 17:21    수정: 2016/07/19 19:37

구글이 한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개발자들에게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의 유용함을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뿐 아니라 iOS기반 앱을 만드는 이들도 함께 겨냥한 메시지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애플 생태계를 넘보는 구글의 개발자 지원 강화 움직임이 성공을 거둘 지 주목된다.

구글은 1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포 모바일'을 개최했다. 오전 행사 현장에선 구글플레이 앱 장터, 개발자 대상 제품 및 에반젤리스트 활동을 담당하는 본사 임직원들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2016년 7월 19일 구글 포 모바일 컨퍼런스 현장에 비치된 버그드로이드 인형.

■구글 "파이어베이스, 모바일 앱 개발자들에게 좋은 이유"

구글이 참석자들에게 여러 정보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날 컨퍼런스에서 무게를 둔 내용은 '파이어베이스'라는 클라우드 서비스형 백엔드(BaaS)였다. 파이어베이스는 모바일 앱 개발 이후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과 저장, 사용자 대상 알림 메시지 발송, 회원가입 및 결제 시스템 구성, 수익 개선을 위한 사용량 측정과 분석 등 백엔드 기능을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구글의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이는 안드로이드 뿐아니라 iOS 앱 개발자나 웹사이트 개발자들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일반적인 모바일 앱 시장에서 개발업체는 인력에 여유가 없다. 1인 개발자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다. 기획자, 디자이너와 분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수 인력인 모바일 앱 개발자가 앱 기획과 UI디자인 및 구현까지 도맡을 때도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이 아닐 경우 서비스형 앱 비즈니스를 운영하더라도 서버측 개발 전담 인력을 두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앱 개발자가 서버 측 개발까지 맡으면 일의 기술적 특성과 개념이 이질적이기 때문에 모바일 앱 구현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진다. 모바일 개발자의 역량을 본업에 집중시킬 수 있으려면 모바일 앱 구현에 부차적인 서버측 기능과 서비스 구현을 간편하게 해결해 줄 수단이 필요하다. 백엔드 서비스가 등장한 이유다.

구글이 제시하는 파이어베이스 활용 시나리오는 이렇게 요약된다. 우선 사용자들이 개발자 앱을 발견하는 시점에 어떤 네트워크 경로로 들어왔는지, 앱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소비행태를 보이는지, 앱 오작동시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했었고 기기가 어떤 상태였으며 오류가 어떤 원인을 수반하고 그 빈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앱의 성능이 오작동으로 영향을 받았는지를 전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오작동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사용자들에게 필요한 공지 메시지를 뿌리는 등 소통을 병행할 수 있다. 정상 서비스 중에는 사용자들의 행동 이벤트를 측정, 분석해 기기 유형이나 사용 지역을 지정하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016년 7월 19일 서울 구글 포 모바일 컨퍼런스 현장 모습.

파이어베이스에 어떤 백엔드 서비스가 들어 있을까? 기조연설자 가운데 구글의 로렌스 모로니 디벨로퍼 애드버킷(마이크로소프트의 에반젤리스트에 해당하는 직책)가 파이어베이스를 통해 제공되는 백엔드 서비스 구성요소를 용도에 따라 개발지원, 비즈니스성장, 수익화 등 3가지 범주로 나눠 소개했다.

파이어베이스는 개발지원 요소로 앱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데이터를 읽고 편집하고 지우는 저장소 역할을 하며 오프라인 상태에도 대응하고 네트워크 재연결시 즉각 동기화를 수행하는 '리얼타임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계정을 활용한 사용자 인증 기능을 지원하며 커스터마이즈 구성도 할 수 있는 '인증시스템', CSS와 자바스크립트로 만든 정적 웹페이지를 SSL 보안 환경에서 제공하고 커스텀도메인으로 연결도 할 수 있는 '호스팅', 사용자들의 사진 파일 업로드 및 저장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스토리지'도 포함한다. 특정 사용자군, 단말그룹, 지역 등을 지정해 커스터마이즈 메시지를 보내고 필요시 개발사와 유저간 채팅 기능도 구현 가능한 '클라우드메시징', 서버측에서 앱 서비스 관련 변수를 제어할 수 있는 '리모트컨피규레이션', 가상머신(VM)형태의 디바이스로 앱을 테스트할 수 있는 '테스트랩 포 안드로이드', 앱 오류 발생시 대응하고 개선하기 위한 정보를 모아 보여주는 '크래시리포팅'도 갖췄다.

파이어베이스에 포함된 비즈니스성장 요소는 지인 초대 기능으로 사용자를 늘릴 수 있는 '초대'와 앱의 특성을 더 잘 공유할 수 있도록 돕는 '드롭인 위젯' 연동 분석 기능, 기존 타깃 고객을 위한 광고 플랫폼 '애드워즈'와 연동되는 기능, 사람들이 구글 검색을 통해 안드로이드 모바일 앱에서 제공하는 정보까지 접할 수 있게 유도해 주는 '앱 인덱싱', 불필요한 사용자에게 성가시지 않도록 타깃 고객에 개인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하는 '알림' 등 기능이다.

파이어베이스에 포함된 수익화 요소는 구글이 인수한 광고 플랫폼 애드몹 연동 기능이다. 애드몹은 이전부터 앱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었던 플랫폼이지만 별다른 분석 없이 활용할 경우 사용자에게 성가시단 인식을 심어주고 앱을 이탈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 우려가 있었다. 애드몹을 파이어베이스와 연동하면 중간광고나 네이티브애드 등을 노출시킬 때 사용자가 당초 기대한 콘텐츠와 관련성이 높은 내용을 제공함으로써 반감을 최소화하고 끊김없는 경험을 얻도록 돕는다는 게 구글 측 설명이다.

모로니는 각각의 파이어베이스 기능 요소들이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것보다, 그 요소들이 모두 구글의 '애널리틱스' 기능과 연결돼 다양한 분석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바일 앱 사용자의 기간별 실사용자 수나 오작동 빈도 및 앱내 결제 수익 등 기본적인 사항을 비롯해 각 요소의 측정값과 변수들은 개발자의 코딩 없이 모두 애널리틱스를 통해 조회할 수 있고, 이 모든 파이어베이스의 기능들은 사용량 상한 없이 무료로 제공된다. 고급 분석이나 특화된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개발자는 파이어베이스에 연동되는 유료 서비스 '구글클라우드플랫폼'을 통해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2016년 7월 19일 서울 구글 포 모바일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구글의 로렌스 모로니 디벨로퍼 애드버킷.

파이어베이스는 한국 개발자들에게 얼마나 유용할까? 이날 정오께 별도로 진행된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파이어베이스 우수 활용처로 소개된 한국 앱개발사 말랑스튜디오의 김영호 대표의 현장 발언을 참고해 볼 만하다.

"파이어베이스가 정식 서비스되기 전에 베타 단계일 때부터 쓰게 됐다. 메모장이나 다이어리같이 사용자가 보기엔 작은 앱 하나를 개발하더라도 이를 내놓기 위해 갖춰야 할 과정이 복잡한데, 회원가입 시스템이나 DB인프라 등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린 앱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저런 인프라 요소를 다양한 외부 서비스로 빌려 쓰는 편이었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파이어베이스란 솔루션을 선택케 됐다. 기존 서비스에 파이어베이스만 일괄 적용하긴 아직 부담이 있어, 신규 앱의 백엔드 서비스는 모두 파이어베이스를 활용 중이고, 기존 앱은 그간 쓰던 솔루션과 파이어베이스를 나란히 활용하는 상태다. 파이어베이스 덕분에 소규모 개발사인 우리가 본업인 모바일 앱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개별 기능은 다른 데서 다 찾아 쓸 수 있고 그게 기능적으로 더 좋을 수도 있는 솔루션이지만, 파이어베이스의 장점은 분산된 여러 솔루션을 쓸 때 우려되는 충돌이나 호환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기본 구성에 부족한 요소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커스터마이징이나, 빅쿼리 분석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안드로이드, 아이폰, 웹 등 플랫폼 개발 시나리오를 지원해 주고 있지만 게임 플랫폼 쪽까지 지원되는 방향으로 확장한다면 좋을 것 같다."

질의응답 중 나온 얘길 들어 보면 구글 서비스라고 만능은 아니다. 다른 사업자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처럼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의 접속이 부분적으로 제한될 수 있는 환경에서는 파이어베이스를 활용하는 모바일 앱 개발사에게 별도의 대안이 필요하다.

"백엔드 서비스 용도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다수 플랫폼이 (구글이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 중국에선 막혀 있어, 아마존이나 구글이나 KT 등의 인프라가 작동할 때도 안 할 때도 있다. 중국법인 세우고 중국라이선스를 얻어 사업할 때까진 이런 문제가 지속될것 같고, 사업적 리스크가 있는 건 사실이다. 이에 대비해 구글이 안 되면 아마존, 아마존이 안 되면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인프라를 갈아탈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다."

■"한국 개발자들이 국내외서 더 많이 성장하도록 돕겠다"

행사 현장에선 파이어베이스 소개에 앞서, 구글의 모바일 앱 장터를 총괄하는 마크 베넷 구글플레이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구글의 플랫폼 사업 현황과 그간의 성과, 개발자 생태계 측면에서 한국 시장 현황과 향후 투자 계획을 밝혔다.

2016년 7월 19일 서울 구글 포 모바일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크 베넷 구글플레이 인터내셔널 디렉터.

그에 따르면 안드로이드는 세계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월간 실사용자 14억명을 보유했고, 매일 150만명의 신규가입자가 유입되며, 400곳 이상의 OEM 기기 파트너와 500곳 이상의 통신사 파트너 생태계를 갖춘 플랫폼이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사용자와 앱 개발자를 중개하는 장터, 구글플레이는 월간 실사용자 10억명 이상, 누적 앱 설치 650억건 이상, 100만개 이상의 등록 앱을 보유한 플랫폼이다.

구글이 파악한 한국 시장은 세계 스마트폰 보급률 3위(83%), 스마트폰 사용인구 80%가 안드로이드 사용자인 지역이자, 지난주 론칭 4주년을 맞아 누적 재생 횟수 26억건을 달성한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을 비롯해 음원과 드라마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배출한 곳으로, "상위 5대 시장 중 한 곳으로 굉장히 큰 관심을 두고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할 지역"에 해당한다.

베넷 디렉터는 한국의 개발자들이 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뛰어난 개발자들이 세계로 진출해 더 많은 유저를 찾아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플랫폼과 툴을 지원하는 것이 구글의 투자 계획이자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의 한국 투자 사례로 이달말 국내서 운영하기로 예고한 '구글플레이 오락실', 상반기 진행한 인디게임페스티벌 행사와 캠퍼스서울의 스타트업 지원활동을 예로 들었다. 국외 앱 장터 인기도 상위권에 오른 넷마블 등의 게임 사례를 글로벌 진출 성과로 제시했다.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플랫폼, 셋톱박스와 스마트TV용 안드로이드TV 플랫폼 등 신기술과 플랫폼 투자, 앱개발도구 '안드로이드스튜디오'와 개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구글플레이 디벨로퍼콘솔' 등의 제공도 강조했다.

■단숨에 듣는 구글I/O 2016 다이제스트

두번째 기조연설자로 구글 디벨로퍼 프로덕트 그룹의 벤 갈브레이스 제품 및 개발자 관계 총괄이 나섰다. 그는 지난 5월 미국서 진행된 구글I/O 현장의 주요 내용을 웹, 앱, 파이어베이스, 3가지로 압축해 전달했다.

2016년 7월 19일 서울 구글 포 모바일 컨퍼런스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구글 디벨로퍼 프로덕트 그룹의 벤 갈브레이스 제품 및 개발자 관계 총괄.

구글의 웹 관련 전략의 대부분은 크롬이라는 브라우저를 통해 실행된다. 갈브레이스는 최근 크롬 실사용자가 월 10억명을 넘었으며 자신들이 크롬 자체에 많은 신기술을 적용해 그 자체가 모바일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게 발전시켰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크롬에 '패시브이벤트리스너'와 같은 웹 기술을 지원, 브라우저에서 코드를 실행하는 스레드가 웹 페이지 성능을 떨어뜨려 화면 스크롤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거칠게 만드는 현상을 개선했다. 워드프레스는 모바일웹사이트의 체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구글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발표한 'AMP'를 활용했다. 데이터와 UI 캐싱 기법을 활용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자사 웹사이트를 모바일 네이티브 앱처럼 오프라인에서 작동하게 만들었다. 웹 개발자들이 추후 '크리덴셜매니지먼트API'와 '웹페이먼트API'같은 새로운 웹표준을 활용하면 더 편리하고 안전한 웹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구글의 앱 전략은 당연히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통해 실현된다. 갈브레이스는 마침 오늘 최종 디벨로퍼 프리뷰 버전으로 나오고 늦여름께 일반 사용자용 정식판으로 배포될 것이라 예고된 '안드로이드N' 또는 '안드로이드7.0 누가' 버전의 변화를 대략적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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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N은 한 화면에 두 개의 앱을 띄울 수 있는 화면 분할 기능으로 사람들에게 생산적인 앱 활용 시나리오를 지원한다. 앱 알림을 처리하는 부분의 신기능 '커스텀인라인리스펀스'로 해당 앱을 열지 않은 채 알림에 답하게 해준다. 배터리 지속시간을 늘려 주는 '도즈 모드'를 지원해 사용자가 화면을 보지 않고 있을 때 실행 중인 앱의 전력 소비를 낮춰 준다. 앱 개발자들은 벌칸(Vulcan)이라는 신규 그래픽 API로 GPU 부담을 줄여 게임 성능을 높일 수 있다. JIT컴파일러와 자바8 언어 기능을 쓸 수 있게 된다. 공식 앱개발툴 '안드로이드스튜디오'로 3배 빠른 에뮬레이터와 10배 빠른 빌드를 실행할 수 있다. 여기에 테스트 자동화를 돕는 테스트레코딩 기능과 여러 스크린 사이즈에 대응되는 UI을 디자인해 렌더링결과를 실시간 확인하는 '컨스트레인트 레이아웃'도 활용 가능하다.

갈브레이스는 이밖에 모바일 사용자들이 동적 링크(다이내믹URL)를 통해 앱 내 콘텐츠를 웹 검색과 같은 시나리오로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실험적인 기능 '인스턴트앱'과,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모바일 기기를 넘어 확장하고 있는 고글형 VR 단말 테스트 플랫폼 '데이드림'과 증강현실(AR) 플랫폼 '탱고' 프로젝트 등 실험 단계의 기술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몇개월에 걸쳐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홈, 알로 등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기술에 관한 개발자 대상 공지가 나갈 것이니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