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불법 다단계 판매 '주의보'

상위 1%가 수익 독식…피해 집단까지 생겨

방송/통신입력 :2016/07/15 12:10

휴대폰 다단계 판매 사업자들이 늘고 시장이 커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상당수 다단계 업체들의 수익 구조가 피라미드식으로 짜여 있어 대다수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해당 업체들이 판매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후원 수당 정책이 갑자기 바뀌어 손해를 입는 소비자들도 발생해 더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상위 1%만을 위한 다단계, 통신도 마찬가지

공정거래위원회 2015년 다단계판매업체 주요정보 공개 자료 중 '후원수당 지급분포 현황'.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상위 1% 미만 다단계 판매원이 지난 해 지급받은 후원수당은 전체의 49.2%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관련기사 보기)

이들은 1년 간 평균 5104만원을 받은 반면, 나머지 99% 판매원은 평균 53만원에 그쳤다. 쏠림 현상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뜻이다.

피라미드 구조의 다단계 판매는 기존 생활용품 중심에서 최근 통신판매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다단계 판매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다단계 판매 행위를 사실상 허용함에 따라, 통신 다단계 판매 시장은 증가 추세다.

대표적인 통신 다단계 업체인 I사의 등록 판매원은 2014년 10만8911명에서 지난해 26만8447명까지 2배 넘게 뛰었다. 후원수당 수령 판매원 역시 6만2967명에서 16만4985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회사의 2014년 후원수당을 보면 상위 1%에게는 연 평균 약 1800만원을 지급한 반면, 하위 40%에는 연 평균 3만원에 그쳤다.

전체 다단계 판매 시장 매출규모가 커지고 있다. 통신 다단계 시장 역시 확대되고 있다.(자료=공정위)

지난 5월 공정위는 IFCI 등 4개 이통 다단계업체들에 방문판매법 위반행위로 시정명령과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해당 업체들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한 상품을 판매하고, 판매원들에게 과도한 비용 부담을 안겼다는 이유다. 법으로 정한 후원수당 지급 총액을 넘어선 경우도 있었다.(▶관련기사 보기)

공정위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단계 판매업을 허용하고 있다. 단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판매 물품이 부가세를 포함해 160만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또 다단계 판매원이 되려는 사람 또는 다단계 판매원에게 등록, 자격 유지 또는 유리한 후원수당 지급기준의 적용을 조건으로 연간 5만원 이상의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 아울러 후원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는 총액은 회사 매출의 35% 이내여야 한다.

한 때 통신 다단계 업체에서 판매원으로 근무한 한모 씨는 “돈은 안 되고 특정 요금제를 써야 하는 등의 조건이 생겨 한계점을 많이 느껴 나오게 됐다”며 “전업을 해서 뛰어들었지만 결국 일찍 시작한 소수의 사람들만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였고, 보상 계획도 1년에 한 번씩 바꾸고 유추할 수 없게 하는 문제도 컸다”고 지적했다.

■“소수 성공 사례만 강조해 유인”

한 통신 다단계 판매업체 동영상 강의.(사진=유튜브 캡처)

다단계 업체들은 주로 온오프라인 설명회를 통해 판매원을 모집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유튜브 등을 통해 인생역전 한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각 등급별로 받게 되는 보상과 혜택 등을 설명해 유인한다. 특정 등급에 올라갔을 때 받게 되는 수당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또 강사들은 요일 수당, 직급 수당, 월급 등으로 한 달에 수천만원을 벌어가는 회원들을 소개하며 짧게는 1~2년부터 최장 5년이면 성공을 거둔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강의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큰 복을 받은 것이라며 판매원으로 열심히 해보라고 가입을 권유한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 제재를 비꼬듯 "모든 사람들이 통신 다단계 판매를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라는 말도 한다.

하지만 이를 믿고 판매원으로 활동한 사람들의 피해 사례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한 다단계 판매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A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업체가 수당 조건을 임의대로 갱신하는 바람에 불이익을 얻었다는 글을 올렸다. 회사가 수당을 줄이고 없앰으로써 사업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맨 위 직급자만 배만 불리고, 나머지는 퇴출시키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모 씨 역시 “다단계 강의를 보면 먼저 들어와 시작한 사람의 훈장만 보여준다. 지금 시작하는 사람들의 통장은 공개하지 않는다”면서 “국내 불법 다단계는 처음 50~100명을 모아 시작한 뒤 2~3년 돌리다가 상위자가 생기면 문을 닫고, 또 다시 시작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직원 모집, 판매 과정에서 허위, 과장된 내용으로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유인한 내용이 있을 경우 제재가 가능하다”며 “불법적인 다단계 판매의 경우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과 제재의 한계가 분명 있지만 대학생, 노년층들이 다단계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꾸준한 캠페인과 홍보활동 등을 펼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다단계 판매업체-피해자’ 법적 다툼

통신 다단계 판매 시장이 커지면서 공정위와 판매 업체 간의 마찰도 커지고 있다. 일반 상품과 달리 통신 상품의 경우 기기 값과 통신 요금 등이 결합돼 있어 상품가격을 책정할 때 셈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 다단계 업체들은 공정위의 시정명령 판단을 두고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단말 가격과 약정 기간 지불하는 통신 요금까지 더해 160만원을 초과한 것으로 계산한 공정위의 셈법이 틀렸다는 주장이다. 사용자가 언제든 요금제를 변경하거나, 중도 해지할 수도 있어 단말 가격으로만 기준을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다단계 판매 업체의 이모 팀장은 “방문판매법에 160만원 기준은 사행성 조장, 고가 상품 판매를 억제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사용자들이 약정으로 휴대폰에 가입하지만 사실 언제, 어떻게 해지할지 모르는데 통신 요금까지 상품 가격으로 책정한 것은 상당히 무리수”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정위는 고가의 이통 상품을 다단계 방식으로 구매함에 따라 발생하는 다단계 판매원, 소비자의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단말기 값에 통신요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연히 단말과 통신요금을 합해 계산한 것이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상품 가격이란 논리다.

서울고등법원

한편 통신 다단계 판매로 인한 갈등은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통신 다단계 판매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한 다단계 업체 대표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통신 다단계 업체가 누구나 수백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는 주장이다. 회사를 믿고 판매원으로 활동했으나, 약속과 달리 훨씬 적은 금액의 보상이 주어져 결국 피해를 본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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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다단계 판매 피해자 모임 대표인 김씨는 현재 약 500명의 피해자들이 있고, 꾸준히 반대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한 번 시위에 참여하는 인원은 20~30명 수준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허위 과장 광고는 내부에서 강력하게 징계조치를 내린다”면서 “사업설명, 상품설명회 할 때도 정도경영을 다루면서 투명한 운영을 강조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사 차원에서 징계를 내리고, 피해자의 경우 보상하기도 한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