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퇴출한다던 H.264 코덱 다시 품나

데스크톱 크롬 웹RTC용 코덱으로 시스코 '오픈H264' 채택

컴퓨팅입력 :2016/07/07 15:01    수정: 2016/07/08 01:05

구글이 5년전 내치겠다던 H.264 동영상 코덱 기술을 다시 품기로 한 모양이다. 현재 베타 채널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PC용 크롬 브라우저 M52 버전의 웹RTC(WebRTC) 기능이 H.264 동영상을 공식 지원한다는 소식이다.

웹RTC는 외부 프로그램 설치 없이 브라우저로 실시간 음성 통화 및 영상 대화와 파일 전송 기능을 구현할 수 있게 해 주는 웹 표준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모질라, 애플, 오페라 등 주요 브라우저 업체들 모두 이를 지원하고 있거나 지원을 예고한 상태다.

크롬

웹RTC 기능이 영상을 처리하려면 코덱이라는 기술과 맞물려야 한다. 구글은 크롬 브라우저의 웹RTC 기능으로 영상을 처리하기 위해 자사의 오픈소스 코덱 'VP8'이라는 기술을 투입해 왔다. H.264 코덱을 대체하려는 시도였지만 대세를 형성하진 못했다.

[☞관련기사: 구글의 무리수...H.264 코덱 외면]

[☞관련기사: 구글, 행아웃에 H.264 대신 VP8 코덱 적용]

그리고 지난 4일 구글 테스트 엔지니어 크리스토퍼 얀슨이 웹RTC 온라인 포럼에 게재한 크롬M52 웹RTC 배포 노트를 보면, 곧 배포를 앞둔 윈도, 리눅스, 크롬OS, 맥OS X용 크롬52 정식판의 웹RTC 기능에 H.264 코덱이 지원될 것이란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개발 일정에 따르면 크롬52 정식판은 오는 26일 배포될 예정이다.

[☞참조링크: PSA: Chrome M52 WebRTC Release Notes]

[☞참조링크: Chromium Development Calendar and Release Info]

■ "모든 데스크톱 플랫폼에 H.264 지원"

얀슨은 "이제 모든 데스크톱 플랫폼에 H.264 지원이 된다"면서 "OS X용 하드웨어 인코드 지원이 추가됐고, 리눅스, 크롬OS, 윈도의 소프트웨어 인코드 성능은 아직 VP8에 못 미친다, 우리는 후속 배포판에서 H.264 소프트웨어 인코더 성능을 지속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덱은 영상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송, 재생하기 위해 디지털 부호로 바꾸고 다시 영상으로 복원해내는 프로그램이다. 영상업계 주류 코덱은 H.264다. 동영상 서비스 회사나 영상처리 제품 개발업체가 쓰려면 MPEG LA라는 특허관리 컨소시엄에 로열티를 내야 한다.

어도비 플래시같은 기술 없이 브라우저가 웹에서 영상을 다룰 수 잇는 'HTML비디오'라는 표준이 만들어지자, 대다수 브라우저 개발업체도 온라인 영상 처리 기능 구동에 필요한 코덱을 탑재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사실상 표준인 H.264 코덱을 탑재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5년전 구글은 독점적인 특허기반 H.264 코덱의 대안으로 오픈소스인 VP8 활용과 확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성공적이진 않았다. 당시 크롬 브라우저에서 제거하겠다던 H.264 코덱을 여전히 남겨 놓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구글 크롬 개발팀에서 'HTML 비디오' 기능을 맡았던 엔지니어 아론 콜웰은 약 2년전 크로미엄 개발자 그룹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크롬에서 H.264 지원이 빠지진 않을 것 같다"며 "그건 기존 사용자들에게 너무 성가신 일이며 불필요하게 사이트(렌더링)를 망가뜨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참조링크: h.264 support in Chrome and Chromium]

브라우저 개발 이력만 놓고 보면, 코덱과 관련해 자신들의 오픈소스 기술을 밀겠다던 구글의 그간 행보는 말처럼 과감하지 못했다. 그 반대다. 구글은 기존의 H.264 코덱 지원을 유지해 크롬의 HTML비디오 기능을 제공한데 이어 신흥 표준인 웹RTC 기능까지 제공하려는 것이다.

■ 파이어폭스와 비슷한 행보 보이는 셈

최신 크롬의 웹RTC 기능에 지원될 코덱이 H.264 종류라는 점에선 구글이 자신들의 오픈소스 코덱 VP8에 실었던 힘을 다소 빼는 꼴이 될 수 있다. 다만 엄밀히 말해, 구글의 웹RTC 기능을 위해 쓰일 H.264 코덱은 산업계에서 특허 로열티를 물어야 하는 그 기술과 별개일 듯하다.

4개월 전 웹RTC 온라인 포럼에 게재된, 당시 카나리 크롬M50 버전의 웹RTC 기능 설명을 보면, 해당 데스크톱 브라우저에 탑재된 웹RTC용 H.264 인코더 및 디코더는 각각 오픈H264(OpenH264)와 FFmpeg로 구현됐다.

[☞참조링크: PSA: Support for H.264 video codec in Chrome behind flag]

오픈H264는 네트워크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즈가 3년전 내놓은 H.264 호환 무료 코덱이다. 당시 시스코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배포, 사용할 수 있는 H.264 호환 코덱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 H.264 관련 특허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MPEG LA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관련기사: 동영상 코덱 시장에 때아닌 시스코 태풍]

즉 시스코가 만든 오픈H264 코덱은 인터넷 산업계가 H.264 코덱의 로열티 부담을 잊게끔 도왔다. 구글처럼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H.264 코덱을 쓰지 않고 구글 오픈소스 코덱만 지원하던 파이어폭스도, 사용자들이 H.264 기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오픈H264를 쓰기로 했다.

[☞관련기사: 파이어폭스, 시스코 덕에 무료로 H.264 코덱 지원]

[☞관련기사: 파이어폭스, PC에서도 H.264 영상 지원]

되짚어 보면 크롬 웹RTC용 코덱 지원과 관련된 구글의 행보는 부분적으로 모질라의 뒤를 밟는 격이다. 앞서 모질라는 파이어폭스를 개발하면서 구글보다 먼저 오픈소스 코덱만 단독 지원하다가 H.264 콘텐츠 수요에 맞춰 시스코의 무료 코덱을 수용했고, 이를 웹RTC 기능으로 확대했다. 구글은 크롬을 개발하면서 기존 H.264 코덱 지원을 빼지 않고 오픈소스 코덱을 병행 지원하다가 웹RTC 기능에 시스코의 무료 코덱을 수용하기로 한 셈이다.

■ 급진적 변화 따른 부담 최소화 노린 것일 수도

구글의 움직임은 줏대가 없어 보일진 몰라도 급진적 변화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영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여러 갈래로 나뉜 오픈소스 비디오 코덱 기술을 통합하려는 IT업체들의 공조가 진행 중인데, 그 결과물이 나온 이후엔 각 브라우저 업체들이 특정 종류의 코덱을 지원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갈등할 필요가 이전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관련기사: 구글·모질라·시스코·MS, 오픈소스 코덱 공동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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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출범한 '얼라이언스 포 오픈미디어' 얘기다. 이 단체는 구글, 넷플릭스, 모질라, 시스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7개 회사가 창립멤버로 나섰는데 여러 코덱 개발 프로젝트를 단일화하는 오픈소스 활동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로써 오픈H264를 내놓은 시스코가 개발하려던 '토르'와 구글이 만들려던 'VP10'과 모질라가 지원하던 코덱 프로젝트 '달라(Daala)' 등이 통합될 가능성이 열렸다.

창립 당시 예고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로열티를 받지 않고 고화질 비디오, 오디오, 이미지, 스트리밍 정보를 모든 유형의 기기에 대응해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활동에 함께 한다고 밝혔으며, 이런 차세대 비디오코덱의 첫 결과물을 올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에 내놓기로 했다. 이후 회원사 명단엔 어도비, AMD, ARM, 엔비디아, 비됴, 에이트미(Ateme), 이티암(Ittiam)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