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 전구의 항변 "디스 이즈 IoT"

필립스라이팅 스마트 조명 '휴 2.0' 스타터킷 써보니…

홈&모바일입력 :2016/07/06 17:19    수정: 2016/07/07 07:19

정현정 기자

LED 전구 하나가 10만원?

필립스라이팅이 최근 국내에 출시한 '휴(Hue) 2.0' 이야기다. 스마트폰으로 색상과 밝기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음성명령으로 조명을 켜고 끌 수 있는 스마트 조명이다. 지난 2013년 첫 출시됐던 휴 1.0의 후속 제품으로 색상 구현이 정교해지고 애플의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HomeKit)과 연동이 추가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벌브형 조명 3개와 이를 컨트롤하는 전용 공유기 ‘브릿지(Bridge) 2.0’으로 구성된 휴 2.0 스타터킷의 가격은 26만9천원이다. 단품으로 판매되는 전구의 가격은 9만5천원으로 10만원에 육박한다. 스마트 조명 시스템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브릿지의 별매 가격은 8만8천원이다.

단순히 ‘전구’로만 생각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꽝에 가깝다. 올해 2월 조명사업부문을 ‘필립스라이팅’으로 분사시키고 본격적인 커넥티드 조명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나선 필립스는 이 제품을 단순한 조명으로 보지 않고 스마트홈 생태계를 조성하는 제품이라는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물론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버튼 한 번으로 이뤄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아직까지 가정 내에서 사물인터넷(IoT)의 혜택을 즐기기 위해서는 간단하지 않은 절차가 필요했다. 필립스도 아직까지는 첨단 IT 기기를 다루는데 능숙한 이른바 테크-새비(tech-savvy)족을 휴 2.0의 타겟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3년 출시된 '휴(Hue) 1.0'과 새롭게 출시된 '휴 2.0' 신제품 (사진=지디넷코리아)

전구를 소켓에 연결하면 일반 LED 조명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스마트 조명으로 탈바꿈 시키려면 휴 2.0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브릿지에 전원을 공급하고 동봉된 랜선으로 와이파이 공유기와 연결해야한다. 이후 스마트폰을 동일한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연결한 후 'Hue'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준비가 끝난다. 3개의 전구는 각각의 소켓에 연결하고 이에 해당하는 조명 이름을 거실, 침실, 주방 식으로 지정하면 각 방에 맞는 제어가 가능해진다.

우선 눈에 띄는 기능은 다양한 색상으로 조명을 바꾸는 게 가능해 특별한 인테리어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백색이나 황색 등 일반적인 조명 색상 뿐만 아니라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등 1600만가지 색상을 전구를 갈아끼우지 않고 스마트폰 설정 만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조명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색상인 만큼 평범했던 기존 공간도 좀 더 특별한 느낌으로 바뀌는 기분이다.

필립스 '휴 2.0'은 스마트폰 Hue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600만가지 색상 구현이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리케이션에는 휴식, 독서, 집중 등 상황에 맞는 컬러 레시피 뿐만 아니라 ‘사바나의 일몰’, ‘적도의 석양’, ‘북극 오로라’처럼 특별한 느낌을 연출해주는 색상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밝기 역시 0~100%까지 미세하게 조정이 가능하다.

색상 뿐만 아니라 일정한 시각에 조명이 켜지고 꺼지게 설정할 수도 있다. 또 기상, 외출, 퇴근 시간에 맞는 맞춤 설정도 가능하다. 수면모드를 설정해놓으면 미리 맞춰놓은 시간에 자동으로 조명이 어두워지는 기능도 있다. 침대에서 독서를 하다가 잠에 들기위해 다시 일어나 조명을 끌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 'Hue' 애플리케이션에서 색상과 레시피를 선택할 수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여기까지만 생각해도 "유용할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20만원이 넘는 금액을 조명에 투자하기에는 좀 망설여지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전작과 비교해 휴 2.0의 큰 개선사항 중 하나가 애플 홈킷과 연동이다. 홈킷 플랫폼을 통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음성명령(Siri) 만으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고 홈킷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기들과 호환성이 확보됐다.

필립스 휴 2.0으로 구현 가능한 다양한 색상들 (사진=지디넷코리아)

아이폰6S에서 시리를 작동시킨 후 “불 좀 꺼줘”라고 말하니 책상 위 스탠드에 연결된 휴 2.0의 조명이 꺼졌다. “침실 조명을 꺼줘”, “조명 켜” 등 명령을 내리면 자동으로 전등이 켜지고 꺼진다.

현재까지는 애플 홈킷을 지원하는 스마트기기는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나 애플TV를 활용해서만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9월 이후 차세대 모바일 운영체제(OS) iOS10이 출시되면 기본 탑재되는 홈 앱에서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3년 출시된 '휴 1.0'의 브릿지(왼쪽)와 신제품 '휴 2.0'의 브릿지. 사각형 모양으로 좀 더 디자인이 깔끔해졌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또 아직 국내에는 홈킷을 지원하는 연동기기들이 출시되지 않아 서비스에 한계가 있지만 도어락, 온도계 등 제품들의 출시가 이뤄지면 다른 생활가전 제품들과도 연동해 외출해서 집으로 돌아와 아이폰으로 도어락을 해제하는 순간 실내에 조명이 켜지는 등 다양한 스마트홈 기능들도 활성화 될 수 있다.

홈킷이 아니더라도 현재 IFTTT를 통해 세탁기, 커피메이커, 온도계 등 200여개 스마트 가전 기기와 연동해 사용은 가능하다. IFTTT는 ‘IF This, Then That’의 약자로 특정 조건이 성립하면 특정 동작을 실행하도록 조건부 설정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알림이 오면 조명이 깜빡거리도록 하는 등의 명령이 가능하다.

여전히 효용성을 위주로 제품을 평가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현재는 휴 2.0이 벌브형(전구형)으로만 출시됐기 때문에 우리나라 등기구 환경에서 설치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다. 이 부분은 필립스가 향후 스트립(strip)과 고(Go) 등 다양한 형태를 갖춘 제품들을 내놓고 향후 일반 가정 조명까지 모두 휴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품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필립스 '휴 2.0'으로 1600만가지 다양한 색상 구현이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일반 조명과 비교해 가격이 높고 설치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 보니 현재는 IT 기기를 다루는데 능숙한 젊은층이 주요 타겟층이지만 점차 조명을 바꾸고자 하는 30~40대 소비자들까지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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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스마트홈 솔루션에서 필수 요소로 꼽히는 제품 중 하나다. 현재 조명 시장에서 스마트 조명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제품은 'LIFX' 정도인 가운데 필립스라이팅은 스마트홈 시장에 전반적으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가정용 조명을 기반으로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립스의 궁극적인 목표로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필립스 휴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외치는 스마트홈 생태계와 실제 현실의 간극을 체험한 느낌이다. 올해 나오는 애플 iOS10을 기점으로 홈킷 등 다양한 스마트홈 플랫폼을 기반으로 많은 기기들의 연동이 자유롭게 이뤄질 때쯤이면 스마트 조명도 더욱 빛을 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