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현실로...IT업계 후폭풍 주목

글로벌 증시 급락...세계 경제 불확실성↑

인터넷입력 :2016/06/24 15:13    수정: 2016/06/25 15: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가 현실화됐다.

23일(현지 시각) EU 탈퇴 여부를 묻는 영국 국민투표에서 EU 탈퇴 측이 51.7%를 지지를 얻어 잔류 진영을 꺾고 승리를 거뒀다.

이번 결정은 이민자 급증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들이 영향을 미쳤다. 세계 각국은 브렉시트로 인한 경기 위축을 우려하면서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IT업계도 브렉시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섰다. 특히 미국 IT업체들 사이에선 브렉시트발 충격을 우려하는 시선이 꽤 엿보인다.

디지털 단일시장 균열 불가피

IT업계는 예전부터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교역 규모에 따라 영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긍정적인 요소는 별로 없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주피터가 영국 IT 종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브렉시트가 세계 IT 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의견이 65%에 이르렀다.미국 디지털 문화 전문잡지인 와이어드 역시 “인터넷 시대엔 고립된 시장이란 존재할 수가 없다”면서 브렉시트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세계 IT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게 ‘브렉시트’는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영국은 EU 회원국 중에선 가장 개방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따라서 상당한 발언권을 갖고 있던 영국이 떠날 경우 EU가 좀 더 폐쇄적인 시장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부분은 ‘디지털 단일시장’이란 거대한 구상에 구멍이 생긴다는 점이다.

그 동안 EU는 디지털 단일시장을 실현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다. EU 디지털 단일 시장은 크게 다섯 가지 범주로 구성돼 있다.

첫째.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 규칙.

둘째. 고품격의 국경을 넘나드는 배송 서비스.

셋째. 지역 차단(geo-blocking) 불허.

넷째. 디지털 콘텐츠에 좀 더 잘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저작권법 골격.

다섯째. 부가가치세 단순화.

영국은 독일에 이어 EU 분담금 2위국이다. 이런 영국이 EU를 탈퇴함에 따라 EU의 디지털 단일 시장 구상 자체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IT기업들, 세이프하버 어떻게 될까

미국 기업들은 최근 논란이 된 ‘세이프 하버’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세이프하버’란 지난 2000년 처음 도입된 미국과 EU 간의 정보 공유 관련 협약이다. 이 협약 덕분에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은 EU 이용자들의 웹 검색 이력이나 소셜 미디어 업데이트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이 협약은 지난 해 10월 유럽최고재판소(CJEU) 판결로 무효가 됐다가 최근 다시 복구됐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세이프하버’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로선 생각하기도 싫은 시나리오인 셈이다.

미국 기업들이 투표 직전까지 ‘브렉시트 반대’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달 “브렉시트 논쟁 당사자들에게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이해하고 또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선 영국이 EU에 잔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빌 게이츠 역시 MS와 별도로 영국의 EU 잔류를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브렉시트 공방’에서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논의를 활성화하는 플랫폼 역할을 적극 수행했다.

영국 IT기업들도 우려

영국 IT 기업들 역시 브렉시트 반대 쪽에 힘을 실어왔다.

관련기사

통신사인 BT는 전체 매출 중 5분의 1 가량을 영국 바깥 지역에서 올리고 있다. 따라서 EU 회원국으로 계속 남아 있는 쪽을 훨씬 더 선호해왔다. 씨넷에 따르면 BT는 그 동안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잔류하는 게 회사엔 더 이득이 된다는 입장이다”고 밝혀왔다.

텔레포니카의 로반 던 최고경영자(CEO)도 비슷한 입장이다. 던은 지난 5월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영국은 좀 더 효율적인 경쟁을 위해서라도 EU 시장과 무한 접속될 필요가 있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경제가 장단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많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