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골라줘"...'음성비서 TV' 각축전

애플, 아마존 등 음성인식 지원 '총력'

방송/통신입력 :2016/06/22 11:38    수정: 2016/06/22 13:51

음성기반 디지털 비서 기술의 각축장이 모바일을 넘어 TV로 확장되고 있다. 애플은 시리(siri)를, 아마존은 알렉사(Alexa)를 각각 자사 OTT(Over The Top) 박스에 더 깊숙이 연결시키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유료방송 사업자인 컴캐스트도 클라우드기반 N스크린 플랫폼 X1을 중심으로 음성 비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TV 안으로 더 많은 디지털 콘텐츠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원하는 영상을 즉각적으로 불러올 수 있는 음성 비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더불어 TV를 중심으로 가정내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연결될 때, TV에 결합된 음성 비서를 통합 콘트롤러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작용했다. 이런 이유로 “TV의 미래가 음성 비서에 달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애플TV

■'음성 비서' 각축장된 TV

지난 13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컨퍼런스 WWDC2016을 통해 애플TV 운영체제인 tvOS의 새로운 기능을 공개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지난해 9월 애플TV를 처음 공개했을 때 보다 디지털 음성 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가 더 강력하게 결합됐다는 점이다.

시리에게 말만하면 영화, TV프로그램, 유튜브 등 65만개 데이터베이스에서 원하는 영상을 척척 찾아준다. 주제 검색 기능이 추가돼 제목을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보고싶은 주제의 영상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예컨대 “80년대 만들어진 하이스쿨 코미디물 찾아줘”같은 검색이 가능하다. 또 유튜브 내 검색도 가능해졌다. 시리에서 “유튜브에서 웃긴 고양이 비디오를 찾아줘” 같은 음성 명령이 가능하다. 디렉TV의 인터넷기반 방송 채널 묶음 서비스 ‘슬링’이 새롭게 tvOS 앱으로 추가되면서, 시리를 통해 ESPN, CNN 등 실시간 채널 열기도 가능해졌다. 이 밖에도 "몇 분 앞으로 건너뛰기(스킵)”나 “그가 뭐라고 말했지”라고 물어보면 10초 뒤로 돌아가 자막을 보여주는 음성 명령도 tvOS 초기 버전부터 포함돼 있다.

아마존 역시 TV에 디지털 음성 비서 기능을 결합하려는 중이다. 지난달 아마존은 TV셋톱박스인 파이어TV에 디지털 비서 서비스 ‘알렉사’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전에는 아마존 서비스에만 한정해 알렉사를 활용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HBO 고, 훌루, 쇼타임, 스타즈 등 60여개 외부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적용됐다. 시리와 마찬가지로 음성으로 앱 열기, 특정 영상 재상하기 등이 가능하다.

전통 미디어 회사인 컴캐스트도 지난해 5월 X1 셋톱박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음성 검색이 가능한 리모콘을 선보인데 이어, 최근엔 X1의 음성 비서 기술을 애플, 아마존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10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 강한 의지를 내비추고 있다.

컴캐스트의 이러한 기능은 특히 이번 리우 올림픽 기간에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컴캐스트의 자회사인 NBC는 이번 올림픽의 모든 경기를 TV와 온라인을 통해 중계할 예정이다. 이는 250일 동안 하루 24시간 볼 수 있는 양으로 방대하다. 컴캐스트는 가입자들이 X1을 이용해 리우올림픽 중계 중 원하는 방송을 더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종목, 선수, 국가 별 검색기능을 제공하고 미국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클 때 알람을 설정할 수도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아마존 파이어TV

■원하는 영상을 눈앞에...TV의 미래 '음성비서'에 있다?

실시간 방송뿐 아니라 주문형비디오(VOD), 유튜브 같은 클립형 동영상, 네플릭스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등 다양한 콘텐츠가 하나의 TV 화면 안으로 들어와 소비되는 추세는 모든 방송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다. 단지 애플TV나 아마존 파이어TV 같은 OTT(Over The Top) 셋탑박스에만 해당하는 변화는 아니다.

따라서 수 많은 콘텐츠 중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불러오는 기술은 향후 TV 플랫폼 경쟁에서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 아마존, 컴캐스트 등은 음성 비서가 더 쉽고 편리한 TV 인터페이스의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신제품 발표회에서 팀쿡 애플 CEO는 “TV의 미래는 앱에 있다” 고 선포했다. TV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소비하는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될 것이란 의미다. 실제 애플은 단 9개월만인 올해 WWDC에서 애플TV를 통해 1300개 이상의 비디오 채널과 600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올해 WWDC에서 에디 큐 부사장은 “TV의 미래는 앱에 있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후 이용할 수 있는 앱의 수가 많아진 것보다 어떻게 시리를 통해 더 쉽고 즉각적으로 수 많은 앱과 그 안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더 강조했다.

컴캐스트 브라이언 로버츠 CEO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X1의 음성 비서 기능을 설명하며 “이것이 텔레비전의 미래”라고 규정했다.

이들 업체들은 또 TV가 홈IoT 허브로 기능을 확장하면, 음성 비서가 통합 콘트롤러 기능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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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TV 사용자들은 알렉사에게 개봉 영화 시간표나 주변 음식점 정보에 대한 질문도 할 수 있다. 킨들 라이브러리에 있는 책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기능은 모두 스피커형 음성 비서 제품 ‘에코’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아마존은 파이어TV의 알렉사 기능을 에코 만큼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 중이다.

애플 역시 tvOS 업데이트를 통해 IoT 플랫폼 홈킷으로 연결된 기기들을 TV에서 시리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컴캐스트도 X1에 음성 비서를 강화해 아마존 알렉사처럼 스마트홈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