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핀테크 기업 '플라이드'에 500억원 베팅한 이유

인터넷입력 :2016/06/21 13:56

손경호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 큰 손인 골드만삭스가 핀테크 스타트업인 플라이드 테크놀로지스에 4천400만달러(약 510억원)을 투자했다.

금융사와 핀테크 스타트업 간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협업 또는 경쟁하는 일은 국내외에서 흔하지만 이 투자가 주목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해부터 고객 은행 계좌 내부 정보를 알려달라는 핀테크 기업들과 고객 비밀번호가 유출되거나 은행 웹사이트 데이터 트래픽이 폭주한다며 불평해 온 은행들 간 논쟁에서 플라이드가 해결사처럼 등장했기 때문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플라이드는 은행 계좌 정보를 다른 핀테크앱이나 웹사이트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연동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 중이다. 은행 앱이나 웹사이트가 아닌 다른 서비스에서도 은행 계좌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했다.

플라이드는 각종 핀테크 앱이나 웹사이트가 은행 계좌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연동시켜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급 중이다.

플라이드와 유사한 서비스는 이전에도 있었다. 요들리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대출,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서로 다른 개별 금융사의 금융망을 하나로 모아 계좌 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요들리는 전 세계 1만2천500개에 달하는 금융망을 연동시켰다.

문제는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해 지난해부터 은행들이 자사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들을 안전하게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은행 계좌 정보를 핀테크 기업에 공유하다가 비밀번호가 노출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그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수많은 핀테크 서비스들이 해당 은행 계좌 정보를 조회하다보니 은행 웹사이트에 대한 트래픽이 폭주할 수 있다는 점도 불만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JP모건 등은 미국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민트가 자사 고객 계좌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게 제한했다. 민트는 고객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계좌들을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은행들은 민트 탓에 자사 웹사이트 데이터 트래픽이 폭주했다고 불평했다.

이 같은 불평은 미국서 핀테크 기업, 은행, 금융규제당국 간 논의로 이어졌다. 핀테크 기업들은 고객들이 핀테크 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 자신의 은행 계좌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무료여야만한다고 주장했다. 은행들은 고객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도 자신들이 보유한 서버가 (핀테크 서비스로 인해) 폭주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런 배경에서 플라이드는 골드만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은행 계좌 정보를 필요로 하는 핀테크 기업들과 은행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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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페렛 플라이드 공동 창업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업계에서 많은 논의가 진행됐다"며 "우리는 고객들이 그들의 데이터에 접근해서 언제, 어디서든 필요할 때 활용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골드만으로부터) 펀딩을 받은 것은 우리가 하려는 작업에 대해 (은행, 핀테크 기업 등으로부터) 공개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투자 파트너스에서 벤처캐피털 및 성장자본팀을 공동총괄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다위는 "우리는 이러한 논의가 플라이드에 투자하게 된 핵심 이유"라며 "은행들 최대 관심사는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마찰을 줄이고, 금융혁신을 이루는 것"이라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