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③복지와 차별의 갈림길

"기술 이상의 융합적 논의가 절실할 때다"

방송/통신입력 :2016/06/13 14:04    수정: 2016/06/29 10:16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제4차 산업혁명'이 몰고올 파장에 대해 탐구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ICT 기술로 촉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상을 펼쳐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산업 지도가 급변하고 노동과 교육 등 삶의 뿌리가 근본부터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지디넷코리아는 국내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미래 세상을 예측하고 우리가 대비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 A씨는 얼마 전 한 통신사와 건설사가 신축한 아파트에 입주했다. 기러기 아빠라 외로운 그에게 스마트홈 서비스는 특히 더 유용하다. 스스로 알아서 A씨의 외출과 귀가를 인식해 조명과 난방을 켜고 꺼주기 때문에 집에 들어와도 적적함을 덜 느낀다. 모든 가전제품이 하나의 스마트홈 앱으로 통합 제어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A씨가 잠자리에 든다. 움직임이 없자 조명이 알아서 꺼지고, 취침에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된다.

#. 농부인 B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시 남자였다. 지금은 누가 봐도 농부인 그가 마음 편히 귀농한 이유는 한 통신사가 선보인 ‘스마트팜’ 서비스 덕분이다. B씨는 몸에 좋은 버섯을 재배해 보기로 하고 지방으로 내려와 기가 스마트팜 설비를 구축했다. 부족한 버섯 재배 상식에 대해서는 똑똑한 스마트 팜이 조언자 역할을 해주고 있다. 스마트팜이 온도, 습도, 일사, CO2, 토양 등 최적의 재배환경을 알려주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먼 미래가 아닌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의 일이 됐다.

가까운 미래를 상상한 상황이지만 A씨 사례처럼 통신사와 건설사가 손을 잡고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B씨 사례처럼 농사일에도 최첨단 기술이 접목되고 융합돼 새로운 기회와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모든 것이 연결되고, 보다 지능적인 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홈(왼쪽), 스마트팜(오른쪽), 5G(아래).

4차 산업혁명이란 정보통신기술(ICT)이 제조업 뿐 아니라 전통 산업에 접목되고 융합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뜻한다. 디지털과 물리세계의 결합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머신러닝(기계학습), 로봇기술, 생명과학 등이 생활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국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인지하고, 여기서 기회를 찾으려는 시도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인공지능, 머신러닝, 나노기술, 로보틱스, 3D 프린팅, 유전학, 생명공학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들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구글이나 테슬라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현대자동차도 자율주행자동차 연구개발에 뛰어든 상태며,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대표 통신사들은 사물인터넷 시대를 맞아 5G 네트워크 기술력과 표준화 확보에 힘쓰고 있다. KT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들은 원격검침이나 어린이 안전 서비스와 같은 전국 단위의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전국에 IoT 전용망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지능형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에너지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에너지 사용을 효율화 하고, 비용을 절감시키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출자해 만든 모태 펀드 KIF 투자운영위원회는 올해 1800억원 규모의 5개 펀드를 결성해 이중 최대 70%의 금액을 지능정보기술(인공지능), VR, AR, 핀테크 등 정부가 발표한 10대 전략 사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 연구와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는 'AI랩'을 각각 운영 중이고,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도 게임분야에 한정되기는 했지만 AI랩을 신설, 연구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양대 에이스 랩의 혼잡상황 주행지원 시스템 개념도.
한양대 연구팀의 새로운 수소연료전지 분리막 메커니즘 모식도.

스타트업인 옴니어스는 딥러닝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패션 검색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 취향에 맞는 패션 상품과 스타일을 추천해주고 있다. 국내 인공지능 기반 개인 일정관리 서비스 제공스타트업인 코노랩스와 빅데이터 분석 전문 스타트업인 오피니언8은 합병을 통해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 개발 역량을 결합,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또 한양대 자율주행지원기술개발사업이 한-프랑스 정부지원 사업으로 선정됐다. 연구 책임을 맡은 한양대 에이스 랩은 혼잡주행구간 주행지원시스템의 핵심 알고리즘 개발과 시스템 통합을 담당할 계획이다.

아울러 같은 대학 공대의 에너지공학과에서 개발한 연료전지분리막 연구 논문(나노크랙 작동 자기가습 분리막)이 학술지인 네이처 온라인 판에 게재되는 성과도 있었다. 미래부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진행된 해당 연구 결과물은 저가습 조건에서도 작동이 가능하게 한 지능형 고분자 전해질 분리막이다. 보급형인 소형 자동차나 가정용 수소연료전지를 만들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부과제로는 인공지능분야 SW 육성을 위한 ‘엑소브레인’(언어지능)과 ‘딥뷰’(시각지능)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엑소브레인에는 10년간 1천70억원이 지원되며 딥뷰에는 ETRI를 포함해 광주과학기술원, 포항공대, SK텔레콤 등 229개 기관이 참여해 시각 지능 플랫폼을 개발 중에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ETRI

특히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는 지능형 SW의 산업적 활용을 위해 엑소브레인과 딥뷰 등 R&D 성과를 2018년까지 조기 산업화하기로 했다. 또 2020년까지 초소형초저전력 지능형 반도체 핵심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수준의 지능형 SW와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ICT 강국’ 옛말…정부 투자↑, 규제↓

그러나 ICT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과도한 규제와 빨라진 변화의 속도에 대응이 뒤져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기술과 인력 수준이 한참 밀려났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과거 10년 간 소프트웨어 인력이 붕괴돼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실은 얼마 전 큰 충격을 안겨준 ‘알파고’의 등장과 구글과 테슬라의 상상의 뛰어넘는 자율주행차 등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한국은 인공지능 시대를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먼 미래로 인식한 반면, 미국과 중국 등에서는 이미 상용화를 앞둔 서비스로 기술 개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대비 약 4년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무서울 만큼 빨라진 기술 진화 속도를 감안하면 4년의 격차는 결코 적은 것이 아니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지능형 소프트웨어 기술은 미국을 100점으로 할 경우 75~76점 수준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지능정보기술(인공지능)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민관이 주도해 지능정보기술을 키워야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에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헤쳐 나가고자 민간이 주도하는 인공지능 연구단체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연내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연구소 설립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현대자동차, 한화생명이 합류 계획을 밝혀 총 7개 기업이 참여한다. 이들 기업은 각각 30억원씩 총 21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래부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포함한 지능정보기술과 전문인력 양성, 인프라 구축 등에 향후 5년 간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미래부가 편성한 인공지능 관련 예산은 1천388억원이며, 내년에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2천억원 내외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향후 5년 간 2조5천억원 이상의 민간 투자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동력으로 꼽는 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O2O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개선키로 했다. 규제 장벽을 허물어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넓히겠다는 뜻이다.

먼저 상반기 내에 IoT 전용 전국망을 구축해 IoT 생태계를 마련하고, 클라우드 분야는 각종 규정 및 지침에 의한 물리적 서버망분리 규정을 개선해 민간 분야의 클라우드 확산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보호 활용을 어느 정도 풀어주고, 위반 시 엄격한 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제도 개선이 마련되는 것이다. O2O서비스는 분야별로 기업들이 제기했던 규제 현안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20대 국회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20대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송희경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을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혁신이 중요하다고 판단, 소프트웨어 진흥 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국회 개원 첫 날 열어 주목을 받았다.

관련기사

송희경 의원실이 13일 주최한 '미래 일자리 소프트웨어가 답이다' 세미나.

송희경 의원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소프트웨어는 미래 먹거리인 ICT 산업의 성패와 미래 일자리를 좌우할 것”이라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이 마음껏 혁신하고 성정해 나갈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하루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관련 정책들을 입법화 하는 데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규제 개선 등을 통한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 및 서비스 기대효과.(사진=미래창조과학부)

미래창조과학부 최동원 지능정보산업육성팀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요소인 지능정보기술은 인재, 데이터 인프라, 벤처 기업들의 다양한 서비스 개발 등이 중요하다”며 “기술면에서 한국이 외국에 비해 뒤쳐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에서 활용되는 시작 단계인 만큼 우리도 빨리 대응하고 육성해 나간다면 기회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