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시대, 정부 금융규제 달라진다

인터넷입력 :2016/06/08 18:04    수정: 2016/06/08 18:28

손경호 기자

금융과 기술을 조합해 더 편하고, 많은 혜택을 주는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를 가진 '핀테크'가 국내서도 하나의 생태계로 커나가고 있지만 전통 금융산업에 적용했던 잣대들을 그대로 들이대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의견들이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금융산업이 고객들의 '계좌(account)'를 중심으로 여러 금융상품을 연계하면서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카카오톡, 라인, 네이버 등 웹 기반 플랫폼에 가입한 '회원(member)'을 기반으로 여러 금융서비스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연계되고 있다.

이를 두고, 7일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금융플랫폼 변화 관련 대응전략 워크샵'에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핀테크로 인해 "인증-채널-상품으로 연결되는 금융플랫폼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가 말했듯이 이제는 "은행업무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하지 않은(Banking is necessary, but banks are not)" 시대가 돼가고 있는 만큼 금융규제도 달라져야한다는 설명이다.

■금융플랫폼 어떻게 바뀌고 있나

사용자를 인증하는 단계에서는 영업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서도 비대면 실명확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도입됐고, 지문 등 생체인증을 활용해 계좌개설까지 가능하게 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시중은행 11곳이 비대면 실명확인을 도입했고, 올해 안에 5개 은행이 추가로 이러한 인증을 도입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새로 개설된 계좌수는 3월말 기준 2만4천337건이다.

금융사와 고객들이 직접 거래가 발생하는 채널 역시 과거 영업점, ATM 등이 중심을 이뤘다면 이제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영업점을 대체하는 태블릿브랜치, 은행 창구업무 대부분을 대체하는 키오스크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영업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천278개로 2012년 말 7천835개에서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다. 올해는 주요 5개 은행에서 151개 영업점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영업점 대신 스마트폰이 이체, 송금, 결제, 심지어는 대출수단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네덜란드 중앙은행(DNB)은 금융산업의 변화를 3가지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기존 금융 기관이 기술혁신에 적응하는 것이다. 기술력은 가진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기존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이 금융시장을 분할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애플, 구글과 같은 거대 IT기업이 대형 핀테크 기업으로 변신하면서 시장을 장악하는 일이다.

■정부, 3가지 방향으로 규제 적용

핀테크가 촉발한 금융플랫폼의 변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됐다. 문제는 이런 흐름 속에서도 소비자들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금융규제는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전통 금융산업에 적용했던 규제를 그대로 새로운 금융플랫폼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금감원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크게 3가지 감독방향을 제시했다.

먼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금융당국은 새로운 전자금융서비스에 대해 보안성 심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심사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길게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점 때문에 폐지됐다. 대신 금융사나 전자금융서비스 사업자가 자체 보안섬 심의 결과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는 사후심사로 운영된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김용태 팀장은 "앞으로 금융사 자체 보안성 심의 결과에 대한 점검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전자금융서비스에 대한 약관을 사전심사, 모니터링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후심사라는 틀을 유지하되 약관에 대해서는 사전심사를 통해 개인정보유출 우려 등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르면 내년 상반기 출범이 예상되는 인터넷전문은행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해서도 점검을 강화한다.

두번째는 비대면 채널을 통해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고객들에게 금융상품에 대해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지는 불완전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소비자가 충분히 상품의 위험성을 이해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금융사, 핀테크 기업들이 자체 점검기능을 마련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비대면 실명확인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지문 등 생체정보를 안전하게 저장,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점검이 이뤄진다. 예를들어 금융사가 제공하는 비대면 실명확인에 필요한 생체정보를 관리하는 제휴IT기업에 대해 안전하게 해당 정보를 수집, 관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국제 감독기관 및 해외 감독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며 글로벌 규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금감원도 바젤위원회(BIS)가 운영하는 TF에 참여해 금융기술 변화에 따른 감독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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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영국FCA가 도입한 '규제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와 같은 제도도 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기존에 전자금융거래법, 신용정보법, 자본시장법 등과 같은 금융규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김 팀장은 "핀테크 테스트베드가 실제 서비스가 구현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규제샌드박스는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서비스를 운영했을 때 금융사고에 영향이 없다고 판단되면 거꾸로 규제 개선을 검토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7월부터 본격적으로 핀테크 기업 등이 개발한 서비스를 규제샌드박스 안에서 운영해 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