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꿀꺽', 공기청정기 '수소차' 각광

수소전기버스 1대, 디젤차 50대 배출가스 감축

카테크입력 :2016/06/05 11:28    수정: 2016/06/06 16:42

정기수 기자

최근 수소연료전지 전기차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확인하는 시연행사가 열렸다.

현대자동차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에어리퀴드사 기술연구소에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투싼ix 수소전기차' 앞뒤에 미세먼지가 들어 있는 애드벌룬과 속이 비어 있는 애드벌룬을 각각 장착했다.

시동을 걸자 차량 앞쪽 공기 흡입구와 연결된 애드벌룬은 부피가 작아지고, 배기구와 연결된 애드벌룬은 점점 팽창했다. 공기 중 산소와 차량 내 저장된 수소를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발생된 전기로 구동하는 수소전기차가 외부 공기를 빨아들인 후 물을 포함한 청정공기로 내뿜은 것이다.

■수소차 공기필터, 대기 미세먼지 99.9% 정화

이 과정에서 오염된 외부 공기는 차량을 거치면서 순식간에 청정공기로 변했다. 수소전기차는 공기를 정화해 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물을 만드는 주요 장치)에 공급하기 때문에 일반 차량에 장착되는 필터 보다 훨씬 성능이 우수한 공기 필터를 적용하고 있다.

만약 공기 필터가 걸러내지 못하는 미세먼지가 있다면 가습 과정에서 추가로 저감되며, 스택 내부 미세기공 구조의 탄소섬유 종이로 된 기체확산층(공기를 연료전지 셀에 골고루 확산시키는 장치)을 통과하면서 또 한 번 걸러지게 된다. 2중, 3중의 공기 정화 기능이 있는 셈이다.

시연 과정에서 공개된 공기 필터의 색깔 변화는 극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흰색의 필터가 미세먼지 저감 시연 이후 마치 검정 매연을 뿌려 놓은 듯 까맣게 변색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전기차의 공기필터는 대기 중의 미세먼지(PM)를 99.9% 정화할 수 있다"며 "SOx를 포함한 화학물질도 상당 부분 정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수소전기차 미세먼지 저감 시연(사진=현대차)

이날 미세먼지 저감에 앞서 진행된 투싼ix 수소전기차의 분산발전 시연도 많은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차량 시동 버튼을 누르자 투싼ix 수소전기차가 생산한 전력이 별도 인버터를 통해 쏘울 EV와 아이오닉 일렉트릭, 그리고 TV로 공급됐다. 차량이 정전 및 전력 피크 시 전력계통, 산업 또는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이른 바 발전기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실제 수소전기차 10만대를 V2G(차량 전력의 외부 송전) 기술로 연결하면 구축 비용 약 3조원(한국형 표준원전 기준)에 달하는 1GW(10만대 × 10㎾/대=1GW)급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량을 확보할 수 있다.

온실가스감축 효과도 커 수소전기차를 100만대를 운행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210만t가량 줄어 든다.

한편 이날 시연행사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정진행 현대차 사장 등 일행은 브느와 뽀띠에 에어리퀴드 회장 등을 만나 수소차 확산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수소전기버스 1대로 디젤차 50대분 미세먼지 감축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잇따르고 미세먼지에 의한 대기 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궁극의 친환경차인 수소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물 이외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데다, 외부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도 있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기차와 달리, 직접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비상 시 산업 또는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 및 에너지 저장소(ESS) 역할도 수행 가능하다.

특히 수소전기차 1대가 1㎞를 달리면 미세먼지를 최대 20mg 저감하는 효과가 있다. 디젤 중형 승용차가 1㎞ 주행 시 배출가스를 통해 미세먼지를 약 10mg 발생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소전기차 1대가 최대 디젤차 2대 분의 배출가스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셈이다.

특히 수소전기버스의 경우엔 최대 디젤 중형승용차 40~50대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 만약 수소전기버스가 전국에 등록된 CNG(압축천연가스) 버스(2016년 4월 국토부 CNG 사업용 승합 기준 3만627대) 수준으로 도입될 경우 이론적으로 디젤 중형승용차 약 122만5천80대~153만1천350대 분의 미세먼지 배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글로벌 수소경제 속도전… 차량 보급 및 충전소 확대 총력

수소경제 구현을 위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행보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특히 주요 국가들은 수소경제 구현의 핵심인 충전 인프라를 늘리고, 수송용 수소전기차 보급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월 '2016-2020년 신에너지차량확대보급사용' 관련 발표를 통해 전기차(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는 단계적으로 보조금을 축소하는 반면 수소전기차(FCEV)에 대한 보조금은 유지하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EV와 PHEV 지원은 2016년 대비 2017년~2018년은 20%, 2019년~2020년은 40% 가량 보조금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중국은 현재 EV는 2만5천~5만5천위안, PHEV는 3만위안, FCEV는 20만위안까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중국은 중·장거리 수송에 장점이 있는 수소전기버스를 개발하기 위해 캐나다 업체 등을 활용한 수소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표=현대차)

일본의 경우엔 지난 20여 년간 수소사회를 국가 비전으로 설정하고 산업기반 구축을 위해 민관 공동으로 로드맵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는 에너지기본계획 법안을 통해 '수소 사회' 실현을 명문화한 상태다.

이미 일본은 토요타 미라이 출시를 기해 수소연료전지 시장을 '실증'에서 '보급' 단계로 전환했고, 2030년 수소충전소 900기 구축, 수소전기차 80만대 보급을 진행하고 있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완성차 업체와 JX에너지, 이와타니산업, 도쿄가스 등에너지 업체는 공동법인 설립을 통한 충전소 확충도 검토 중이다. 또 LPG, 도시가스 등의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 전기와 온수를 공급하는 가정용 연료전지 보급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주도하에 오는 2025년까지 330만대의 차량을 보급하고, 다수의 완성차 및 에너지 업체가 참여하는 충전소 보급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독일, 영국,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차량 및 충전소 보급을 늘리고 있다. 특히 수소전기버스의 경우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500~1천대)로 보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3일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정부합동 발표에서 수소전기차 보급 대수를 2020년 1만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보조금 외에 지자체 차원의 구매 보조금을 도입하고, 수소전기차 가격 인하도 유도할 방침이다.

수소 충전소는 2020년까지 100곳(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발표 기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각종 규제도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또 오는 2020년까지 수소전기차 연비를 10% 높이고, 수소버스도 올해 실증과정 등을 시작, 오는 2020년부터 본격 보급할 예정이다.

■현대차, 2018년 차세대 수소차 출시...대중화 시대 초읽기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은 오는 2018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를 계기로 본격화 될 전망이다. 우선 현대차가 2018년 차세대 전용 모델을 출시한다. 현대차가 개발 중인 신형 수소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 1회 충전 주행거리가 크게 향상돼 800km 이상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형화 및 경량화 기술을 총 집약해 전체적인 차량 성능을 끌어올리면서도 충분한 거주 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에 다임러벤츠도 시장에 가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임러벤츠는 양산에 앞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0년에는 기아차도 신차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든다. 이밖에 올 초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수소전기 컨셉트카를 공개한 아우디는 물론 토요타와 '연료전지(FC) 시스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한 BMW도 수소전기차를 오는 2020년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혼다와 수소전기차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GM(제너럴모터스)도 차량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포드의 경우엔 닛산, 다임러벤츠 등과 수소전기차 공동개발 협정을 체결했으며, 폭스바겐도 캐나다 수소전기 전문업체 발라드파워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차량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융합스테이션에서 동시충전중인 투싼 ix 수소차(사진 왼쪽)와 쏘울 EV 전기차(사진 오른쪽) (사진=지디넷코리아)

앞서 지난 2013년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투싼ix 수소전기차를 선보인 바 있다. 이어 지난 2014년 말 토요타 미라이, 올해 혼다 클라리티가 시장에 가세했다.

특히 토요타는 지난해 말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90%까지 줄이는 '토요타 환경 챌린지 2050'을 발표하며 수소전기차 비롯한 친환경차를 전면에 내세운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 역시 2020년 이후 수소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2018년부터 앞다퉈 차량을 출시할 경우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각국의 인프라 확충이 속도를 내게 되고, 이에 따라 고객들의 수요가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프로스트 앤 설리반은 2022년 10만6천대, IHS는 2020년 6천대, 2022년 1만1000대, 그리고 디지털리서치는 2025년 25만대 규모로 글로벌 수소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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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위해선 많은 시장 플레이어의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세계 최초 양산 성공, 10대 엔진 선정 등에서 보여줬던 선도적 입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