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자율차 ‘두뇌’ 책임지는 韓人박사

[조재환의 미래車리더]오토파일럿팀 박민우 박사

홈&모바일입력 :2016/06/03 18:17    수정: 2016/06/07 09:47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16주년을 맞아 기자 연재물을 신설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좀 더 깊이 있는 소식을 색다르고 친절하게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1차로 '조재환의 미래車리더' '안희정의 쇼핑愛세이' '임민철의 Webology' '정현정의 미즈리뷰' '백봉삼의 호갱작전' '임유경의 크로스미디어' '김익현의 미디어읽기' '이도원의 게임인재' '남혁우의 취중진담' 등이 준비 돼 있습니다. 이밖에도 앞으로 더 많은 기자가 연재 코너를 만들 것입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우리의 최종 목적은 가능한 빨리 완전 무인 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팀에서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분야 카메라 센서 처리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박민우 박사가 밝힌 팀의 최종 목적이다.

그의 전문분야인 ‘컴퓨터 비전’은 사람의 두뇌와 눈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컴퓨터의 연산, 기록장치와 카메라로 구현시키는 기술이다. 수학, 물리, 통계, 영상 처리, 인공지능, 기계학습 기술등이 ‘컴퓨터 비전’ 기술 분야에 속한다. 자율차 시스템의 '두뇌'를 연구하는 셈이다.

박민우 박사는 패러데이퓨처에서 자율주행분야 연구를 담당하는 오상민 박사의 추천으로 지디넷코리아 릴레이 인터뷰 연재 시리즈 ‘미래車리더’ 세 번째 주자로 선정됐다. 그에게 테슬라에 입사하게 된 계기, 오토파일럿팀의 최종 목표, 자동차 분야 연구를 희망하는 후배들을 향한 조언 등을 들어봤다.

테슬라 오토파일럿팀 소속 박민우 박사. 그는 지디넷코리아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미래車리더' 세 번째 주자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학창시기

1977년생인 박 박사는 2000년대 초반 닷컴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난 1996년 고려대학교 전기전자전파 공학부에 입학한 그는 3년 병역특례 과정을 거쳐 2004년에 학부를 졸업했다.

박 박사의 학창생활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학부 과정 중 필수과목인 'C 코드‘와 ’자료구조‘에서 C학점을 받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필수과목에서 C학점을 받으면서 코딩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대학 마지막 학기를 남긴 채 휴학하며 비트컴퓨터 직장인 과정에 합격했고 이곳에서 6개월 내에 코딩에만 전념했죠.”

그는 이후 2000년대 초반 닷컴붐에 힘입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프리랜서로 일했고, 광학 문자 인식으로 유명했던 한 중소기업에서 병역 특례를 하게 됐다. 그 사이에 남들보다 빠른 지난 2002년 지금의 부인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코닥에서 컴퓨터 비전 연구에 전념

컴퓨터 비전에 대한 박 박사의 관심과 연구활동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유학길에서부터 시작됐다. 박 박사는 이때부터 자신의 연구 분야를 ‘컴퓨터 비전’으로 잡은 것을 인생에서 가장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지난 2010년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코닥 리서치 랩에서 머신러닝 및 컴퓨터 비전 분야 연구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코닥에서 특허출원과 학술 저술 활동을 진행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9개의 특허를 받아냈다. 이 중 두 개는 애플 소유로 넘어갔다.

하지만 그는 코닥에서 또 한번의 시련을 겪게 된다. 2012년 코닥이 파산 선언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가 속한 포토 분야는 다른 회사에 넘어갔다.

코닥 파산에도 불구하고 그는 컴퓨터 비전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미국 국방부의 펀딩을 받는 비디오 관련 기술 회사 ‘오브젝트비디오(Object)’로 이직해 컴퓨터 비전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끊임없는 그의 컴퓨터 비전 연구는 마침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가 미국 CIA 산하 IARPA에서 1천560만달러(약 184억)의 펀딩을 받게 됐다.

“GPS나 메타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된 사진으로부터 사진이 찍힌 장소를 유추하는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 기술 등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테슬라 자율주행모드 오토파일럿 실행시 계기반에 나타나는 화면, 차량 주변 상황 등을 체크할 수 있다. (사진=씨넷)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

박 박사는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박사과정 때부터 자동차와 컴퓨터 비전 분야 융합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여러 자동차 회사의 채용공고를 살펴보던 중 컴퓨터 비전 엔지니어 자리를 모집한다는 테슬라에 지원하게 됐고, 지난 2015년부터 테슬라 오토파일럿팀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박 박사는 처음엔 테슬라를 단순히 탁월한 전기차 회사라고만 여겨왔다. 하지만 그는 테슬라 입사 후 친환경 및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회사의 열정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테슬라의 매력은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겠네요. 일론 머스크,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구현하는 회사의 명확한 비전,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기술 개발 및 상품화, 소비자의 피드백을 즉각 수렴하는 '오버 더 에어(Over the air)' 업데이트, 많은 테슬라 고객들의 주행 데이터 축적 시도 등이 제가 본 테슬라의 매력이에요.”

박 박사가 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어떤 사람일까?

“지난 1년동안 머스크 CEO와 수 없이 많은 미팅과 데모를 진행해왔습니다. 머스크 CEO는 통계적인 실험 결과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안되더라도 직접 시도해보자는 마인드가 강한 사람입니다. 만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것을 밀어붙이는 강인함도 가지고 있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직원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습니다.”

테슬라가 올해 독일 프랑크프루트 모터쇼 당시 공개한 오토파일럿 개념도 (사진=테슬라)

■“오토파일럿팀의 최종 목적은 완전 무인 주행”

박 박사는 지디넷코리아 ‘미래車리더’ 첫 번째 인터뷰 대상자인 조형기 박사와 함께 테슬라 오토파일럿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한 오토파일럿 팀 내 구성원 중 6명이 한국인이다.

“제가 미국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우리나라 말을 쓰게 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테슬라에 소속된 한국인들은 아주 우수한 실력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실력도 인정받고 있구요. 새로운 기술 개발에 대해 서로 잘 도와주고 끌어주는 문화도 형성되어 있어요.”

박 박사는 오토파일럿팀에서 자신의 전문 연구분야인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자율차 카메라 센서 처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수학, 물리, 통계, 영상 처리, 인공지능, 기계학습 등 여러 가지 분야를 접목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및 IT 업계에서 매우 어려운 업무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오토파일럿팀의 최종 목적을 ‘완전 자율주행’으로 꼽았다.

“최대한 빨리, 완전 무인 주행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머스크 CEO가 언론에서 말한 것과 같이 신뢰성 있는 100%의 자율주행 시스템 구현이 가장 중요합니다. 사람이 사고에 대한 걱정 없이 편한한 마음으로 걷는 것 같이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 고객에게 믿음을 주면 무인주행이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제공할 수 있겠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1일 오후(한국시각) 모델 3 발표회에서 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을 모델 3에 적용시킨다고 밝혔다. (사진=테슬라)

■“한국 자동차 산업, 코닥과 같은 실수 하지 않기를”

박 박사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코닥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코닥은 지난 1974년에 가장 처음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지만, 회사 경영진들이 필름을 싸게 만드는 화학기술 노하우 개발에 눈이 멀어, 디지털 카메라프로젝트를 외면한 것이 생각납니다. 저는 한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뛰어난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기술들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코닥이 했던 그런 실수를 하지 않고 계속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오는 2018년 국내서 판매될 예정인 보급형 전기차 '모델 3'가 국내 전기차 산업의 자극제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정부가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 실현과 충전소 인프라 등의 기반 시설 확충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것의 그의 의견이다.

■“탁월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키워야”

박 박사는 마지막으로 첨단 자동차 개발에 나서고 싶은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남겼다.

"탁월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자율주행, 노이즈 컨트롤, 운행 컨트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센서, 차량 간 통신 등의 시작은 바로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는 앞으로 더욱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는 또 어려움을 두려워 말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회사와 학교 생활이 매일 쉽고 즐겁기만 하다면, 아마 본인이 그곳에서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야 안전할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려운 일들을 하나둘씩 생산적으로 잘 이겨 나가다 보면, 사람과의 관계와 일하는 능력에 있어서 성장한 자신을 반드시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을 자신감을 가지고 극복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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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박사는 지디넷코리아 연재 인터뷰 ‘미래車리더’ 네 번째 주자 선정을 고민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유력한 인물은 현대차 미국법인에서 근무중인 이찬규 박사다.

지디넷코리아는 ‘미래車리더’ 네 번째 주자가 확정되면 곧바로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