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레스토랑은 O2O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파인다이닝 역경매 서비스 '찾아줘' 선보인 안병익 씨온 대표

인터넷입력 :2016/06/06 13:09

소셜커머스가 처음 나왔을 때, 레스토랑이나 카페 등은 공동구매 형식으로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을 제공했다.

싸다는 점 때문에 소셜커머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원래 가격을 부풀려 놓고 할인해서 파는것 처럼 위장한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졌다. 의혹의 눈초리는 지금도 여전하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고급 레스토랑(파인다이닝) 입장에서 할인카드는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진짜 깎아 주는 것 맞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는데도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

파인다이닝들도 필요할 때 할인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씨온의 안병익 대표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다.

그동안 예약제로 운영되는 파인다이닝은 예약이 비어 있는 날이나, 갑자기 취소된 날은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손님을 유치하고 싶은데 딱히 그럴 방법이 없었다.

안 대표는 이를 감안해 파인다이닝 역경매 서비스를 내놨다. 이름은 '찾아줘'. 나에게 맞춤형 레스토랑을 찾아달라는 의미이다.

안 대표에 따르면 찾아줘는 출시된지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재사용률에서 있어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오고 있다. 씨온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 역시 한 번 사용한 사람이 또 쓰는 비중이다.

안 대표는 "파인다이닝 고민은 노쇼(No show: 예약을 해놓고 연락없이 오지 않는 것을 의미)가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일반 식당은 이를 감안해 20%정도 오버부킹을 한다고 하지만, 파인다이닝은 그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씨온 안병익 대표

그런데 찾아줘를 통해 예약을 받으면 그런 부분을 개선시킬 수 있다. 예약금을 선결제 할 수 있어 노쇼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파인다이닝은 할인을 대놓고 하긴 어려운 입장이다. 할인 가격이 표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인다이닝도 가족 행사나 단체 모임 등의 경우 손님에게 특별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부담이 덜 하다. 찾아줘는 필요할 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싶어하는 파인다이닝과 사용자를 연결하는 것이 기본 콘셉트다.

안 대표는 "외국에선 미슐랭 같은 식당들도 역경매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예약이 없는 날이 있을 수 있으니까 레스토랑에선 상황에 따라서 할인 등을 제공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파워가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필요할 때 이벤트를 하고 싶은 파인다이닝들이 많다는 얘기다.

안 대표는 "파인다이닝은 최적의 제안을 할 수 있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아줘 서비스가 파인다이닝들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사용자는 찾아줘 앱에 원하는 시간과 예산 범위, 요청 사항 등을 입력하면 된다. 식당을 선택 안 하고 요청할 수도 있고, 식당을 선택하고 요청할 수도 있다.

안 대표는 "사용자가 요청사항에 예약하는 이유나 사연 등을 써넣으면 파인다이닝 측에서 그걸 보고 작은 이벤트나 혜택 등을 줄 수도 있다"며 "여기서 고객 감동이 시작되고, 단골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범위 내에서 파인다이닝이 알아서 제안하기 때문에, 그 중에서 사용자는 마음에 드는 식당을 선택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파인다이닝을 한 곳에 모은 것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미식 수준이 전세계 어느 도시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며 "소득 수준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에 돈을 쓰자고 생각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씨온은 현재 찾아줘를 통해 파인다이닝 정보만 제공하지만 향후 일반 식당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회식이나 모임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장소를 찾기 쉽지 않은데, 이 앱에서 인원과 예산 등을 입력하면 식당들이 제안을 해주는 방법이다.

그냥 예약하는 것과 비교해 식당 측은 단체 손님을 유치해 매출도 올리고, 사용자들은 소규모로 갔을 때 보다 서비스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서로가 윈윈하는 구조라고 안 대표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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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이런 O2O(온라인투오프라인)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안착되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개선해야 할 것도 많고 산업을 촉진시키기 위해 정부 규제도 완화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푸드테크도 해외에선 이미 활성화 돼 있지만, 국내는 아직 시작 단계"라며 "국내에도 생각보다 많은 푸드테크 기업들이 있는데, 협회를 만들어 힘을 모으면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