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특허' 잡은 샤오미, 美 공략 성공할까

최고 방패 확보…공격 무기는 여전히 부족

홈&모바일입력 :2016/06/02 09:06    수정: 2016/06/02 09: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마이크로소프트(MS)의 후광을 입은 샤오미가 ‘서방견문록’을 성공적으로 써내려갈 수 있을까?

샤오미가 1일 MS와 특허 크로스라이선스를 체결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샤오미는 MS 특허 1천500건을 매입하는 계약도 함께 성사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번 제휴로 샤오미는 오는 9월부터 미5를 비롯한 주요 제품에 MS 앱을 기본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워드를 비롯해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에 스카이프까지 제공한다.

샤오미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특허 제휴를 체결하면서 서구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사진=씨넷)

샤오미가 MS와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시장 공략을 위해선 ‘특허 보호막’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시장에도 진출하긴 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스마트폰 대신 액세서리만 판매하고 있다. 섣불리 스마트폰을 내놨다간 곧바로 특허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 올 들어 성장세 뚝…5위권 밖으로 밀려나

한 때 ‘제2의 애플’로 기대를 모으던 샤오미는 최근 들어 다소 주춤한 상태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샤오미는 스마트폰 7천100만대를 판매했다. 성장률도 23%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엔 성장률이 9%대로 뚝 떨어졌다. 한 때 삼성, 애플에 이어 3위 자리를 지키던 샤오미는 올 들어선 5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다.

중국 대표 스마트폰업체 자리도 화웨이에 넘겨줬다. 지난 1분기엔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또 다른 중국 업체 오포에도 추월당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만리장성 바깥’에 승전고를 울려야만 한다. 현재 샤오미는 중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다. 브라질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긴 했지만 입지가 그다지 탄탄한 편은 못 된다.

샤오미는 지난 해 특허 3천700건을 출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특허방어막이 허술한 편이다.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샤오미에게 MS는 최적의 파트너다. 안드로이드 진영으로부터 한해 20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로열티를 거둬들이는 특허 왕국이기 때문이다.

‘중국 리스크’를 줄여주는 대가로 받은 선물치곤 꽤 짭짤한 셈이다.

온라인 판매 모델, 미국서 통할 진 의문

하지만 샤오미가 MS 방패만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샤오미가 서구 시장을 공략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건 특허 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포천은 샤오미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통할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샤오미는 온라인 판매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왔다. 마진을 최소화하면서 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모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샤오미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기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중국 샤오미 본사 내부 전경. (사진=씨넷)

싼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점만 빼면 애플과 닮은 점이 많다.하지만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샤오미는 온라인 판매가 핵심 부분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미국 고객들은 스마트폰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데 그다지 적극적인 편은 못 된다고 포천이 지적했다. 게다가 샤오미 특유의 탄탄한 생태계는 중국 시장 바깥에선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통했던 샤오미의 경쟁 포인트가 잘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는 얘기다.

샤오미가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홈 어드밴티지’를 누렸다. 중국 정부가 구글의 서비스를 차단한 덕분에 구글 플레이란 경쟁자 없이 영업할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중국 시장 바깥에선 이런 이점을 누릴 수 없다.

방패는 얻었지만…여전히 부족한 2%

MS란 우군이 시장 확대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인도 지사 책임자인 닐 샤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MS가 샤오미에 지적재산권 보호막을 쳐주긴 했지만 반대급부로 샤오미를 자신들의 생태계 안에 가둬놓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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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스토어. (사진=씨넷)

중국 바깥에서 승리하는 경험이 절실한 샤오미. 중국 시장에서 큰 신경 쓰지 않고 영업을 하고픈 MS. 둘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초대형 특허 동맹이 성사됐다.해외 시장 진출을 노리는 샤오미 입장에선 든든한 방패를 하나 손에 넣은 셈이다. 하지만 방패만으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공격 무기를 활용해야만 한다.

그 부분에서 샤오미는 의문부호를 확실하게 제거했다고 보긴 힘들 것 같다. 샤오미가 MS 방패에 이어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더 관심이 쏠리는 건 그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