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왕국' MS, 왜 샤오미에 특허 팔았나

1천500개 이례적 매각…中 정부 달래기일까

홈&모바일입력 :2016/06/01 13:58    수정: 2016/06/01 15:2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계 최대 모바일 플랫폼은 구글 안드로이드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기기가 팔릴 때마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기업은 따로 있다. 윈도폰을 키워보려다 끝내 실패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다.

왜 그럴까? 그 비밀은 바로 특허에 있다. MS가 매년 안드로이드업체로부터 거둬들이는 로열티만 20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 특허는 MS의 새로운 젖줄인 셈이다.

그런데 MS가 특허권을 일부 매각했다. 그것도 안드로이드 행성의 떠오르는 샛별인 샤오미에게 팔았다. 뭔가 좀 이상하지 않은가?

사티아 나델라 MS CEO

■ MS "특허 매각은 주기적으로 해 오던 일"

일단 팩트부터 챙겨보자. 월스트리트저널은 31일(현지 시각) MS가 샤오미에 특허권 1천500개를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는 또 크로스라이선스 협약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샤오미가 MS 특허에 관심 갖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샤오미는 중국 바깥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특허 때문에 해외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조마조마한 형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MS는 든든한 우군이 아닐 수 없다. 안드로이드 특허로 연 20억 달러 가까운 수입을 올리는 ‘특허 황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샤오미는 이번 계약으로 앞으로 스마트폰에 MS 소프트웨어를 기본 탑재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오피스와 스카이프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무장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휴고바라 샤오미 부사장이 직접 미박스의 음성인식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씨넷)

샤오미 측은 “MS로부터 매입한 특허에다 지난 해 출원한 3천700개 특허를 더할 경우 국제 확장 전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뜻 이해하기 힘든 건 MS의 행보다. 크로스라이선스 협약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특허 매각은 의외의 행보일 수도 있다.

물론 MS가 보유한 전체 특허는 약 6만 건에 이른다. 따라서 이번에 매각한 1천500개는 전체 특허 포트폴리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단 MS 측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특허 매각은 주기적으로 해오던 일”이라고 밝혔다. 또 샤오미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특허 중엔 무선 통신, 동영상 기술 등과 관련된 특허가 포함돼 있다고 공개했다.

■ 중국 정부 반독점 공세 의식한 조치일 수도

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특허가 중요한 자산인데 그걸 하필이면 안드로이드 진영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기업에게 매각한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최근 MS의 중국 사업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MS는 지난 달 중국에서 MSN 차이나 포털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적용 시점은 오는 7일이다.

당시 MS는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MS를 반독점 혐의로 조사하고 있었던 점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지디넷에 따르면 MS는 지난 해 바이두와 검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윈도10 엣지 브라우저에는 바이두가 기본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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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해 12월엔 C&M 테크놀로지스란 조인트벤처를 만들었다. 이 업체는 중국 정부 기관과 국영 기업들에 윈도10 판매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와 함게 애저와 오피스365 영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최근 윈도와 오피스 끼워팔기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바짝 긴장한 상태다. MS가 그 동안 제휴를 꺼리던 중국 스마트폰업체와 파격적인 제휴에 나선 건 이런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