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바API 저작권 소송 승리, GPL 무력화"

오라클 측 변호사, 항소 의사 표명 후 IT미디어에 기고

컴퓨팅입력 :2016/05/30 11:25

오라클과 구글의 자바 전쟁은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이 자바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오라클의 소송으로 2010년 시작됐다.
오라클과 구글의 자바 전쟁은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이 자바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는 오라클의 소송으로 2010년 시작됐다.

구글이 오라클과의 자바API 저작권 소송에서 공정이용(fair use) 평결로 승소함에 따라 GPL과 같은 오픈소스 라이선스 모델에서 사용자에게 요구하는 규약의 강제성이 무력화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 소프트웨어(SW) 진영에게 재앙이라는 지적이다.

자바API 저작권 소송에서 구글에 맞서 온 오라클 측 변호사 아넷 허스트(Annette Hurst)는 지난 28일자 아스테크니카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이같은 견해를 피력했다. 기고문은 오라클 측이 지난 26일 구글의 손을 든 평결이 나오자 항소 의사를 밝힌 직후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참조링크: Op-ed: Oracle attorney says Google’s court victory might kill the GPL]

소송 흐름은 이렇게 요약된다. 오라클은 2010년 8월 구글을 고소하며 61억달러 피해 배상금을 요구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만들면서 오라클 소유인 자바의 기술 특허와, 코드 선언부와 구조, 순서, 조직(SSO) 등 'API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라클의 특허와 API저작권 침해 모두 인정되지 않은 2012년 5월 첫 판결에선 구글이 완승했다. API저작권만 놓고 다툰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2014년 5월 오라클 손을 들어 줬다.

2015년 6월 구글의 대법원 상고 신청이 기각된 뒤, 1심 법원이었던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으로 파기 환송된 3번째 소송이 이달 9일 시작됐다. 이번에 오라클 측은 구글에 API저작권 침해 사유로 최대 93억달러 배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배심원들은 구글의 행위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평결했다. 이날 오라클은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기로 예고했다. 당시 구글 측은 평결에 대해 "안드로이드 생태계, 자바 공동체, 오픈소스에 의존하는 SW개발자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자바API 저작권 소송에서 오라클 측 입장에서 변론을 진행한 아넷 허스트(Annette L. Hurst) 변호사. [출처=https://www.orrick.com/lawyers/annette-hurst/Pages/default.aspx]

그러나 아넷 허스트 변호사는 기고문에서 구글의 화법에 가린 실제 판결의 의미는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구글의 승리를) 축하하기 전에, 개발자들은 (그 내용을) 세심히 살펴야 한다"며 "이 판결이 그대로 지속되면 모든 분야의 창작자들이 고통받게 될뿐아니라, 자유SW 운동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썼다. 구글은 '오픈소스'를 운운하며 이번 소송 결과가 마치 SW개발자 커뮤니티 전반에 보탬이 되는 것처럼 표현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일 수 있다는 것이다.

허스트 변호사에 따르면 구글은 소송에서 이제껏 자바API는 개방된 것이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썼든 그건 정당했고, 모든 라이선스상의 제약은 무시돼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구글의 손을 든 배심원 평결을 통해 이런 논리가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됐다. 이 논리를 SW개발자들에게 적용해 보니, 개방과 자유를 기반으로 삼는 SW를 만드는 개발자는 자신의 결과물이 자신의 동의 없이 어떤 식으로 활용되더라도 막지 못한단 결론이 나온다. 구글처럼 저작권을 침해한 활용 방식이 사후 공정이용으로 인정되면 그만이다. 관련 설명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개방형 SW의 요소를 포함하는 SW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 가운데 이 평결을 무시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오픈소스SW 산업에서) 듀얼라이선스 모델은 매우 일반적인데, 오랫동안 무료용과 상업용간의 미묘한 균형에 의지해 왔다. 상업용 버전에서 발생하는 라이선스 수익이 개방형 무료 버전의 개발과 혁신을 지속하는 동력이었다. 이 균형은 개방형 무료 버전에 추가되는 라이선스상의 용도 제한에 기댄다. 이번 평결은 그런 용도 제한을 '공정이용'이라는 주장으로 간단히 무시하면 그만이기에, 이젠 라이선스가 무의미함을 시사한다."

허스트 변호사는 이 평결로 인한 연쇄적 부작용을 제시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어떻게 GPL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기 어렵다"며 "GPL 기반 SW뿐아니라 SW산업 전반의 근간이 되는, 저작권 보호에 의존하고 있는 SW의 복제권의 지속성도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런 환경은 SW기업들이 패키지SW에서 클라우드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바꾸는 동기로 작용하게 될 텐데, 이게 흔해지면 개인 소비자들은 더 이상 PC에 설치할 수 있는 SW 제품을 살 수 없고 자기 데이터의 통제권, 프라이버시 보호 여력도 잃게 될 전망이다.

허스트 변호사는 전통적인 SW라이선스 모델이 어떻게 무너지든 광고로 먹고 사는 구글은 이런 변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구글 스스로는 자사의 API를 통제하고, 그걸 경쟁사가 복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이 과거에 이런 API 사용 제한 행위로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TC)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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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고 말미에 개발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묵직한 경고를 남겼다.

"개발자들이여 조심하시길. 여러분들은 어제(소송 평결이 나온 날) 이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여러분이 자판 앞에 앉아 마음껏 복제를 하려는 욕망을 넘어 생각해야 할 때다. 장기적으로 광범위하게 초래될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보라. 여러분은 이 싸움에서 오라클의 편이었다. 구글이 공짜(free)로 내놓는 것들은 (GPL 개념을 도입한) 리처드 스톨만이 의도했던 것과 같은 자유(free)를 의미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