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뉴스산업 구할까? 망칠까?

NYT 지상공방…"언론사 지배" vs "특별한 일 아냐"

홈&모바일입력 :2016/05/26 18:08    수정: 2016/05/27 07:5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페이스북은 과연 뉴스산업의 구세주일까? 아니면 파괴자일까?

한국 뉴스 시장에 포털이 있다면 미국엔 페이스북과 구글이 있다. 두 회사가 어떤 알고리즘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주요 뉴스 매체들의 트래픽이 요동을 친다.

일부에선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언론의 동반자라면서 큰 기대를 나타낸다. 반면 일부 논자들은 플랫폼을 통해 언론을 지배한다고 반박한다.

이런 논란은 최근 페이스북이 ‘트렌딩 토픽’에서 보수적인 뉴스를 홀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더 커지고 있다. 발빠른 뉴욕타임스가 이런 분위기에 맞춰 흥미로운 지상 논쟁을 마련했다. (☞ 뉴욕타임스 기사 바로 가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 언론사 편집자들 "변덕부릴 때마다 춤춰야"

‘페이스북은 언론을 구할 것인가? 아니면 파괴할 것인가?’란 지상 논쟁. 여기엔 와이어드, 아스테크니카 같은 매체 종사자부터 교수, 연구소 종사자 등 네 명이 참여했다.

줄리아 그린버그 와이어드 편집자는 페이스북이 뉴스 산업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이 동영상을 강조한다고 선언하면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동영상 기사 생산에 매달리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을 통해 채팅 봇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발표한다고 하자. 이 얘긴 곧 언론사들에게 채팅 봇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린버그는 주장했다.

결국 페이스북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언론사들은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변덕을 부릴 때마다 그 변덕에 맞추기 위해 또 다른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가 뉴스산업에서 페이스북의 역할에 대해 지상 토론을 마련했다. (사진=뉴욕타임스)

아스테크니카의 테크 컬처 부문 편집자인 아날리 뉴위츠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일단 페이스북이 뉴스 유통 시장에서 엄청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엄청난 트래픽을 몰고 오면서 저널리즘 세계를 민주화시켰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어두운 이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2016년 들어 페이스북은 다른 조직이 됐다고 꼬집었다. 다른 사이트로 트래픽을 몰아주는 대신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잡아두는 쪽으로 조금씩 알고리즘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 사례로 인스턴트 아티클과 페이스북 라이브 같은 것들을 꼽았다. 외부 공유보다는 인링크를 유도하는 방식을 통해 트래픽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는 이런 논리를 근거로 “페이스북은 더 이상 저널리즘 시장의 민주적인 힘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젠 페이스북은 새로운 ‘게이트키퍼’로 자신을 자리매김했다고 비판했다.

■ 연구자들 "미디어 편향이 새삼스러운 일이었던가?"

반면 미네소타대학의 캐서린 스콰이어스 교수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페이스북의 궁극적인 목표는 ‘균형잡힌 정보’를 전해주는 게 아니란 주장이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받는 사람들은 먼저 자신들의 뉴스 다이어트를 신뢰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특별히 심한 건 아니란 의미인 셈이다.

그는 또 인터넷에선 데이터와 뉴스가 많은 차원에서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능력 있는 편집자는 자신들의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 지 설명할 수 있다는 것.

페이스북의 트렌딩 토픽 서비스. PC 이용자들에겐 뉴스피드 오른쪽에 배치돼 있다. (사진=페이스북)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대중들은 어떤 글의 순위가 어떤 방식으로, 또 왜 올라가는 지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미디어에서 편향은 새로운 게 아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데이터와 사회 연구소의 로빈 캐플란 연구원은 “싫은 좋든 페이스북은 이미 미디어 회사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페이스북이 언론을 구할 것이냐 망칠 것이냔 질문 자체부터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은 이미 편집 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여론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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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플란은 “문제는 인간의 결정이 공론장의 모양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아니다”면서 “진짜 걱정거리는 그런 결정들이 소수의 사람들 손에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주장을 토대로 페이스북 뿐 아니라 미디어 역할을 하고 있는 여러 기술 기업들은 대중들에 대한 그들의 책임감에 대해 사려 깊은 대화를 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