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애플과 화웨이의 특허소송

애플 "안드로이드 말살" vs 화웨이 "특허 공유?"

홈&모바일입력 :2016/05/25 15:25    수정: 2016/05/26 13:15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화웨이는 ‘제2의 삼성’으로 떠오를까요? 아니면 과한 욕심으로 ‘애플의 실패’를 되풀이할까요?

중국 스마트폰 대표주자 화웨이가 삼성을 전격 제소하면서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들이 ‘성장을 위한 삼성 발목잡기’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 후발주자였던 삼성이 최고 기업 애플과 소송을 통해 성장한 걸 그대로 답습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전 그 부분은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짝퉁’ 어쩌고 하는 것도 화웨이를 잘 모를 때 내놓을 수 있는 분석이구요. 화웨이가 그리 만만한 기업은 아니란 겁니다.

(사진=화웨이)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톰슨 로이터는 이달 중순 세계 통신시장에서 가장 혁신적인 10대 기업이란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그 자료에 보면 1위가 삼성이고, 2위가 화웨이입니다. 퀄컴, 에릭슨, 소니 같은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전부 화웨이 밑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화웨이의 연구개발(R&D) 능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지난 해 R&D 투자 비용은 91억8천만 달러에 이릅니다. 전체 매출의 15.1%수준입니다. 화웨이가 소장에서 밝힌 내용이니까 그대로 믿어도 될 것 같습니다.

R&D 관련 인력이 총 7만9천명으로 글로벌 인력의 45%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짝퉁 기업’이라고 폄하할 수준이 아니란 겁니다.

■ 애플, '안드로이드 말살' 의도로 출발

자, 이런 배경을 깔고 화웨이와 애플의 소송을 한번 비교해볼까요?

일단 삼성과 애플 간의 길고도 지리한 특허 소송 얘기부터 시작하죠. 그러기 위해선 시간을 5년 전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때는 2011년 4월 15일. 당대 최고 기업 애플이 삼성을 전격 제소했습니다. 원래 애플이 염두에 둔 건 삼성이 아니었습니다. 안드로이드 맹주였던 구글이었지요. 실제로 그 무렵 스티브 잡스는 구글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결국 삼성을 택했습니다. 여러 가지 전략적인 고려를 한 끝에 나온 조치였습니다. 구글을 제소할 경우엔 기술 논쟁을 해야 했습니다. 1심부터 쉽지 않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보단 삼성 단말기를 배심원들 앞에서 흔드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요.

물론 삼성이 갤럭시 개발 과정에서 애플을 강하게 벤치마킹한 부분도 고려했을 겁니다.

(사진=씨넷)

한번 시작된 애플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1년 뒤인 2012년 초 또 다시 삼성에 소장을 보냈습니다. 디자인 특허가 중심이던 1차 소송과 달리 2차 소송은 ‘데이터 태핑’ 같은 기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초기엔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갤럭시 개발 과정을 담은 삼성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카피캣”이란 비난을 받도록 만들었습니다. 배심원들 역시 10억 달러란 천문학적 배상금을 부과했습니다. 고의로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면서 징벌적 제재에 가까운 평결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애플 생각과 다르게 흘렀습니다. 오히려 삼성에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삼성은 특유의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뒀습니다. 2013년 무렵부터 스마트폰 시장 1위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 스티브 잡스. 그는 '안드로이드와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강경했다.

재판 흐름도 바뀌었습니다. 밀어서 잠금 해제, 둥근 모서리 디자인을 비롯한 애플 특허권들이 연이어 무효 판결을 받으면서 삼성은 절대 불리할 것 없는 상황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상용 특허가 중심이 된 2차 소송 항소심에선 아예 승부를 뒤집어버렸습니다.

■ 화웨이, 표준특허가 주무기…말살 운운 불가

이제 시간을 훌쩍 건너뛰어 봅시다. 화웨이는 24일(현지 시각) 삼성을 제소했습니다. 4G 관련 표준 특허 11개(+a)를 침해했다는 혐의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 동시에 소장을 접수시켰습니다.

일단 모양새만 놓고 보면 “화웨이가 제2의 삼성을 노린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기 쉽지 않습니다. 삼성이 애플과 소송을 통해 강자로 부상한 건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입니다.

전 오히려 애플에게 삼성과 특허 소송은 베트남전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무차별 폭격으로 간단하게 승부 끝내려다가 오히려 미궁에 빠져버린 전쟁. 이젠 적당한 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

그런 면에서 화웨이는 조금 다릅니다. 소송을 통해 삼성의 싹을 자르겠다고 나설 정도는 못 됩니다.

(사진=화웨이 소송 문건)

더 큰 차이는 따로 있습니다. 화웨이가 삼성을 제소할 때 사용한 무기는 주로 필수표준특허입니다. 화웨이는 “LTE 기능을 쓸 때마다 우리 특허를 피해갈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화웨이 특허들 만만치 않습니다. 사진이나 영상 다운받거나 업로드 할 때마다 적용되는 기술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톨게이트 운영자는 상대를 ‘배척할 권리’가 없습니다. 그건 부당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일까요? 디자인과 상용 특허가 중심 무기였던 애플과 달리 필수 표준 특허를 갖고 있는 화웨이가 소송에서 이기는 건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만큼 특허권 남용에 대한 견제가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전방위 특허 소송을 제기했을까요? 사실 저도 이 대목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중국 인민법원에 제소하는 거야 간단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필수표준특허 소송으로 확실하게 이긴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 오히려 크로스 라이선스 쪽에 더 관심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품고 있던 차에 BBC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그 기사엔 화웨이 지적재산권 책임자인 딩 지안싱이란 분이 인터뷰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BBC에 따르면 그는 “배상보다는 삼성의 일부 기술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물론 그는 “무단 도용 그만두고 필요한 라이선스를 받아서 쓰라”는 경고 메시지도 빼놓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 앞쪽 발언이 더 강하게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혹시 화웨이의 소송은 크로스 라이선스를 노린 초강수는 아닐까요? 중국이야 자기네 텃밭이니까 그렇다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걸림돌이 될 것들을 미리 정리하려는 복안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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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와 애플의 소송은 언뜻 보기엔 비슷해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둘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화웨이는 배상보다는 삼성이 갖고 있는 방대한 특허망에 더 관심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겉보기엔 더 강력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화웨이는 약 5만300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해 말 현재 삼성이 보유한 특허는 11만145건입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