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화웨이, 왜 삼성에 특허전쟁 걸었나

[소장분석] "LTE 특허 11개 도용…침해행위 고의적"

홈&모바일입력 :2016/05/25 10:50    수정: 2016/05/25 11: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중국 업체 화웨이가 삼성을 상대로 전방위 소송을 단행했다. 미국과 중국 법원에 동시 접수된 이번 소송은 삼성이 고의로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화웨이가 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에 제출한 문건은 총 47쪽으로 돼 있다. 지디넷은 화웨이의 소장을 입수해 소송 이유와 요구 사항을 분석해봤다.

이번 소장에서 화웨이는 삼성이 11개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소송 이유는 13개 항목으로 돼 있다. 이 중 앞 부분 두 개 소송 이유는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다.

현재로선 앞 부분에 있는 두 개 소송 이유가 특정 특허인지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LTE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화웨이 소송 문건)

화웨이는 2013년 7월19일 삼성에 특허 침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삼성 측이 자신들의 성실한 협상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음에 따라 소송을 하게 됐다는 게 화웨이 측 주장이다.

하지만 소송 문건에는 삼성과 구체적으로 어떤 협상이 오갔는지는 공개돼 있지 않다.

■ 소송 이유 비롯해 상당 부분 검게 가려져

화웨이는 소장에서 표준특허에 대해선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원칙에 따라 삼성에 협상을 제안했는 데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화웨이가 이번 소송에서 공격 무기로 삼은 특허는 주로 LTE를 비롯한 통신 장비에 핵심적으로 적용되는 기술들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소송 이유는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어 확인할 수 없다. 화웨이가 세 번째 소송 이유로 제기한 특허는 2013년 2월 5일 취득한 ‘통제신호 전송을 위한 방법 및 장비’와 관련된 278 특허다.

화웨이가 샌프란시스코 지역법원에 제출한 제소장. 내용 중 상당 부분이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다.

화웨이 측에 따르면 이 특허권은 모바일 기기의 하량링크(downlink) 수신율을 높여주고 시스템의 다운링크 성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기지국과 모바일 기기 간에 전송해야 할 정보의 양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각종 데이터 전송을 손쉽게 해주는 기술이다.

그러다보니 이 특허권의 적용 범위는 꽤 넓다는 게 화웨이 측 주장이다. 이를테면 모바일 기기에서 웹 브라우징을 하거나, 네트워크 데이터 전송 기능을 활용할 때마다 자신들의 특허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 뿐 아니다. 영화나 사진 같은 데이터를 업로드 하거나 다운로드 할 경우에도 278 특허 기술이 동원된다는 게 화웨이 측 주장이다.

화웨이 측은 “그런데 삼성 갤럭시S7 이용자 매뉴얼엔 아예 업로드 다운로드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돼 있다”면서 “따라서 특허 침해는 고의적(willful)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갤럭시S2 이후 거의 전 모델 문제삼아

네 번째 소송 이유로 제기한 특허는 ‘랜덤 액세스 프리앰블 전송 방법과 기기’(892 특허)다. 프리앰블이란 네트워크 통신에서 두 개 이상의 시스템 간 전송 타이밍을 동기화할 때 사용되는 신호다.

실제로 모바일 기기들은 데이터를 전송하거나 다른 기기의 데이터가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LTE 망과 동기화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LTE 기능이 들어간 모든 기기로 뭔가 작업을 할 때마다 892 특허를 침해했다는 게 화웨이 측 주장이다.

이외에도 화웨이는 ‘진화된 망의 임시 ID를 통해 레거시 망에 접속하는 방법과 기기’(166특허)를 비롯해 ‘터미널이 이동할 때 보안 기능을 협상하기 위한 방법, 시스템, 그리고 기기’(848 특허), ‘통신시스템에서 시퀀스를 할당하고 처리하는 방법과 기기’(239 특허) 등 총 11건의 특허 침해 이유를 밝혔다.

화웨이가 지난 해 스마트폰 판매량 1억대 돌파를 자축하고 있는 모습. (사진=화웨이)

화웨이가 갤럭시S2부터 S7엣지까지, 또 갤럭시 노트부터 노트5, 노트 엣지까지 삼성 스마트폰 거의 전 모델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갤럭시 탭2이후부터 삼성 태블릿 모든 제품들도 자신들의 LTE 통신 특허권을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는 삼성이 자신들의 기술을 도용한 덕분에 수 스마트폰 시장 24.7%를 점유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고 강조했다.

■ 구체적인 배상 액수-판금 요구 여부는 확인 불가

화웨이가 이번 소송에서 어느 정도 배상금을 요구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삼성 제품 판매금지 조치 요구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총 13개 요구 사항 중 6개는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항목만 봐도 화웨이 측의 요구 조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화웨이는 삼성이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삼성의 특허 침해가 ‘고의적(willful)’이란 판결까지 함께 요구했다. 고의로 특허 침해했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판사가 배심원이 평결한 배상금의 세 배까지 물릴 수 있다.

화에이는 또 배상금 뿐 아니라 소송 비용과 이자까지도 지불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특허 침해한 제품에 대해 로열티를 물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 조건도 포함시켰다.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8 (사진=씨넷)

화웨이는 소장에서 자신들이 연구개발(R&D)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해 기준으로 R&D 관련 인력이 총 7만9천명으로 글로벌 인력의 45%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해 R&D 투자 비용은 91억8천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15.1%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덕분에 지난 해 전 세계에서 5만300건 특허를 취득했으며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만 1천268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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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특히 자신들이 이동통신 표준 특허를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999년 국제표준특허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유럽전기통신표준기구(ETSI)에 가입한 뒤 활발하게 활동해왔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특히 화웨이는 1999년부터 ETSI에 활동하면서 4만3천건 이상의 표준 기술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중 지난 해 제출한 건수만 5천400건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