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칩 포기' 인텔, 11조원 날렸다

한 발 늦었던 대가…출시 연기 등 악재 많아

홈&모바일입력 :2016/05/03 11:37    수정: 2016/05/03 16:0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근 모바일 칩 사업을 포기한 인텔이 100억 달러(약 11조원) 가량 손실을 봤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사실일 경우 시장 흐름을 한 템포 놓친 대가치곤 굉장히 컸던 셈이다.

IT 매체 리코드는 2일(이하 현지 시각) 인텔이 모바일 칩 사업 육성을 위해 100억 달러 가량을 쏟아부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리코드의 이번 보도는 인텔이 모바일 칩을 접는다는 보도에 이어서 나온 소식이다. 이에 앞서 주요 외신들은 지난 달 29일 인텔이 브록스톤 플랫폼과 함께 소피아 3GX, 소피아 LTE, 소피아LTE2 상업용 플랫폼 출시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인텔의 3G 통신 모뎀칩 소피아(SoFIA).

인텔 측도 통합 칩 개발을 포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와 관련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를 통해 “데이터센터, IoT, 5G, 메모리, FPGA(프로그래머블 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텔 입장에선 한 발 늦은 모바일 칩 대신 다른 쪽에 공을 쏟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 단말기 제조사 지원금이 대부분

PC시대를 주도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요즘 애플이나 구글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웬만한 IT기업들은 MS의 위세 앞에 꼼짝도 못했다.

그 시절 MS와 어깨를 나란히 한 기업이 있다. MS와 함께 ‘윈텔 듀오’로 불렸던 인텔이었다. ‘인텔 인사이드=품질 보증’이란 의미일 정도로 PC시장에서 인텔의 위세는 대단했다.

하지만 MS와 인텔도 ‘모바일 강풍’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PC의 몰락과 함께 ‘윈텔 시대’도 끝을 맺었다.

윈도폰으로 저항했던 MS처럼 인텔 역시 모바일 칩 쪽에 많은 공을 쏟았다. PC시대에 그랬듯 스마트폰 두뇌 역시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야심이었다. 하지만 결국 인텔은 그 야심을 접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의 대가는 꽤 컸다.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2일 인텔이 3년 동안 모바일 칩 사업쪽에 쏟아부은 돈이 100억 달러 가량 된다고 꼬집었다.

잭도 리서치의 잰 도슨 애널리스트는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넉넉잡아 인텔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모바일 칩 사업을 통해 100억 달러 이상을 잃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추론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리코드 지적대로 인텔은 2014년 11월 모바일 부문을 PC사업에 통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때 이후론 모바일 부문만의 실적은 제대로 외부에선 알기 힘들다.

통합 직전까지 인텔 모바일 사업부문은 74억 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손실의 대부분은 인텔이 자사 칩 선택 대가로 기기 사업자들에게 지불한 금액이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

리코드는 “당시엔 인텔이 이용자 기반을 마련한 뒤 좀 더 경쟁력있고 비용 절감 가능한 칩을 1, 2년 내에 내놓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면서 “그렇게 지원금을 주지 않을 경우 몇 년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텔은 제 때 모바일 칩을 내놓지 못했을 뿐더러 그다지 경쟁력을 발휘하지도 못했다. 결국 인텔은 지난 달 중순 1만2천명에 달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 5G-IoT 투자로 새로운 활로 찾을까

그나마 인텔은 2014년 태블릿 4천만대에 자사 칩을 탑재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태블릿 시장 자체가 흔들리면서 인텔의 성과는 그다지 큰 빛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텔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에이수스 역시 올 들어 다른 회사 프로세서로 교체하고 있다고 리코드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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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텔이 모바일 쪽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5G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투자는 여전히 계속된다. 리코드에 따르면 인텔은 스마트폰에서 중요한 부분인 모뎀 칩 시장 공략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텔은 안드로이드가 자사 프로세서에서 잘 구동되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결국 가능성이 크게 없어 보이는 부분을 포기하는 대신 성과를 냄직한 쪽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