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료방송, '셋톱박스 경쟁시대' 끝났다

인터넷 연결 장치 통한 무한경쟁 시대 돌입

방송/통신입력 :2016/04/26 17:27    수정: 2016/04/26 17:27

“모든 사람의 예상보다 'TV의 미래'는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

예상을 뛰어 넘는 속도로 TV라는 개념부터 TV를 보는 방식까지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유료방송 시장에 감지되고 있는 심상치 않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이런 제목(The future of TV is arriving faster than anyone predicted)을 붙인 기사를 내보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셋톱박스'로 대표되는 자체 네트워크를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TV든, 로쿠 같은 OTT(Over The Top)디바이스든 인터넷이 연결된 모든 장치를 통해 고객들에게 방송 상품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더 나아가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모든 채널과 편성정보를 제 3의 하드웨어 제조사에 개방하도록 강제하는 규칙을 마련했다. 이 규칙의 강제성을 문제삼아 반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강제적이든 자발적이든 이런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 컴캐스트의 파격

지난 22일(현지시간) 컴캐스트는 인터넷을 통한 유료TV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서비스한다고 발표했다. 이날부터 로쿠와 삼성 스마트TV에서 컴캐스트 방송 상품인 '엑스피니티(Xfinity)’를 앱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컴캐스트는 다른 엑스피니티를 지원하는 파트너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컴캐스트는 블로그를 통해 "엑스피니티 TV앱은 웹표준 방식인 HTML5를 지원하고 다른 호환성을 만족하면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컴캐스트는 또 "이미 다수의 TV를 포함해 다양한 기기들이 HTML5를 지원하고 있고, 또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회사가 맞춤 제작된 앱을 만들기 위해 공동작업을 할 의향도 있다”며 적극적으로 파트너를 확대할 의지를 내비쳤다.

유료방송의 소프트웨어화(化)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통적인 방송사업자마저 인정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꽤 클 것으로 예상된다.

TV시청행태는 전세계적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TV,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전통적인 TV채널과 1인 창작 콘텐츠 등을 혼합해 소비하는 추세가 강하다.

컴캐스트 엑스피티니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CES(컨슈머일렉트로닉쇼: 세계최대 가전쇼)에선 TV시청 플랫폼이 크게 확장될 것을 명백하게 보여줬으며 "컴캐스트의 이번 발표는 미래가 이미 와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유료방송 경쟁촉진 드라이브 거는 FCC..."셋톱박스 개방하라”

미국 방송통신분야 규제 당국인 FCC는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채널 및 프로그램 편성 정보를 외부 셋톱박스 제조업체 및 인터넷기반 방송 플랫폼에도 제공하도록 강제하는 규칙제정공고(NPRM)를 승인했다.

이 규칙이 실행되면 구글이나 애플, 넷플릭스, 훌루 등 모든 사업자들이 셋톱박스를 제작할 수 있고 컴캐스트 같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방송 서비스를 이들 기기를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 또 유료상송사업자들이 기존처럼 고객들에게 셋톱박스 렌탈을 강제하지도 못 한다.

FCC는 이런 조치가 방송시장에 더 많은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FCC에 따르면 미국 유료방송가입자들은 셋톱박스 렌탈 비용으로 연 평균 231달러를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을 활성화해 셋톱박스 가격을 낮추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유료방송 시장 헤게모니 재편되나

셋톱박스 개방정책에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인터넷 기업들은 FCC를 지지하고 나섰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스프린트, T모바일 등은 FCC 규칙 제정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그간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해 혁신을 가로막고, 고객들에게 엄청난 셋톱박스 렌탈 비용을 부담지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존 유료방송사업자는 물론 콘텐츠 제작업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채널의 순서를 재조정하거나 유료 광고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약 50년에 걸처 유료방송시장에서 형성된 복집한 저작권, 시청자 보호에 대한 방송 시장 구성원 간 협의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다.

가장 두려운 것은 채널 편성에 대한 권리를 침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유료방송사업자와 채널방송국은 채널 순서나 표출 여부를 다양한 계약에서 거래 조건으로 협상해 왔다. 이 권한이 침해당하게 되면 주요 양 측 모두 주요 수익원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FCC의 규칙이 강제적이라는 점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컴캐스트와 로쿠가 그런 입장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결국엔 셋톱박스에서 벗어나 인터넷 기반으로 이사할 수 밖에 없겠지만, 규제기관이 강제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사업자간 거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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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캐스트 마크 헤스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FCC의 규칙 제정이 불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FCC가 제안한 셋톱박스 개방 정책은 매우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시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로쿠 CEO 역시 월스트리트를 통해 “이미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이런 변화를 채택하고 있다”며 "셋톱박스를 개방하기 위해 FCC나 다른 규제기관의 강제조치는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이 정책의 수혜기업 중하나인 로쿠가 반대입장을 밝힌 이유는 강제로 셋톱박스가 개방되면 한 번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강력한 경쟁자들에게 우위를 뺏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