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5천억 주파수 경매장 보안 조치 철저

"화장실도 맘대로 못 가"...담합-정보누출 원천 차단

방송/통신입력 :2016/04/20 08:30    수정: 2016/04/20 11:03

“무선데이터를 사용할 수 없도록 스마트폰의 데이터 통신기능을 차단하고, 도감청 여부를 확인한 인가된 휴대폰만 사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최소 경매가만 2조5799억원을 놓고 벌이는 주파수 경매장에서는 007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의 보안 조치가 이뤄진다.

주파수 경매의 특성상 참여 사업자들이 담합 할 수 없도록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 경쟁사의 정보를 빼내는 등의 불법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주파수 경매장은 총 3개의 입찰실로 구성돼 있다. 입찰실에는 각 사별로 3명의 입찰자가 들어갈 수 있다. 먼저 입찰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항 검색대와 같은 검문을 받는다. 반입이 허용된 물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소지품들은 모두 보관대에 맡겨야 한다.

본사와 연락하고 매 라운드별 결과 기록에 쓰이는 경매용 사무기기도 사전 등록 절차를 거쳐 보안검사를 통과한 휴대폰 2대, 노트북 1대, 팩스 1대로 제한된다. 이외의 통신기기나 전자장치는 반입도 금지된다.

이통3사가 지난 18일 미래부에 주파수 경매 신청서 제출을 완료했다.

휴대폰은 음성통화만 가능하도록 데이터 기능이 차단되고, 노트북 역시 인터넷 연결 등을 할 수 없도록 랜(LAN)카드 등이 분리된다.

이런 과정을 통과하면 긴 직사각형 모양의 회의테이블이 놓여있는 입찰실에 들어설 수 있다. 각각의 입찰실은 대화나 소통이 불가능하도록 창문도 없는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다.

특히, 지난 2011년 2013년 경매 때와 달리 이번에는 CCTV가 설치돼 있어 입찰자의 모든 행동이 녹화된다. 또 각 입찰실에는 원활한 입찰 진행과 각사의 입찰자 간 접촉을 금지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 2명도 함께 상주한다.

식사시간과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보안은 계속된다. 식사는 정부에서 마련한 도시락만으로 식사가 가능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때도 각 사간 접촉이 이뤄질 수 없도록 시간을 달리 구분하고 정부 관계자가 함께 동행한다.

본사와 연락할 때 사용하는 휴대폰 역시 입찰자가 소지하지 못하고 각 입찰실에 상주하는 정부 관계자가 보관한다. 휴대폰을 사용할 때도 사용일지에 가져가고 반납한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

경매장은 하루 약 7라운드가 치러지는 경매시간이 종료돼도 24시간 출입통제가 이뤄지며 도청장치 유무도 매일 점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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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매 라운드 입찰결과로 경쟁사들의 입찰 전략을 파악하고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실수 없이 천문학적 금액의 입찰액을 적어내야 하는 것도 입찰자에게는 상당한 심리적 부담”이라며 “라운드별로 1시간이 주어진 지난 2013년 경매와 달리 이번에는 40분으로 줄어들어 이 같은 부담이 더 커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폐쇄된 공간에서 경매를 치러야 하는 물리적인 영향도 더욱 긴장되도록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며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곤 하루 종일 입찰실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경매에 참여하는 자체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