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家電), 가구(家具)가 되다

성능보다 디자인 선호 소비자 늘어

홈&모바일입력 :2016/04/19 16:52    수정: 2016/04/19 17:04

정현정 기자

최근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각종 소비자가전 제품들의 디자인이 성능을 능가하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이에 맞춰 제조사들도 기술 혁신과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현관에서부터 안방까지 집안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온라인 집들이’가 유행이고, 잘 꾸며진 집에는 벽지 색상부터 각종 소품을 어디서 구입했는지 정보를 묻는 댓글이 잔뜩 달린다. 방과 인스타그램을 합성한 ‘방스타그램’ 같은 합성어도 등장했고 지난해 대세였던 ‘먹방’과 ‘쿡방’에 이어 셀프인테리어를 소개하는 ‘집방’이 방송가 대세로 떠올랐다. 셀프인테리어 정보를 알려주는 ‘오늘의 집’ 같은 애플리케이션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변화가 두드러지는 핵심 가전은 거실 한가운데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TV다. 삼성전자는 아예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부훌렉 형제가 디자인한 ‘세리프 TV’를 출시했다. 세리프 TV는 문자의 끝을 약간 튀어나오게 한 '세리프' 글꼴에서 따온 이름으로 기존의 크고 얇은 디자인의 하드웨어를 벗어나 어떠한 환경에서든 자연스럽게 공간과 조화되는 디자인을 시도한 제품이다. 출시 때부터 '가구를 닮은 TV'로 평가받으며 TV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삼성 세리프 TV는 가전제품 매장이 아닌 프리미엄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 판매되며 서울 논현동 '두오모(Duomo&Co)'를 비롯해 '에이후스(A/HUS)', '덴스크(Dansk)', '인피니(INFINI)', '인엔(innen)', '모벨랩(Mobel Lab)' 등 프리미엄 가구점 12곳에 마련된 체험 공간에 전시된다. 그동안 대형 TV 일부 모델이 몇몇 가구 매장에서 선별적으로 선보인 적은 있었으나 프리미엄 가구점들과 협업을 본격화한 것은 세리프 TV가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 부훌렉 형제와 손잡고 만든 '세리프TV'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올해 TV 전략 제품인 2016년형 SUHD TV는 정면 뿐만 아니라 뒷면과 측면에서 봐도 아름다운 ‘360도 디자인’을 내세웠다. 매끄러운 곡면 디자인을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모두 없애고 나사 구멍도 보이지 않도록 해 거실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열린 2016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e del mobile Milan)에 참가해 '나이트 & 데이, 새 시대 TV의 여명'을 주제로 삼성 세리프 TV와 2016년형 SUHD TV신제품 디자인을 소개하기도 했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초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의 대표 제품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는 2.75mm 얇은 두께의 올레드 패널 뒤에 투명 강화유리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제품 뒷면은 패널과 스탠드 모두 은은한 와인색으로 처리해 앞뒤와 양옆 어디에서 보더라도 조형작품을 연상시키도록 했다.

LG전자는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톨스텐 벨루어와 협업해 디자인 콘셉트를 공동 개발하면서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하게 제거하고 디테일과 소재까지 세심하게 골랐다.

TV 외에도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표면에는 블랙다이아몬드 코팅을 적용해 은은한 광택을 유지시켜 고급스럽게 디자인했고, LG 시그니처 세탁기는 블랙 색상의 강화유리 소재 도어와 내구성이 뛰어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의 법랑 소재 등을 적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TV장과 소파를 놓는 전형적인 인테리어 공식에서 탈피해 거실을 다양한 형태로 꾸미는 젊은 부부들이 늘면서 TV 디자인에 대한 요구도 달라지고 있다”면서 “특히 TV가 꺼진 상태의 검은색 화면이 인테리어를 해친다고 생각해 거실에서 아예 TV를 없애고 프로젝터를 설치하거나 안방으로 TV의 위치를 옮기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올해 전략 제품 2016년형 SUHD TV는 뒷면에서 봐도 아름다운 '360도 디자인'을 강조했다. (사진=삼성전자)

몇 년 전 강남에서 시작된 ‘스메그 열풍’은 소형 냉장고 디자인의 트렌드를 바꿔놨다. 이탈리아 가전브랜드 스메그(SMEG)의 간판 제품인 냉장고는 개성있는 곡선형 디자인에 화려한 색상으로 유명하다. 328리터 소형 냉장고 가격이 400만원대로 국내 회사의 900리터 대용량 제품과 비슷하다.

스메그 냉장고는 기능만이 주요 고려대상인 가전제품이 아니라 값비싼 인테리어 소품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음식물 저장 성능과 기능이 중심이 됐던 주방가전 제품 시장에 판도를 바꿔놨다. 또 냉장고를 굳이 주방에만 놓아야한다는 고정관념도 사라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뿐만 아니라 국내 중견 가전 업체들도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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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위니아가 지난해 내놓은 김치냉장고 ‘딤채 마망’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곡선 디자인에 로맨틱레드, 파스텔블루, 크림화이트 등 개성있는 색상으로 출시 이후 판매량이 10%씩 지속 성장하며 인기를 끌었다. 동부대우전자도 인테리어 효과를 강조한 유러피안 레트로 스타일의 미니냉장고 ‘더 클래식’을 내놨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집 평수가 상대적으로 작고 주방과 거실의 구분이 없는 한국의 경우 가전제품을 곧 인테리어의 일부로 여겨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또 1인 가구가 많아지는 등 소비자 생활 패턴이 바뀌고 제품 성능 보다 인테리어 효과를 먼저 냉장고를 주방 대신 거실에 놓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등 가전제품의 디자인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유위니아가 지난해 내놓은 김치냉장고 '딤채 마망'은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곡선 디자인에 로맨틱레드, 파스텔블루, 크림화이트 등 개성있는 색상으로 출시됐다. (사진=대유위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