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북스, 11년만에 '면죄부' 받았다

美 대법원, 작가조합 상고 기각…"공정이용" 확정

인터넷입력 :2016/04/19 09:04    수정: 2016/04/19 10:5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구글이 11년 동안 끌어온 ‘구글 북스’ 저작권 소송에서 최종 승리했다.

미국 대법원은 18일(현지 시각) 구글 북스 저작권 소송과 관련한 작가조합의 상고 신청을 기각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로써 구글은 지난 2005년 시작된 이 소송에서 최종 승리하면서 구글 북스 사업을 큰 무리없이 계속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구글이 책 수 백 만권을 스캔한 것은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에 해당된다는 하급 법원 판결을 심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가조합의 상고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한 심리에는 엘레나 카간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원 판사들이 참여해 상고 신청 기각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미국 대법원 (사진+씨넷)

■ 2002년 구글 프린트로 시작…2005년 작가조합이 제소

‘구글 vs 작가조합’으로 명명된 이번 소송은 지난 2005년 시작됐다. 당시 작가조합은 구글이 저작자 동의 없이 책을 스캔한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을 이해하기 위해선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구글은 ‘구글 프린트’란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일부 직원들이 책을 스캔해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2년 뒤인 2004년말 좀 더 확대된다. 구글이 12개 출판사와 계약을 맺고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를 본격 출범했다.

그러자 한 해 뒤인 2005년에 작가조합이 구글을 전격 제소했다. 저작권 있는 작품을 무단 복제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구글 북스.

이 때부터 구글과 작가조합은 지난 10년 동안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특히 양측은 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종이책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는 작업이 저작권법 상의 ‘공정 이용’인지 여부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양측의 '공정 이용' 공방에선 ▲이용 목적 ▲원작의 성격 ▲이용 분량 ▲시장 피해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었다.

소송 과정에서 작가조합은 중간복제(intermediate)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작품을 복제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함으로써 원작을 훼손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저작권법은 중간복제 행위를 막고 있다. 반면 구글은 자신들의 작업이 이용자들의 편의를 향상시킨다고 맞섰다.

2013년 열린 1심과 이번에 계속된 항소심 재판부는 구글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 북스는 책의 가치를 더해준다”고 판단한 것. 특히 구글 북스가 목록을 통해 책을 찾기 쉽게 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원 작품에 부가적인 정보를 덧붙여준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었다.

■ 변형적 이용 등 각종 쟁점 놓고 공방

공정 이용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되는 것이 인용 범위다. 학술 논문일지라도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인용하게 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도 있다. 구글 프로젝트를 둘러싼 이번 재판에서도 이용 범위가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항소법원은 “구글이 책 페이지를 작은 조각으로 나눈 것은 연구자들이 해당 책이 관심 영역에 있는 지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충분한 맥락을 제공해준 것이다”면서 “따라서 조각으로 보도록 한 것은 연구자들의 변형적 이용에 가치를 더해준다”고 판단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 (사진=미국 대법원)

미국법원은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 개념을 공정 이용 판단에서 중요한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변형적 이용은 ‘상업적 이용’의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서 흔히 목적의 비상업성 요건을 대체하는 것이란 게 대체적인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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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조합이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활용했던 시장 피해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주장에 대해선 이미 2013년 1심 법원이 “구글의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는 오히려 책 판매를 촉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글에서 책 목록과 일부 내용을 접한 독자들이 흥미를 느껴서 책을 구매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책 목록 옆에 구매 버튼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심과 항소법원에서 연이어 승리했던 구글은 대법원이 작가조합의 상고 신청을 기각함에 따라 최종 승리하게 됐다. 이로써 구글은 더 이상 저작권 침해 걱정 없이 구글 북스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