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3D낸드-NVMe로 기업용 SSD 주도하겠다"

데이빗 룬델 NVM솔루션사업부 클라이언트 전략 수립 및 마케팅 이사

컴퓨팅입력 :2016/04/18 10:07    수정: 2016/04/19 08:40

인텔이 낸드플래시 메모리 전략을 구체화하며 급성장 중인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 요구에 한층 긴밀히 대응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인텔의 SSD 시장 대응 방안은 데이터 보호와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지만, 대용량 SSD 영역에도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포함했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데이빗 룬델 인텔 NVM솔루션사업부 클라이언트 전략수립 및 마케팅 이사는 본사가 1년전 개발을 알린 '3D낸드' 기술을 품은 SSD 신제품을 비롯, 본사의 기업용 제품과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그는 자사의 검증된 고집적 고효율 낸드플래시 제조 기술, 고성능 인터페이스 표준화와 전환 주도권, 이를 통해 구현되는 제품의 높은 성능과 안정성, 3가지를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자사 기술이 전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앞서고 있는 삼성전자보다 낫다고 강조하는 데 공을 들였다.

데이빗 룬델 인텔 NVM솔루션사업부 클라이언트 전략 수립 및 마케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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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선 '플로팅게이트(FG)' 배열 방식의 변화로 인텔의 대용량 고효율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조가 실현됐다고 강조했다. FG는 플래시메모리의 데이터 저장 단위인 '셀(cell)'을 이루는 구성요소 중 하나로, 셀에 함께 들어가는 '컨트롤게이트'의 제어를 받아 전자를 들이거나 내보내 정보를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구조를 적용한 일정 크기의 플래시메모리 칩에 더 많은 정보를 담으려면, 즉 집적도를 높이려면, 셀을 작게 만들어 많이 집어넣으면 된다. 그런데 너무 작게 만들면 셀끼리 전기적 간섭을 일으켜, 메모리가 오작동하는 문제가 있다.

인텔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평면(2D)이던 셀 배열 구획을 입체(3D)로 바꾸고, 이 방식으로 만든 플래시메모리에 '3D낸드'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자사 3D낸드 기술이 FG 셀을 평면으로 배열하는 방식보다 효율적일뿐아니라, 삼성전자가 '3D V낸드'라 부르는 수직적층 기술보다도 우월하다고 강조했다. 셀을 입체적으로 배열한다는 아이디어만 놓고 보면 인텔 3D낸드와 삼성전자 3D V낸드가 그 이름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삼성전자 기술은 '차지트랩플래시(CTF)'라는 별개의 셀 구조를 발전시킨 것, 즉 전혀 다르다. 관련한 룬델 이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3D낸드는 단층 건물을 짓던 방식을 고층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바꾼 셈인데요. 셀 배열 구조를 수평에서 수직으로 전환해 낸드플래시의 읽기 및 쓰기 성능, 전력 효율, 내구성, 데이터 안정성, 4가지를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FG 방식 셀은 (삼성전자의) '차지트랩' 셀보다 크기가 더 작아요. 차지트랩 셀의 (직접도 개선에 불리한) 크기는 금속으로 채워지는 수직 배열 구조 사이의 틈새 때문이죠. 또 차지트랩 셀은 컨트롤러를 (옆에) 수평 배치해야 하지만, 인텔의 방식은 컨트롤러를 FG 밑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구획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거죠."

룬델 이사가 2016년 4월 15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에서 제시한 발표자료 일부. 마이크론과 공동개발한 기술 '3D낸드'의 플로팅게이트 셀 수직적층 기법이 경쟁사 삼성전자의 '3D V낸드'에 적용된 차지트랩플래시(CTF) 기술보다 우월하다는 내용이다.

인텔은 지난달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텔 클라우드데이 행사를 치르면서 이 3D낸드 기술을 적용한 SSD 신제품을 처음 출시했다.

룬델 이사에 따르면 SSD 신제품 가운데 데이터센터용 P시리즈인 'P3520'과 'P3320', 2가지 시리즈가 3D낸드 기술을 활용했다. P3320 시리즈는 동일가격대 SATA 인터페이스 기반 제품보다 최고 3.2배 빠른 순차 읽기 속도를 지원해 읽기 작업이 많은 '웜스토리지' 시스템용 저장매체로 쓰기에 이상적이다. P3520 시리즈는 P3320 시리즈보다도 우월한 성능과 짧은 지연시간을 보장한다. 클라우드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스토리지가상화, 웹호스팅같은 하이퍼컨버지드 인프라 시스템에 최적이다.

P시리즈와 함께 D시리즈인 'D3700'과 'D3600', 2가지 시리즈도 새로 등장했다. D시리즈도 데이터센터 시장을 겨냥한 SSD 제품군이지만 3D낸드 기술을 품지는 않았다. 인텔이 강조한 특징은 무중단, 고가용성(HA) 시스템 운영을 위한 설계다. D시리즈는 동시에 두 호스트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는 듀얼포트 SSD다. 그리고 D3700을 탑재한 시스템은 기존 듀얼포트 SAS 인터페이스 규격을 웃도는 속도를 발휘한다. 온라인트랜잭션처리(OLTP)와 프라이빗 클라우드용 스토리지같은 핵심업무 애플리케이션에 알맞다는 설명이다.

룬델 이사는 P시리즈와 D시리즈를 소개하며 서로 다른 시스템 환경에 적용할 것을 추천했지만, 그 성능과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차세대 낸드플래시용 인터페이스 규격인 'NVMe'를 공통적으로 언급했다. NVMe는 PCI익스프레스 방식으로 CPU와 플래시메모리를 연결하는 고속 인터페이스 표준이다. 룬델 이사는 인텔이 그 규격 표준화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채택한 자사 제품이 NVMe의 기술적 이점을 충실히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텔은 SATA같은 구형 인터페이스에서 NVMe로의 전환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NVMe는 전체 데이터센터 처리 성능을 높여 줍니다. 메모리 장치의 고성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만들죠. SATA기반 하드디스크(HDD)의 지연시간은 10초, SATA기반 SSD는 1초 가량이지만, NVMe 기반 SSD는 20마이크로초 수준으로 짧아집니다. SAS 방식과 견줘도 NVMe는 4K 랜덤읽기 성능은 3.9배 수준이고 응답 지연 시간은 3분의 1 수준이에요. 기업들은 이런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반 SSD를 도입해 더 나은 서비스 품질(QoS)과 비용 절감 효과를 얻게 됩니다."

룬델 이사가 2016년 4월 15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에서 제시한 발표자료 일부. 데이터센터용 SSD 제품군 중 D시리즈와 P시리즈가 NVMe를 지원해 각각 기존 SAS와 SATA 인터페이스의 지연 시간을 개선했다는 내용이다.

그가 강조하는 인텔 SSD 신기술에서 '저장용량' 얘기는 부각되지 않았다. 각 데이터센터용 SSD 제품군의 최대 저장용량은 2테라바이트(TB)다. 이는 경쟁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크다고 자랑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16TB(실용량 15.36TB) 용량의 SSD(모델명 PM1633a)를 출시했다. 3D V낸드 기술로 용량 32기가바이트(GB)짜리 트리플레벨셀(TLC) 낸드플래시를 16층으로 쌓아 512GB짜리 패키지를 만들고, 이걸 32개 붙여 2.5인치 SSD에 집어넣은 제품이다. 이 제품도 기업 시장, 즉 데이터센터 인프라 영역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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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과 삼성전자 모두 기업용 낸드플래시 및 SSD 시장에 분주히 대응하고 있다. 이 분야에 인텔은 지난 2008년 데뷔했는데, 삼성전자보다 몇년 후발주자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그사이 일부 서버 및 스토리지 시스템 제조사들 사이에선 삼성전자 제품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태다. 인텔 제품보다 확연히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이에 인텔은 자사 제품의 성능, 안정성, 신뢰성에 타사대비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에 그만큼 높은 가격 형성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인텔은 업계 최고의 품질을 제공합니다. 고객 데이터를 대단히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죠. 한단계 더 높은 기술, 더 나은 회로를 적용해 데이터를 철저하게 보호하려고 합니다. 업계에서 '사일런트 데이터 커럽션'같은 (기록 과정에 탐지되지 않은 채 발생하는 데이터 오류) 현상이 문제시되는데요. 우리 SSD는 데이터가 들어오고, 저장되고, 다시 읽혀 나가는 동안 절대 데이터 손실이 이뤄지지 않게 만전을 기합니다. 어떤 시장에서든 더 높은 품질에 더 많은 비용을 치르는 고객들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인텔에 가격을 지불하겠죠."

이 설명만 듣고 나면 인텔은 데이터센터용 SSD 시장에서 고급형 제품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가 일부 서버 및 스토리지 제조사들 사이에서 낸드플래시 및 SSD 공급업체로 선호되는 이유는, 해당 제조사들이 그 메모리의 신뢰성과 안정성에 따른 불안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덜 안정적인 플래시메모리를 쓰더라도 이를 다루는 하드웨어 시스템 설계나 소프트웨어 컨트롤러의 노하우를 통해 전체적인 신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는 얘기다. 서버 및 스토리지 업계에 이런 접근법이 일반화할 경우 인텔처럼 자체 기술 투자 비중이 높은 메모리 공급업체의 전략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룬델 이사가 2016년 4월 15일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에서 제시한 발표자료 일부. 인텔 SSD와 낸드플래시를 채택한 서버 및 스토리지 시스템 제조사들의 목록이다. 화이트박스 제조사 콴타(QCT)와 위스트론, 대형 스토리지 전문업체 EMC, 중국 인프라 업체 화웨이 등이 눈에 띈다.

"지적한 대로입니다. 직접 안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려는 시스템 제조업체들의 (저렴한 메모리 공급가격) 요구가 존재하죠. 인텔도 그런 측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제품을 갖고 있어요. 인텔 최초로 TLC 낸드플래시 기반으로 만든 SSD 제품군 'S3100' 시리즈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용 인프라 배치를 위한 엔트리급 모델로 구성돼 있습니다. 높은 신뢰성 및 데이터 보호 로드맵을 원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신제품이죠. 중간 수준의 내구성과 짧은 지연 속도와 고가용성을 요하는 애플리케이션 운영에 알맞습니다."

S3100 시리즈의 최대 용량도 여전히 2TB다. 15TB 이상 대용량 SSD를 먼저 내놓은 삼성전자에 비해 인텔의 보급형 SSD 제품군 용량은 여전히 보수적이란 인상을 준다. 이런 지적에 룬델 이사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출시된 SSD 제품의 저장용량은 시장의 실제 수요와 고객들의 요청 수준을 바탕으로 결정한 겁니다. 현재로서는 2TB 용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추후 더 용량이 높은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에요."

룬델 이사는 데이터센터 분야에서의 낸드플래시와 SSD 시장 실적 현황을 알고 싶다는 물음에 즉답을 피했다. 다만 자신들이 데이터센터용 SSD 시장 점유율로는 '선두 업체'라고 주장했다. 인텔은 자타공인 프로세서 업계 우등생이지만,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이 선두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서열로는 하위권 업체다. 당분간은 구체적인 실적보다 경쟁사들과의 기술력 비교 우위를 강조하는데 주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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