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美 법무부 제소…핵심은 '클라우드'

'제3자 통한 압수수색' 허용 여부 건드려

컴퓨팅입력 :2016/04/15 16:01    수정: 2016/04/15 17: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마이크로소프트(MS)가 미국 법무부를 제소했다. 수사기관이 이메일을 비롯한 각종 고객 정보를 수색하는 관행이 잘못됐다는 그 제소 이유였다.

더 구체적으로는 압수수색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 된 전자커뮤니케이션프라이버시법(ECPA) 2705조 b항을 문제 삼았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을 문답 형식으로 구성했다.

- 왜 ECPA 2705조 b항을 문제 삼았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고객 정보를 압수수색한 사실을 감추도록 하는 근거 조항이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ECPA 2703조의 예외 규정이다. ECPA 2703조는 정부가 전자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사업자에게 유무선 통신 내용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선 180일 시한 내에 정보 요청이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2705조 b항은 2703조에 따라 발부된 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함구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법원이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면 문제가 된다고 '믿을만한 이유(reason to believe)'가 있을 경우 비밀 유지 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영장 발부 사실에 대한 비밀 유지 명령은 어떤 경우에 적용되나?

"크게 다섯 가지 경우다. 특정 개인에 위험에 빠질 우려가 있을 경우, 도주 우려가 있을 경우, 증거 훼손 혹은 조작 우려가 있을 경우, 증인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을 협박할 우려가 있을 경우, 수사를 심각하게 위험에 빠뜨리거나 재판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을 경우 등이다."

- 문구 자체만 놓고 보면 별 문제 없어 보인다. 이게 왜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MS 입장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저 조항들이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믿을만한 이유'라는 규정 자체가 넓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2703조에는 180일이란 시한이 정해져 있는 데 2705조 b항의 예외 조항 때문에 시한 없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MS는 ‘비밀유지 명령’이 발부된 사안 중 3분의 2는 무제한 적용됐다고 밝히고 있다.

MS는 이번 소송에서 미국 법무부와 함께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 이름까지 함께 거론했다. (사진=씨넷)

하지만 MS가 더 크게 제기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ECPA 2705조 b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MS가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보면 위헌 판결을 해달라는 것이 핵심 요구 사항이다."

- 어떤 부분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얘기인가?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 달라.

"MS는 미국 수정헌법 1조와 4조를 꼽고 있다. 비밀유지 명령의 근거가 된 ECPA 2705조 b항이 헌법 조항 두 개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수정헌법 4조는 “불합리한 압수와 수색에 대해 신체, 주거, 서류, 물건을 확보할 국민의 권리는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당한 압수와 수색을 당하지 않을 권리와 관련된 조항인 셈이다. 그런데 ECPA 2705조 b항은 상위법인 헌법이 보장한 이 권리와 정반대 규정이란 게 MS 주장이다.

이와 함께 MS는 수정헌법 1조도 함께 거론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어떤 법률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 수정헌법 1조의 핵심 취지다. 그런데 ECPA 2705조 b항은 수정헌법 1조의 정신을 침해했다는 것이 MS 주장이다. 그 법률 때문에 MS가 고객들에게 정보를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 그 동안 잠잠하던 ECPA의 비밀유지 명령 조항이 왜 이제야 문제가 됐나?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이다. 이 법이 제정되던 1986년 무렵만 해도 정보 소유자와 보관자가 동일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컴퓨터 시대 이전에는 사무실의 캐비넷에 비밀 서류를 보관했다. PC시대가 된 이후에도 대부분 정보 주체가 자기네 PC나 서버에 해당 문건을 보관했다.

그런데 클라우드 시대가 되면서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정보 소유자와 보관자가 분리된 것이다. M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는 남의 정보를 대신 보관해주고 있다.

MS 클라우드OS 구조도

미국 정부가 제3자가 정보를 대신 보관해주는 클라우드 시대를 맞아 ECPA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MS의 주장이다. 예전 같으면 당사자에게 영장을 제시한 뒤 압수수색을 했을 사안을 이젠 제3자에게만 통보한 뒤 하려 한다는 것이다.

MS는 법원 제출 문건에서 “클라우드 시대라고 해서 정부가 개인 정보나 통신 내용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할 때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통보를 해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 요건이 달라질 순 없다”고 주장했다."

- 이번 소송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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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대학 법학 교수인 마이클 프룸킨이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적한 대로 “누구도 관심 갖지 않던 부분을 MS가 잘 건드렸다”고 볼 수 있다.

프롬킨 교수는 “사람들은 이메일이 어느 곳에 저장돼 있던 개인 자산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행동과 기대, 그리고 법 사이엔 괴리가 있다”면서 “MS가 관련법이 사람들의 기대에 일치하도록 만들기 위해 법원에 호소한 것이다”고 말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