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피드, 매출 이상신호…대체 무슨 일이?

FT "작년 목표 70%"…"과도기적 현상" 분석도

홈&모바일입력 :2016/04/14 18:02    수정: 2016/04/14 18: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1세기에 급부상한 신생 매체 몰락의 전조일까? 아니면 일시적 현상일까?

복스 등과 함께 ‘무서운 신생 매체’로 떠오른 버즈피드에 적신호가 켜진걸까? 잘 나가던 버즈피드의 지난 해 매출이 목표에 크게 미달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각종 전망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불씨를 지핀 곳은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 대표 주자 중 한 곳인 파이낸셜타임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버즈피드의 작년 매출이 1억7천만 달러에 머물렀다고 보도했다. 목표치인 2억5천만 달러의 70% 남짓한 수준에 불과하단 소식이다.

잘 나가던 버즈피드가 지난 해 매출 부진으로 올해 목표까지 절반으로 낮췄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은 버즈피드 사이트.

그 뿐 아니다. 버즈피드는 지난 해 부진 여파로 당초 5억 달러로 잡았던 올해 매출 목표를 절반으로 낮췄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매출 목표 2억5천만 달러는 지난 해 목표치와 같은 수치다.

보도가 나가자 버즈피드 측은 곧바로 강하게 반박했다. 켄 레러 버즈피드 회장은 IT 매체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올해 1분기 매출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을 뿐 아니라 2분기도 순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올해 매출 목표를 절반으로 줄였다는 보도는 말도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버즈피드 위기론’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 21세기 신생 미디어 거품 걷히는 신호탄?

배너티 페어는 “사실일 경우 벤처 투자를 받은 신생 미디어 기업들의 붕괴가 시작된 신호로 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배너티 페어는 이런 내용을 담은 기사에 “밀레니얼 미디어 거품 붕괴의 시작일까?”란 제목을 달면서 시선을 끌었다.

버즈피드, 복스, 바이스 등은 지난 해 언론 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을 면치 못한 가운데 벤처캐피털 투자를 유치해 관심을 모았다.

버즈피드는 2006년 허핑턴포스트 창업주인 조나 페레티가 설립한 매체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버즈피드는 한 때 ‘~하는 몇 가지’ 같은 리스티클과 퀴즈 같은 말랑말랑한 콘텐츠로 입소문을 주도했다.

조나 페러티 버즈피드 CEO (사진=위키피디어)

특히 버즈피드는 탁월한 독자 분석을 토대로 네이티브 광고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즈피드는 지난 해 페이스북이 시작한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에 가장 먼저 동참했다.

이렇게 잘 나가던 버즈피드가 왜 갑자기 매출 부진설에 휘말리게 된 걸까? 또 배너티 페어 진단대로 ‘밀레니얼 미디어’들에 씌어진 거품이 걷히기 시작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선 미디어 전문 사이트 포인터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밀레니얼 미디어에 대한 심판이 시작된 것으로 보긴 힘들지만 춘삼월 호시절이 끝나는 신호로 볼 순 있다는 것. 디지털 미디어 조직들 역시 전통 매체들이 최근 수 년 동안 겪어온 고통을 겪는 것이란 의미다.

그 동안 버즈피드나 복스처럼 21세기 들어 급부상한 신생 미디어들이 전통 매체를 급속하게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버즈피드 등이 실제로 내놓는 성적표를 꼼꼼히 살펴볼 경우 그런 낙관론엔 다소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포인터가 전망했다.

미디어 전문가인 켄 닥터는 포인터와 인터뷰에서 “뉴스 사업엔 (성공을 보장하는) 특별 양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텍스트 뉴스 한계…동영상 전환?"

켄 닥터는 니먼 랩에 기고한 글에선 좀 더 근본적인 분석을 내놨다. 미디어 수익의 중심축이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비즈니스인사이더 역시 비슷한 해석을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한 때 버즈피드 사장을 역임했던 존 스타인버그의 입을 빌어 “(현재 버즈피드 주 수익 모델인) 브랜드 광고론 그 정도 규모를 이뤄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버즈피드 같은 매체는 TV를 대체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켄 닥터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니먼랩에 기고한 글에서 버즈피드나 복스미디어처럼 충분한 투자를 받은 미디어 스타트업들은 동영상 쪽으로 눈을 돌려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예 TV 사업 자체를 겨냥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복스나 마이크(Mic)처럼 요즘 잘 나가는 매체들은 대부분 동영상 쪽에 공을 들이고 있다. 버즈피드는 역시 지난 해 NBC유니버셜로부터 2억 달러를 유치하면서 동영상 사업 쪽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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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들은 왜 동영상 쪽에 관심을 보일까? 독자들이 동영상을 원하기 때문에? 켄 닥터는 “광고료 때문”이란 답을 내놨다. 지리한 텍스트 옆에 붙은 광고보다 동영상에 끼워넣은 광고가 훨씬 더 돈이 되기 때문이란 얘기다.

광고주들이 좀 더 많은 동영상 광고를 원할 경우엔 당연히 관련 동영상 콘텐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 버즈피드의 지난해 매출이 부진한 것은 동영상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도기적 현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