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타네트웍스, 라우터 시장 흔드나

스위치-라우터 결합한 '유니버설스파인' 공개

컴퓨팅입력 :2016/04/14 17:52    수정: 2016/04/14 18:03

대규모 데이터센터 스위치 시장에 집중했던 아리스타네트웍스가 라우터 영역으로 보폭을 넓혔다. 스위치와 라우터 역할을 함께 맡을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음으로써, 둘을 별개로 인식하는 기성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조를 해체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아리스타네트웍스코리아는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간담회에서 국내 라우터 시장을 겨냥한 신모델 '유니버설스파인'을 선보였다.

유니버설스파인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스위치 역할에 초점을 맞췄던 아리스타네트웍스의 기존 제품 기술과 설계구조를 이어받았다. 거기에 라우터 기능을 포함하게 됐다. 실제 유니버설스파인의 모델명은 '7500R' 시리즈다. 여러모로 기존 아리스타네트웍스의 스위치 제품인 '7500' 및 '7500E' 시리즈를 직접 계승했다는 뜻이다.

아리스타네트웍스에서 강조하는 유니버설스파인의 가치는 대규모 인프라 운영에 필연적으로 여겨지던 계층적 네트워크 구조를 따르지 않고 단순화, 효율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는 아리스타네트웍스가 원래 자랑해 온 특성인데, 이전엔 스위치 구성 영역만 단순화했다면 이제는 그 이점을 라우터 구성 영역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아리스타네트웍스코리아가 2016년 4월 12일 간담회를 통해 스위치와 라우터를 결합한 신제품 유니버설스파인을 공개했다. 5계층으로 연결된 레거시 네트워크를 3계층으로 단순화해 운영관리 효율성을 높였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아리스타네트웍스가 '레거시네트워크'라 일컫는 망 구조는 기업 전산망의 '데이터센터인터커넥트(DCI) 및 인터넷' 영역에서 2계층(광전송장비 및 코어라우터)으로 구성되는 '라우터' 영역과, 3계층(코어, 분배, 액세스스위치)으로 구성되는 '스위치' 영역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띤다.

그간 시스코시스템즈와 주니퍼네트웍스같은 전통적인 네트워크 인프라 장비 제조사들은 이런 각 계층에 걸맞는 스위치와 라우터 장비를 세분화해 공급해 왔다.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는 단순화를 추구했지만 하드웨어 제품 구성 자체를 간소화하진 않았다.

반면 아리스타네트웍스는 8~9년전 스위치 구성을 3계층에서 2계층(리프-스파인) 구조로, 라우터 영역까지 고려하면 5계층에서 4계층으로 단순화한 아키텍처를 선보였다. 최신 기술을 품은 유니버설스파인은 스위치와 라우터 영역 전체를 5계층에서 3계층으로 줄였다. 스위치의 리프-스파인 구조에 하나의 스파인 계층을 이어 올리는 것으로 DCI와 인터넷, 데이터센터간 WAN 영역과 연결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회사측 주장에 따르면 유니버설스파인은 현재 시중에 공급되고 있는 네트워크 라우터 장비와 견줬을 때 ▲넌블로킹 VOQ 패브릭, N+1리질리언시 ▲무손실(장애) 시스템업그레이드 ▲네트워크상태 기반 프로그래머블 운영체제 ▲네트워크컨버전스(기기장애 및 업그레이드시) ▲신구모델 호환성(투자보호 측면) 지원여부 ▲심층 동적 (대용량) 버퍼 지원여부 ▲다양한 라우팅 프로토콜 지원여부 등 측면에서 우월하다.

아리스타네트웍스 유니버설스파인 7500R 시리즈

이날 현장에서 마크 포스 아리스타네트웍스 글로벌오퍼레이션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자사 신제품이 넷플릭스를 비롯한 대규모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인프라 운영 사업자들에게 이미 사용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뿐아니라 글로벌 퍼블릭클라우드 서비스 인프라를 보유한 대형 IT업체에도 도입됐다고 귀띔했다.

아리스타네트웍스의 유니버설스파인 장비는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구성에서 스위치와 라우터 영역 계층을 확 줄이고 하드웨어의 구성을 간소화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시장파괴적 성격을 띤다. 이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처럼 대규모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운영하며 최소 인력 규모로 최대 규모의 인프라 관리 전략을 실현하려는 조직들의 입맛에도 알맞다.

이런 점에서 유니버설스파인 장비는 세계 시장에서 라우터와 스위치를 세분화한 하드웨어 제품으로 만들어 공급해 온 네트워크 기술 업체들과 흥미로운 대결 구도를 형성할 잠재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라우팅 계층 대체, 콘텐츠사업자의 인터넷 피어링, 클라우드WAN 인프라의 세그먼트라우팅,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활용에 관심이 많은 통신사업자의 차세대 클라우드 인프라 아키텍처 등이 유망한 시장으로 꼽힌다.

다만 이같은 특성이 한국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한국에서는 넷플릭스나 다른 아리스타네트웍스의 표적이랄만한 다국적 기업의 인프라에 견줄 만큼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아리스타네트웍스코리아는 신제품을 국내 라우터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리스타네트웍스코리아가 2016년 4월 12일 간담회를 통해 스위치와 라우터를 결합한 신제품 유니버설스파인을 공개했다. 유니버설스파인의 활용 시나리오를 제시한 회사측 발표자료 일부.

김창민 아리스타네트웍스코리아 이사는 "아리스타가 관여하지 않던 스위치 윗단의, 시스코와 주니퍼가 장악해 온 코어(라우터) 영역에 이제 진입하게 됐다"며 "엔터프라이즈 백본과 같은 코어 계층부터 망사업자 에지네트워크 등 다양한 (라우터 시장) 사용사례 확보해 진출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및 통신사업자 인프라 시장에서, 클라우드를 비롯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나 NFV같은 시장파괴적 트렌드의 수용과 적응은 몇년의 시차를 겪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리스타네트웍스의 스위치 및 라우터 통합형 솔루션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면, 한국 기업과 통신사들이 기존 인프라에 막바로 유니버설스파인 개념을 적극 도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존 인프라의 전환을 통한 효율화보다는, 최근 데이터센터 운영 아키텍처에 차세대 네트워크 서비스 인프라를 결합하려는 조직의 신규 인프라 구축 사업에 기회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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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은 유니버설스파인의 특징이나 장점을 강조할 때 본사와 다른 요소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 간담회에서 설명된 내용 가운데, 제품의 상용칩 기반 하드웨어 시스템으로 타사와는 차별화된 처리 용량을 달성했고, 상용칩 기반이라 이미 3년뒤 제품 로드맵까지 확정돼 있으며, 하드웨어 설계를 전혀 안 바꾸기 때문에 기존 도입 고객사들의 투자가 확실히 보호된다는 점 등이 그런 요소다.

유니버설스파인 7500R 시리즈 최상위 모델(7512R)은 올 3분기 출시 예정이고, 중급(7508R) 및 엔트리(7504R) 모델은 1분기중 이미 공급되기 시작했다. 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박스 하나의 최대 처리량이 초당 115테라비트(Tbps), 슬롯당 9.6Tbps다. 100G 포트를 최다 432개, 25G 포트를 최다 1천728개 지원한다. 입력 가능한 라우팅테이블의 경로가 100만건에 달한다. 7500R 시리즈용 라인카드는 올 2분기 출시 예정이다. 10G포트 48개짜리 모델, 40G포트 36개짜리 모델, 100G포트 36개짜리 모델, 3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