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LG 시그니처'로 가전 名家 꿈 이룬다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센텀시스템'·'노크온 매직스페이스' 혁신 결합

홈&모바일입력 :2016/03/28 14:53    수정: 2016/03/28 16:39

정현정 기자

1천100만원짜리 TV, 850만원대 냉장고와 390만원대 세탁기, 149만원짜리 공기청정기...

LG전자가 초(超) 프리미엄을 표방한 통합 가전브랜드 'LG 시그니처'를 28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그동안 ‘디오스’(냉장고), ‘트롬’(세탁기), ‘올레드’(TV) 등 제품별 브랜드를 운영해왔던 LG전자가 생활가전 제품군을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처음이다.

일단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이다. 이날부터 순차 출시되는 LG 시그니처 신제품은 ▲올레드 TV ▲냉장고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로 네 가지다. 65인치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모델명 OLED65G6K)의 가격은 1천100만원으로 기존 최상위 제품 대비 150만원 비싸다. 4월 출시되는 LG 시그니처 냉장고(모델명 F908ND79E)는 출하가 기준 가격이 850만원으로 지금까지 출시된 LG전자 세탁기 중 가장 비싸다.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는 LG 시그니처 세탁기(모델명 F12WHS) 역시 각각 320만원과 390만원대다. 6월 출시되는 LG 시그니처 가습공기청정기(모델명 AW141YAW)의 가격은 출하가 기준 149만원대다.

이같은 초고가 전략에 대한 우려에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 사장은 "하나하나의 제품이 몇 대 팔리느냐는 것 보다는 이 제품이 LG 브랜드를 견인할 수 있겠느냐의 초점을 맞췄다"면서 "LG 시그니처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한 투자 준비가 돼있으며 LG 시그니처 브랜드 안착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 시그니처는 개발 과정부터 일반적인 제품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 2014년 디자인 전문가들과 최고경영진이 모여 발족한 ‘디자인위원회’에서 디자인과 성능 콘셉트를 정해 각 사업부에 하달했다. 디자이너나 상품기획팀으로부터 ‘바텀업’ 방식으로 제안된 것이 아니라 최고경영진들이 LG 브랜드 가치를 우선에 두고 결정한 후 이에 맞춰 개발이 이뤄지는 ‘탑다운’ 방식이다. 출시 결정과 제품 개발, 마케팅까지 위원회가 총괄한다.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각각의 사업부나 사업본부가 운영하는 고유의 사업들이 있지만 디자인위원회는 제품을 제품으로 보지 않고 소비자가 생활하는 공간, 즉 'scene based design'으로 보고 이를 통해 최적의 제품이 무엇인지, 프리미엄 가치를 안겨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한다"면서 "처음 이런 디자인과 기능을 반드시 넣어야한다고 콘셉트가 나왔을때 실제 양산까지 해야하는 본부장과 사업부장들은 엄청나게 반대를 많이 했지만 처음 생각한 기능들을 구현하는데 어떤 난관이 있고 얼마의 비용이 들더라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는 의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28일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열린 초프리미엄 'LG 시그니처' 신제품을 발표회에서 (왼쪽부터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 HE사업본부장 권봉석 부사장, 한국영업본부장 최상규 사장, 최고기술책임자(CTO) 안승권 사장이 LG시그니처 제품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이날 LG 시그니처의 국내 출시를 알리는 간담회를 고급호텔 행사장이 아닌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진행했다.

조성진 사장은 "이 곳이 디자인의 산실이고 R&D의 산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날 행사는 각 사업부 직원들이 나와 제품을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받는 형식에서 벗어나 조성진 사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 안승권 사장, 권봉석 HE사업본부장 부사장 등이 무대에 올라 진행을 맡은 김경란 아나운서와 토크쇼 형식으로 신제품을 소개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LG 시그니처를 소개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바로 디자인이다. LG전자는 디테일 하나하나와 소재까지 모든 요소를 세심하게 고르고 본질에서 벗어난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하게 제거했다. 내부 역량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톨스텐 벨루어와 협업해 디자인 콘셉트를 공동 개발하며 외부의 시각도 반영했다. 실제 살펴본 LG 시그니처 제품군의 디자인은 심플 그 자체였다. 곡선미가 화려한 패턴 없이 제품의 본질만 강조했다. 가까이서 보면 소재가 매우 특이하다. 세탁기의 경우 도어에는 블랙 강화유리가 사용됐고 외관에는 스크래치에 강한 법랑 코팅을 적용했다. 냉장고에는 스테인리스 소재를 기반으로 지문이 잘 묻지 않게 후처리를 했다.

조성진 사장은 LG 시그니처 냉장고를 소개하며 “플랫한 스테인리스 소재를 적용해 미니멀한 디자인을 구현하고 보는 위치와 각도에 따라 은은한 미를 주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권봉석 HE사업본부장 부사장은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디자인 철학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절제된 비움의 미학”이라면서 “화면과 오디오 스피커 외에는 어떤 디자인 요소도 배제하고 TV의 본질적인 요소로만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디자인은 비웠지만 성능은 채웠다. 세탁기의 적용된 진동 저감 기술인 '센텀 시스템'이나 유리로 된 냉장고 도어를 '똑똑' 두드리면 조명이 켜지면서 내용물을 보여주는 '노크온 매직스페이스' 같은 시그니처 브랜드만을 위한 기술이 눈에 띈다. 올레드 TV에는 '픽쳐 온 글라스'라는 글라스 증착 기술을 이용해 2.57mm 두께의 초슬림 TV 구현했다. 공기청정기는 필터를 통해 먼지를 1차로 걸러준 후 물로 한 번 더 씻어주는 원리를 적용했고 필터 교체가 필요없는 재생필터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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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LG 시그니처 브랜드를 키우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에게는 판매부터 배송, 설치, 사후서비스(AS)도 분야별 명장들로 구성된 전담인력을 운영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품목도 더욱 늘릴 방침이다. LG 시그니처는 우선 한국 시장에 먼저 출시한다. 현재 백화점, LG베스트샵, 대형 양판점 등 전국 40여군데 매장에 진열을 시작했고 통합 브랜드 광고와 함께 판매처를 더욱 늘릴 예정이다. 6월 중으로 미국 시장 출시를 준비 중이며 연내 유럽 등 글로벌 출시도 계획 중이다.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 사장은 LG 시그니처 판매 목표에 대해 "TV의 경우 1천만원 이상 제품 시장이 국내에 월 400~500대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고 냉장고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 비중으로는 적은 숫자일 수 있겠지만 매출을 늘리기 위한 노력 보다는 신뢰를 얻기 위한 초프리미엄 브랜드 가치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