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현주소-3]"알파고? AI 서비스!"

"알고리즘보다 응용기술 발굴이 중요"

컴퓨팅입력 :2016/03/16 07:35    수정: 2016/03/16 07:45

알파고 충격이 한국을 강타했다.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누르고 3연승을 거두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한국 사회는 두 개의 이유로 좌절을 겪었다. 하나는 인류 대표이자 한국 대표인 이 9단의 아쉬운 패배이고, 또 하나는 ‘왜 한국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없나’라는 결핍감이다.

다행히 4국에서 이 9단이 무적같아 보였던 알파고로부터 불계승을 얻어내며 하나의 이유를 덜었지만, 나머지 하나는 여전히 우리 마음 한켠에 찜찜하게 남아있다.

“인공지능 분야에 300억을 투자”한다거나 ”AI컨트롤 타워를 만든다”는 정부 발표는 되레 결핍감만 더 가중시킬 정도다.

하지만 ‘한국엔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기술이 없다’고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정부부터 기업, 대학까지 한마음 한뜻을 모아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다행히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인공지능 분야 선도 기업은 보유한 많은 기술을 큰 제한조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개발하지 않아도 인공지능을 접목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구글이 알파고를 만든 궁국적인 이유도 결국엔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다. 인공지능 개발 자체가 목적이 될 필요는 없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2차 대국

인공지능… 알고보면 오픈소스가 대세

알파고는 3천만 개의 바둑 움직임을 보고 스스로 바둑 두는 법은 물론 경기에서 이기는 법을 파악했다. 스스로 학습하고 인간과 유사하게 직관력을 가지고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머신러닝(딥러닝)이라는 기술이 적용됐다.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대표적인 기술인 머신러닝 및 딥러닝 기술은 최근 기술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픈소스 덕분이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머신러닝 핵심 라이브러리인 텐서플로우(TensorFlow)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자동으로 사진을 분류해주는 구글포토, 자동으로 언어를 인식해 음성을 문자로 바꿔주는 구글번역앱 등 구글이 자랑하는 서비스 대부분이 텐서플로우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텐서플로우가 공개되며 누구나 구글 같은 서비스를 만들어 볼 수 있게 됐다.

구글에 이어 MS도 내부에서 개발한 머신러닝 툴킷 DMTK를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이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바이두 같이 다른 인공지능 분야 선두 기업들 역시 각사의 핵심 머신러닝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이밖에도 각 대학에서 연구해 공개한 오픈소스 툴이 셀 수 없이 많다.

구글을 포함해 IT기업들의 과거 행보를 미뤄보면, 알파고 기술 역시 언젠가 오픈소스로 공개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구글은 이미 1월 네이처지에 알파고 알고리즘을 상세하게 설명한 논문을 공개한 바 있다.

구글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면 ‘성공'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 기술 자체는 오픈소스로 상당히 많이 공개돼 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즉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검증된 기술을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다.

한 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 대표는 “알고리즘 직접만드는 건 정말 뛰어난 소수의 사람들이고 대부분 회사에선 적절한 분야에 적절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능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구글 조차도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 그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기존 서비스를 고도화하거나, 새로운 신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인공지능은 그 과정에서 사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계 종사하는 한 연구원은 "사실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멋져 보이는 기술을 공개하고 미래지향적인 논문을 발표하지만 결국엔 기존 서비스 품질개선에 이런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발 회사에서 C로 개발한다는 게 별 특별한 얘기가 아닌 것처럼 머신러닝은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한번씩 해봐야 하는 도구일 뿐"라고 설명했다.

알파고로 인해 인공지능 기술이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온 나라가 한국형 알파고를 걱정할 필요는 없는 이유다.

다행히 한국에도 머신러닝을 잘 쓰는 스타트업이 여럿 생겨나고 있다. 언론사에 뉴스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블, 모바일용 자동 문자답변 서비스 제공하는 플런티, 의료영상 판독 보조에 초점을 맞춘 루닛 등이 대표적이다.(☞관련기사)

그렇다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공개하는 오픈소스 툴만을 이용하는데 그쳐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수준에 올라서기 위해선 정부주도로 일년에 몇백억 정도 써서 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오픈소스 툴을 서비스에 적용해 보는 시도가 많아져야, 구글 같이 직접 새로운 문제를 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픈소스 툴을 사용하는 것도 실은 단순 SW 프로그래밍을 넘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어려운 분야다.

풀어야할 문제가 있을 때 적절한 수식을 쓰려면 수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또 일반적인 문제가 아닌 원하는 문제를 풀려고 하면 알고리즘을 커스터마이징하고 최적화해야 하는데 이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고급인재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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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IT대기업 소속 인공지능 분야 연구원은 3단계 딥러닝 기술 활용 수준을 나눠 설명하며, 구글 같은 수준의 3단계까지 발전하려면 1, 2단계가 먼저 충실히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픈소스 툴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세트와 가이드 그대로 활용하는 단계 ▲기존에 있던 문제와 툴을 자기 비즈니스에 맞춰 변형할 수 있는 단계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이 완전 새로운 문제를 풀어내는 3개 단계로 나눌 수 있다”며 “아래 단계가 탄탄히 받쳐줘야 상위단계로 나아갈 수 있고 특히 3단계로 가기 위해선 2단계가 충실히 준비된 상태여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