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美에 4년 뒤져 …“SW 인력 붕괴”

“의료, 건강, 교육, 문화 집중해 키워야”

방송/통신입력 :2016/03/14 11:05    수정: 2016/03/14 13:12

“과거 10년 간 소프트웨어 인력이 붕괴됐다. 산업화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인력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창의적인 대학 교육프로그램과, 좋은 인재들에 대한 임금 상향이 급선무다.”

이세돌 9단과 구글의 바둑 대국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이 연일 화제가 되면서 뒤쳐진 국내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대비 약 4년 이상 뒤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지능형 소프트웨어 기술은 미국을 100점으로 할 경우 75~76점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능정보기술, 즉 인공지능분야에 올해만 300억원을 투자하고 기업형 ‘지능정보기술연구소’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력 부족’이다. 정부의 R&D 예산이 하나의 글로벌 회사보다 못하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150명 규모로 생각하고 올해에만 50명의 전문 인력을 꾸릴 계획이나 이 마저 채우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인력 영입까지 고려해야할 만큼 국내 인공지능 분야 전문 인력이 손에 꼽힐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IITP가 파악한 바로는 인공지능 관련 국내 전문 교수는 120명 수준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는 약 30여명의 전문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는 기업체들에 속해 있지만,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란 것이 IITP의 판단이다. 또 인공지능 회사로 부를 수 있는 회사도 스타트업만 몇 개 있을 뿐, 사실상 전무하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격적인 AI 투자

이세돌-알파고 3번째 대결 (사진=바둑TV화면)

반면 인공지능 분야에 대한 글로벌 회사들의 투자는 공격적이다. 드론, 로봇, 자동차, 의료, 건강, 금융 등 다양한 분야와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2020년 상용화 목표인 5G 통신 기술이 도입될 경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이 결합한 지능정보기술이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구글, 애플, 페이스북,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이 다양한 산업과 서비스 분야에 막대한 R&D 예산을 투자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구글의 경우 바둑대국 알파고와 같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인공지능 기술뿐 아니라, 자율주행차와 로봇 등에도 많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14년간 28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3조가 넘는 금액을 투자했으며 IBM도 자연어 소통 슈퍼컴퓨터 ‘왓슨’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의 도요타는 인공지능 연구소 설립에 10억 달러를 투자했고, 일본 정보과학연구소는 2021년 도쿄대 입학을 목표로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 중이다. 중국의 바이두는 실리콘밸리에 3억 달러를 들여 딥러닝 연구소를 설립했다.

페이스북은 2013년 인공지능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얼굴인식 ‘딥 페이스’ 기술을 개발했으며, 애플은 86명 이상의 박사급 인공지능 전문 인력을 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문 인력 육성해야”

슈퍼컴퓨터 '왓슨'을 탑재한 로봇이 호텔 투숙객을 응대하고 있다.

IITP 조일구 팀장은 국내 인공지능 기술 수준이 글로벌 기준 대비 현저히 낮다고 평가하면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료, 건강, 교육, 문화 등과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집중 육성할 경우 아직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전문 인력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중 양성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미래부 역시 같은 생각이다. 높은 로봇수용환경과 우수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세계 선도가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한국이 잘 하는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원동력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지능형 소프트웨어, 인력, 데이터 인프라 등 인공지능기술력과 산업적 기반이 약하다는 데에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기술이 보편화될 경우 기술력 부족으로 글로벌 ICT 기업의 하청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다.

국민대 제작 그랜저 자율주행차 내부. 기어노브 주변에 자율주행 여부를 표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조일구 팀장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에 투자를 한다 해도 현재는 충분한 인력이 없는 상태다. 최근 3년 간 정부 예산이 늘어 관련 인력이 늘긴 했어도, 지난 10년 동안 미달됐던 요인이 현재의 문제를 야기했다”면서 “전문 인력과 인재들에 대한 투자가 최소 10년은 이뤄져야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분야기 때문에 현재 투자로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또 “논문보다는 산업적인 엔지니어링 인력들을 양성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이들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료, 건강, 교육 문화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잘 찾아 집중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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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김광수 정보통신정책과장은 “문화적, 언어적 차이 때문에 일단 국내 인공지능 시장에서만큼은 글로벌 기업보다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공지능은 기술력보다는 시간과 투자의 노력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특화되고 새로운 서비스, 독창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과장은 이어 “국내 인공지능 관련 전문 인력들이 턱없이 모자라 해외에서 데려와야 되는 수준”이라면서도 “기업과 국민들도 인공지능 시대가 굉장히 먼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조만간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보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