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vs 알파고…핵심 관전포인트

베일 속 알파고 기량 상승세 관심

인터넷입력 :2016/03/07 12:10    수정: 2016/03/07 13:33

황치규 기자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 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벌이는 세기의 대국이 9일 시작된다.

이번 대국은 3월 9일, 10일, 12일, 13일, 15일 오후 1시에 진행된다. 시간 규정도 있다. 두 기사가 각각 2시간의 제한 시간을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이후에는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진다. 각 대국 시간은 4~5시간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이세돌 9단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5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한번이라도 이긴다면 이세돌 9단이 진거나 마찬가지라는 견해가 많고, 알파고의 기량도 베일속이어서 경기 결과를 예측하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알파고, 어느정도 진화했을까?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대회에서 3회 우승 경험이 있는 판 후이 2단과의 대국 이후 알파고의 실력을 가늠해 볼 기회는 없었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는 2월 기준 인공지능 세계에서 유명한 다른 바둑 프로그램들과 총 500회 대국을 벌였고 499회 승리했다. 심오한 바둑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3천만가지에 달하는 수를 놓고 훈련했다. 기사들이 사용한 수를 계속 훈련에 활용하면서 스스로 전략을 발굴하고 학습해 나갔다.

판 후이와의 대국 이후에도 알파고는 훈련과 학습을 통해 기량이 크게 향상됐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구글 알파고와 판후이 2단이 대국을 하는 장면. 알파고가 수를 놓으면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대신 바둑판에 놔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유튜브 캡처)

알파고는 판후이 2단과의 5번의 대국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당시 대국을 살펴본 프로기사 김찬우 6단은 "대국 시점에선 알파고가 판 후이 보단 좀 세다는 인상이었는데, 지금은 훨씬 강해졌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정도 향상됐는지에 대해 구글은 말을 아끼고 있다. 알파고의 지금 실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건 이세돌 9단에게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시간을 정해져 있다는 것도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할게 없어 보인다. 상대적으로 이세돌 9단이 실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설명이다.

바둑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스타일은 정반대에 가깝다. 이세돌 9단은 변화무쌍한 기풍인 반면 알파고는 이창호 9단처럼 두텁게 두는 스타일이다. 변화 무쌍형이 창이라면, 두텁게 두는건 방패형으로 보면 된다. 결국 이번 대국은 창과 방패의 대결인 셈이다.

인공지능, IT생태계 뒤흔들까?

바둑은 그동안 인공지능 전문가들에게 엄청난 진입장벽이었다. 모든 가능한 위치에서 탐색 트리(Search tree)를 구성하는 전통적인 인공지능은 바둑에서 만큼은 먹혀들지 않았다. 이에 구글 인고지능 사업부인 딥마인드는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왔다.

급 트리 검색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한 것. 심층 신경망은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으로 이뤄진다. 정책망은 부르는 다음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은 승자를 예측한다.

이세돌 9단(왼쪽)과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 (사진=지디넷코리아)

알파고는 내부 신경망들끼리도 서로 수천만회에 달하는 대국을 벌였다.알파고는 실전 테스트에서 나온 결과물을 갖고 강화학습이라는 시행착오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학습한다. 하사비스 CEO는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컴퓨팅 능력이 필요해기 때문에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폭넓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아슬아슬에게 패하거나 한판이라도 이길 경우 세계 경제에서 인공지능이 갖는 위상은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파고에 사용된 방법들은 범용성이 있다.그런만큼 언젠가 기후 모델링, 복합성 질환 분석 등 오늘날 사회에서 어렵고 골치 아픈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것도 기대할만 하다는게 구글 설명이다.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선전했다는 건, 다른 분야의 난제를 푸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현실화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거대 기업들간 기술 경쟁이 더욱 확산되고, 각국 정부도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IT시장에서 경쟁의 무게 중심이 AI로 확실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이 이미 글로벌 이슈가 됐다. 이를 보여주듯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 알파고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도 한국을 찾아 이번 대국을 직접 지켜볼 예정이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회는 컴퓨터 인공지능이 프로기사에게 호선으로 도전한 첫 케이스이며, 그런 뜻깊은 대국을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결과와 상관없이 바둑계 역사에 의미 있는 대결이 될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의 실력이 이미 상당하며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제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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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의 정재승 교수는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체스를 이겼던 인공지능이 좀 더 복잡한 바둑으로 인간에게 도전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온갖 경우의 수에서 이길 확률과 패턴을 계산하던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처럼 경험으로 학습하고 추론을 통해 전략을 짜는 방식으로 인간에게 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국은, 승부와 상관없이, 인공지능 역사에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바둑은 인류가 고안한 모든 게임 중 가장 심오한 게임이다. 바둑의 아름다운 복잡성은 우아할 정도로 단순한 바둑의 원리에서 나온다. 바둑에서는 무작위 계산보다는 직관과 느낌이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컴퓨터가 마스터하기 힘든 게임이다. 바둑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세돌 9단과 이번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를 할 수 있어 영광이고 다가올 대국이 매우 기대된다.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하든 패하든, 이 대국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바둑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