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심' 논리펴던 FBI, 날선 질문엔 "…"

외신들이 전하는 '아이폰 백도어' 청문회 풍경

홈&모바일입력 :2016/03/02 15:51    수정: 2016/03/02 15: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뒷문 열어달라는 게 아니다. 문앞에 버티고 서 있는 사나운 개 좀 치워달란 요구다.”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호기롭게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1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아이폰 백도어 공방’이란 언론의 프레임 자체가 잘못됐다고 질타했다.

외신들이 전하는 미국 하원 사법위원회 청문회 풍경이다. 하원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다섯 시간 동안 ‘아이폰 백도어’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다. ‘암호 외줄타기: 미국 안보와 프라이버시 균형 잡기’란 주제부터 굉장한 논란을 예고한 행사였다.

미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제임스 코미 FBI 국장 (사진=씨넷)

첫 증인으로 등장한 코미 FBI 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백도어 프레임’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아이폰엔 이미 문이 있다는 건. 자신들은 그저 (아이폰) 문 앞에 버티고 있는 사나운 개를 좀 치워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을 뿐이란 게 FBI 주장이었다. '만능키 요구'란 애플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한 의도가 강해보였다.

하지만 막상 토론에 들어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코미 국장은 보안 전문 지식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 것. 미국 경제전문 사이트 쿼츠는 “잘 모르겠습니다(I have no idea)”란 제목으로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줬다.

■ 쿼츠 "FBI 국장, 기술적 질문 대처할 준비 안됐다"

이날 코미 국장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공화당 소속 대럴 아이사 의원이었다. 아이사 의원은 자동차 보안시스템 전문업체 ‘다이렉티드 일렉트로닉스’ 최고경영자(CEO) 출신답게 전문 보안지식을 동원해 FBI 국장을 공격했다.

쿼츠에 따르면 아이사 의원은 “FBI는 세계 최고 실험실을 갖고 있는 주요 법 집행 기관”이라면서 “오늘 증언한 내용은 결국 파트너(즉 애플)에게 뭔가를 요구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만들 수 없다는 얘기인가?”란 말로 질문을 시작했다.

아이사 의원은 5분 남짓한 질문 시간 동안 FBI가 다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캐물었다. 특히 FBI가 애플에 소스코드를 요구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대럴 아이사 의원 (사진=미국 의회)

아이사 의원은 확신할 순 없지만 소스코드가 있을 경우엔 아이폰에 담긴 데이터를 훼손하지 않고도 iOS9의 잠금 장치를 풀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iOS9에선 비밀번호를 10번 이상 틀릴 경우 단말기에 저장된 데이터가 다 삭제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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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질문에 대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쿼츠가 전했다. 실제로 쿼츠에 올라온 대화록엔 코미 국장이 “잘 모르겠다”고 여러 차례 대답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쿼츠는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제임스 코미 국장은 데럴 아이사 의원의 기술적인 질문 공세에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