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혼하이, 샤프 인수 급제동

위약금-퇴직금 등 3조8천억 채무 돌발변수로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6/02/26 11:36    수정: 2016/02/26 18:34

정현정 기자

대만 혼하이의 일본 전자업체 샤프 인수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혼하이가 샤프로부터 전달받은 약 3조8천억원 규모의 우발채무 목록이 돌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이폰 위탁생산 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의 모회사인 혼하이는 샤프 인수를 위한 계약을 잠정적으로 보류한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날 샤프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인수를 확정지은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보도에 따르면 혼하이는 이사회 결정 전날인 지난 24일 샤프로부터 새로운 재무 정보를 전달받은 후 "내용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어 상황이 충분히 파악될 때까지 인수 정식 계약을 연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 결정 보류 이유나 언제까지 결정을 연기할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혼하이는 샤프로부터 약 100개 항목에 이르는 총 3천500억엔(약 3조8천억원) 규모의 우발채무 목록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발채무란 현재 시점에는 채무가 아니지만 장래에 특정 사건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채무가 될 수 있는 잠재적인 채무를 말한다. 여기에는 업체와의 계약에 따른 위약금, 정부 지원 보조금 상환액, 임직원 퇴직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 인수를 위해 혼하이가 샤프 측에 제시한 금액은 6천600억엔(약 7조2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산업혁신기구가 제시한 금액에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여기에 우발채무까지 고려할 경우 샤프 인수에 10조원 가량을 투입하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샤프 본사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혼하이는 샤프로부터 우발채무 목록을 전달받고 새로운 재무정보와 관련한 논의를 요구했지만 샤프가 예정대로 이사회를 열어 인수안을 수용하기로 먼저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25일 샤프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혼하이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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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업계에서는 이번 일로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양사가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며칠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샤프 인수를 위해 몇 년 간 공을 들였던 혼하이가 최종 합의 이전에 우발채무 규모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을리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샤프 경영재건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고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나온다.

혼하이는 아이폰 생산 기지인 폭스콘의 모회사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세계 최대 생산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수익 다각화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샤프 인수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2년에도 샤프 인수를 추진했다 불발된 경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