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만드는 폭스콘, 일본 샤프 인수

세계 전자업계에 판도변화 몰고 올 지 주목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6/02/25 14:53    수정: 2016/02/25 15:04

아이폰을 만드는 중국 폭스콘의 모회사 대만 혼하이정밀공업이 일본의 유력 전자기업인 샤프를 인수한다.

25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샤프는 이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혼하이의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수 규모는 약 6천600억엔(약 7조3천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가 최종 마무리될 경우 세계 전자산업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자 업계 한 고위 임원은 "이번 거래는 전자 분야 원천 기술를 다량 갖고 있는 일본 기업과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계 기업이 대규모로 결합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한국 전자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혼하이는 기술과 브랜드를 일거에 글로벌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그동안 샤프 인수에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2년에도 인수를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인수 의지를 밝히고 인수 금액을 올림으로써 이달 초 우선인수협상대상자 지위에 올랐다.

혼하이 측이 이처럼 샤프 인수에 공을 들인 까닭은 자체 브랜드 사업에 대한 야망 때문으로 분석된다.

혼하이는 아이폰 조립 공장으로 잘 알려진 중국 폭스콘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제조업이 주력이다. 막대한 생산규모를 자랑한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생산 공장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전자업계 3위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브랜드 없는 OEM 사업의 경우 마진이 박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이폰을 비롯해 세계 유명 전자 브랜드 제품을 만들면서 고급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전자산업의 전반적인 생태계를 알면 자연스럽게 자체 브랜드를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그건 혼하이와 폭스콘이 언제든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폭스콘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획득하고 있어 자체 브랜드로 가기에 더 유리한 입장"이라며 "그걸 일거에 획득하는 방법이 글로벌 브랜드와 기술을 갖고 있지만 생산성이 떨어져 흔들리는 선진국 대형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레노버가 미국 IBM의 PC 사업을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혼하이는 이와 관련 어떤 사업 방향도 아직까지 제시한 바 없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샤프의 사업 내용을 고려할 경우 LCD 사업을 비롯해 백색 가전 사업, 태양전지 사업을 전면에 배치시킬 것"이라는 전망을 많이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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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재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 경쟁상황을 고려할 때 중소형 LCD 분야에서 혼하이가 상당한 지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샤프를 인수한 혼하이에 대해 '디스플레이와 가전 제품 개발능력 및 글로벌 브랜드를 가진 세계 최대 위탁생산공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 한국 전자산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 분야 국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