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잊혀질권리’ 기준 만든다

사생활보호-알권리 충돌…대상, 범위 책정 난제

방송/통신입력 :2016/02/21 15:46    수정: 2016/04/12 18:01

정부가 개인이 인터넷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잊혀질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올 상반기 중 해당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행한다는 계획인데, ‘사생활 보호’ 측면과 ‘국민의 알권리’ 차원의 두 가치가 충돌해 시행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르면 상반기 중 잊혀질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일반인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자신에 대한 정보 중 원하지 않는 내용을 삭제해줄 것을 인터넷 운영자에게 요청할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유럽에서는 구글 등 검색포털 사이트에서의 잊혀질 권리 지키기가 이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빙'에서의 검색 제한을 원하는 이용자의 접수를 받기도 했다.

잊혀질권리는 지난해 유럽사법재판소가 검색 서비스 기업인 구글에 대해 검색결과를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린 이후 글로벌 이슈화 됐다. 스페인 변호사 코스테야 곤잘레스가 자신에게 불리한 과거 정보를 삭제하라고 구글에 요청했고, 이를 유럽사법재판소가 받아들인 사건이다. 이후 사생활 보호권과 국민의 알권리가 충돌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찬반 논의가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방통위는 잊혀질권리 연구반 등을 운영,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신 해외처럼 언론사 기사는 제외하기로 했다.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고, 언론 중재법 등 별도의 구제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또 정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대상에서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 여론의 감시가 필요한 공인은 배제된다. 연구, 학술, 공익 목적의 글도 삭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잊혀질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제정은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를 정하는 데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어서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먼저 방통위는 ▲삭제 가능한 범위를 본인 글로만 한정할지, 타인이 올린 자신에 관한 글까지 포함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삭제 요청할 수 있는 주체를 본인으로만 할지, 가족이나 유가족 등에게도 줄지 따져야 한다. ▲아울러 삭제 대상을 검색 포털 사압자만으로 할지, 블로그나 커뮤니티 등 작은 규모의 사이트도 포함시킬지 정해야 한다. ▲이 밖에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통신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삭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지, 아니면 삭제 여부를 판단할 별도의 기구를 마련할지도 심사숙고해야 한다.

한편 잊혀질권리 도입에 따른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가 침해되고, 인터넷 검열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알아야할 내용이 무분별 하게 삭제되고, 통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작년 12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개정안을 시행해 표현의 자유 위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정안 시행으로 인터넷상에서 명예훼손이 의심되거나 확실한 글을 제3자가 신고해 삭제하거나 차단시킬 수 있게 됐다. 또 필요에 따라 방심위 직권으로 심의가 가능해졌다. 방심위가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할 경우 직권 심의해 게시물을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방심위는 ‘명예훼손 관련 통신심의제도 개선안’을 함께 의결,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심의 신청은 당사자 또는 대리인으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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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글이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는 등 심의 대상의 전제가 되는 사실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 공적 인물이어도 제3자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잊혀질권리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공감대가 좁혀지고, 여론을 잘 반영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지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