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중립성, '고객정보' 뜨거운 감자되나

FCC, ISP 엄격규제 땐 맞춤형광고 힘들어

방송/통신입력 :2016/02/17 14:26    수정: 2016/02/17 15:3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해 마련한 망중립성 원칙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예고돼 있는 가운데 ‘고객 정보 수집’ 문제가 또 다른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FCC는 지난 해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를 ‘커먼캐리어’로 재분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오픈인터넷규칙을 마련했다. 지난해 6월 본격 발효된 이 원칙에 따라 미국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통신업체에 준하는 규제를 받게 됐다. 강력한 망중립성 원칙을 적용받게 된 셈이다.

물론 FCC의 오픈 인터넷 규칙이 제 자리를 잡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케이블업체를 비롯해 미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FCC를 항소법원에 제소했다. 지난 2014년 항소법원에서 한 차례 패소한 경험이 있는 FCC로선 적잖게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그 동안 망중립성 공방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고객 정보 관리 문제가 새롭게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고 더버지가 16일(현지 시각) 전했다.

미국 망중립성 공방이 본격 전개될 경우 고객 정보 활용 문제가 또 다른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망중립성 원칙 도입 촉구 집회 장면. (사진=씨넷)

■ 망 차별 금지 못지 않게 '고객정보 활용'도 중요한 이슈

FCC가 지난 해 발표한 오픈인터넷규칙의 핵심은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사업자(ISP)들을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한 조항이었다. 타이틀2에 포함된 기업들은 강력한 ‘커먼캐리어’ 의무를 지게 돼 있다. FCC 역시 타이틀2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컴캐스트, 버라이즌 같은 케이블 사업자들이 FCC를 제소한 것도 이런 변화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커먼 캐리어’로 바뀌면서 단순히 망 차별 금지 의무만 지게되는 것은 아니다. 고객 정보 관리 문제 역시 만만찮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고객 정보 활용 범위 역시 정보 서비스 사업자일 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더버지는 “구글과 타깃 광고 시대에는 고객 정보는 굉장히 수지 맞는 자산이었다”면서 “하지만 타이틀 2의 적용을 받는 기업들은 고객 정보를 활용할 때 전혀 새로운 규칙을 적용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이런 규칙은 컴캐스트나 타임워너 같은 기업들은 고객 정보에 관해선 타이틀2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를 받아본 적 없다.

AT&T, 버라이즌 같은 통신사업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역시 무선 데이터에 관해서는 규제를 받지 않았다. 통신법 706조 자체가 무선 사업을 타이틀3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CC가 지난 해 마련한 ‘오픈인터넷규칙’에선 유선 뿐 아니라 무선까지 타이틀2 규제를 받도록 했다. FCC가 원칙대로 적용할 경우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같은 것들도 제한을 받게 된다.

■ 핵심 쟁점은 '고객 프라이버시' 규정한 통신법 222조

더버지에 따르면 현재 핵심 쟁점은 통신법 222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는 부분이다. 미국 통신법 222조는 고객 프라이버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타이틀2 적용을 받는 기업들은 고객 동의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 공유하더라도 특정인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제거해야만 한다.

문제는 법 조항 자체가 모호하게 돼 있어 논쟁의 여지가 적지 않다고 더버지가 전했다. 이를테면 고객 동의를 어떻게 받을지,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어떻게 구분할 지 등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톰 휠러 FCC 위원장이 미국 하원 소위원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진=씨넷)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FCC가 명확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FCC가 분명한 정책 원칙을 정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은 온라인 광고 회사들처럼 자유롭게 데이터를 활용하게 된다. 반면 분명한 지침을 적용할 경우엔 기업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이 문제는 기업 합병 때 중요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더버지가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해 성사된 버라이즌의 AOL 인수다. 당시 버라이즌의 AOL 인수에서 핵심 자산은 광고 사업이다.

이 합병 덕분에 버라이즌은 AOL이 갖고 있던 방대한 고객 정보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버라이즌이 수 십억 달러를 들여 AOL을 인수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 FCC 입장 따라선 버라이즌-AOL 합병 영향 받을 수도

하지만 FCC가 통신법 222조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버라이즌이 고객 정보를 활용한 광고 사업을 하는 것이 수월치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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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즌이 AOL을 인수한 것은 광고 플랫폼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진=씨넷)

타이틀2 규정에 따라 고객 정보를 공유할 때도 동의 절차를 다 거쳐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되기 때문이다.

FCC 위원장으로 오자마자 초강력 망중립성 원칙을 통과시킨 톰 휠러 위원장은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까? 케이블 사업자들의 제소로 법정에서 또 다시 힘겨루기를 해야 할 상황을 맞게 된 FCC가 ‘고객 정보’ 문제를 어떤 원칙에 따라 처리할 지도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