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코드 가득..."정말 MS 광고 맞아?"

한국MS 소셜 마케팅 '눈길'

컴퓨팅입력 :2016/02/03 17:05    수정: 2016/02/04 08:20

‘빨강’, ‘노랑’, ‘초록’, ‘파랑’ 4갈래 섬광이 푸른 별 지구를 휘감고 돈다. 이어 ‘윈도 레드’, ‘윈도 블루’, ‘윈도 그린’, ‘윈도 옐로’를 연이어 외치며 4명의 전사가 등장해 ‘우리는 윈도 10’이라 소개한다. 이들은 붕어괴물을 마주하고 결의를 보인다. 하지만 이내 괴물이 발사한 광선에 나가떨어지고 만다.

힘의 차이를 느낀 ‘윈도 레드’. 동료들과 하나하나 눈빛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혼을 실어 다같이 ‘엑스박스!’를 외친다. 최강 무기 ‘엑스박스 원’의 등장이다. 각자 본체와 조이패드, 키넥트, 아답터를 나눠 들고 무기를 ‘합체’ 한다. 준비가 끝나고, 모두 ‘윈도10 엑스박스 발사!’라 기합을 외치며 괴물을 공격하고, 괴물은 처절한 괴성을 지르며 평범한 붕어로 돌아간다.

이어지는 성우의 코멘트. “이제 엑스박스와 윈도가 호환됩니다. 더욱 강력해진 윈도10, 무료업그레이드. 마이크로소프트.”

눈을 의심케 하는 윈도10 광고가 페이스북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한창 유행하는 B급코드로 가득하다. 광고를 본 사람들은 ‘정말 MS 광고 맞나’란 반응을 보인다.

한국MS가 개그맨 유세윤의 광고에이전시 ‘광고100’에 제작 의뢰한 ‘윈도10’ 소셜 마케팅 동영상이다. 1990년대 초반 대한민국 어린이들을 흥분시켰던 ‘지구방위대 후레쉬맨’이 떠오른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익숙한 배경음악이 깔리고, 폭죽이 땅에서 터지자 공중제비를 돌며 쓰러지는 한껏 과장스러운 아크로바틱 액션도 각을 잘 살렸다.

메시지는 단순하다. 엑스박스와 윈도10의 호환, 윈도10 무료 업그레이드다. 상세한 기능 설명도 없고, 그렇다고 고급스럽게 감수성을 자극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메시지는 뇌리에 박힌다.

최서연 한국MS의 윈도 컨수머 마케팅 담당 PM은“유머를 섞어서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단순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한국MS는 전하고 싶은 핵심메시지만 드리고, 광고100이 알아서 재밌게 풀어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광고100은 유세윤이 설립한 광고에이전시로, 100만원이란 제작비로 광고영상을 만들어준다는 콘셉트를 앞세운다. 박한 제작비로 B급 감수성을 살려 유세윤스러운 광고를 만든다. 유세윤이 직접 광고 제작을 지휘한다.

한국MS 윈도10 광고도 유세윤의 적극적 참여 속에 만들어졌다. 심지어 직접 출연하려는 의지도 보였다는 후문이다. 영상 속 물고기 괴물은 담당PD였다고 한다.

그는 “윈도는 광범위한 고객층을 갖고 있어, 마케팅 타깃을 확실하게 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고객 설문조사로 소비자가 원하는 성향을 파악해보려 하지만, 이번 광고 콘셉트 같은 ‘B급 코드’를 캐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 채널은 콘텐츠가 재미없으면, 반응이 없다”며 “트렌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알면 남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고, 기업에서 직접 주는 정보보다 지인의 공유나 제보를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유머와 위트를 담은 마케팅이 MS에서 낯선 시도는 아니다. 미국 MS의 경우 대규모 이벤트나 여러 광고에서 경쟁사인 애플과, 구글을 비틀어 묘사하는 유머를 사용한다. 최근 수년 사이 유머 중심의 MS 광고가 부쩍 늘었다.

MS는 ‘고루하다’는 세간의 이미지를 벗고, ‘쿨하다’는 이미지로 변신하려 노력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CEO 취임 후 연일 쏟아내는 MS의 파격 행보들은 어느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관련기사

한국MS에 따르면, MS 직원들은 의식전환을 강하게 압박받고 있다. 생각 자체를 바꾸라는 회사의 압박에 새로운 시도가 구성원 차원에서 일어나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MS 본사와 지사의 의사소통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MS가 사용자의 변화를 이끄는 방식 대신 소비자의 원하는 점을 찾아 다가가는 방식이다.

앞으로 광고100은 한국MS 광고를 2편 더 제작해 공개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내용은 비밀이다. 첫 작품이 광고100의 원을 한껏 담았다면, 2편과 3편은 한국MS의 메시지 전달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공개된 1편 영상은 ‘광고100’ 페이스북 페이지에 ‘’Windows10 X 광고100 콜라보’란 제목으로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