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6개월' 애플천하, 미래에 발목 잡혔다

2011년 8월 첫 1위…성장한계로 구글 추월 허용

홈&모바일입력 :2016/02/02 09:58    수정: 2016/02/03 09: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10년대 초반을 지배했던 애플이 구글에게 시가총액 1위를 넘겨줬다. 2011년 8월 석유기업 엑손 모빌을 제치고 1위에 등극한지 4년 6개월 만이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1일(현지시각) 4분기 실적 호조에 힘입어 시가 총액이 5천6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면 애플의 시가 총액은 5천350억 달러에 머물렀다. 덕분에 알파벳은 사상 처음으로 시가 총액 1위를 기록하게 됐다.

애플이 처음 시가 총액 1위 자리에 올라선 것은 2011년 8월10일이었다. ‘애플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팀 쿡에게 넘긴다고 공식 발표하기 보름 전이었다.

이날 애플은 나스닥에서 363.69달러로 거래를 마치면서 시가총액 3천372억 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석유기업 엑손모빌 주가가 4.41% 떨어지면서 마침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당시 엑손 모빌의 시가 총액은 3천308억 달러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 2011년 시총 1위 등극 보름 만에 잡스 CEO 사임

그 무렵 애플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2007년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든 애플은 2010년엔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태블릿 시장까지 석권했다.

결국 애플은 2010년 무렵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인텔 등을 연이어 제치면서 IT 기업 중 시가 총액 1위를 기록했다.

이제 남은 상대는 석유기업인 엑손 모빌. 하지만 엑손 모빌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애플은 2011년 들어 장중 한 때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장 마감할 때쯤이면 어김 없이 엑손 모빌이 맨 윗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1년 8월에 접어들면서 엑손 모빌에 악재가 닥쳤다. 원유가격이 계속 하락한 것. 결국 엑손 모빌 주가가 꾸준히 하락하면서 자리 바꿈에 성공했다.

애플은 그 무렵 실적 면에선 절정의 시기를 구가했지만 회사 내부적으론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애플의 상징’이나 다름 없던 스티브 잡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때문이었다.

스티브 잡스

2009년 무렵부터 조금씩 고개를 들었던 잡스의 건강이상설은 2011년 들어 기정사실로 자리잡았다. 잡스는 2011년 3월 아이패드2 발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건강이상설을 잠재우려했지만 이미 췌장암은 그의 육체를 갉아먹고 있었다. 결국 애플은 시가 총액 1위 자리를 차지한 지 불과 보름 만에 깜짝 발표를 했다. 그해 8월24일 스티브 잡스가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한 것.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한 달 열흘여 만인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다. 곳곳에서 ‘애플의 위기’를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잡스의 뒤를 이은 팀 쿡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게다가 그해 발표된 아이폰4S는 ‘잡스의 유작’이란 프리미엄까지 얹어지면서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덕분에 애플의 주가는 잡스가 사망한 이후 훨씬 더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지난 해 구글 주가 40% 상승…애플은 소폭 하락

물론 그 사이 부침이 있긴 했다. 한 때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아이패드의 부진 때문이었다. 애플TV를 비롯한 차세대 성장 동력도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은 2014년 말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었다. 아이폰6를 출시하면서 화면 크기를 대폭 키운 것이다. 4인치에 머물러 있던 아이폰을 안드로이드와 같은 크기로 대폭 키운 것.

이 전략은 시장에서 그대로 먹혀들었다. 지난 2014년 12월 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7천450만대로 사상 최대 기록을 수립했다. 그 때가 애플의 최대 전성기였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2015년 2월 들어선 사상 처음으로 시가 총액 7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2월24일 무렵엔 시가 총액이 7천650억 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위 업체 엑손 모빌의 두배를 웃돌았다. 당시 엑손 모빌 시가총액은 3천740억달러였다.그 때부터 3개월 여 동안 애플 시가 총액은 8천억 달러 조금 밑도는 수준에서 형성됐다.

그 무렵부터 서서히 애플의 성장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텃밭인 스마트폰 시장이 고속 성장 시대를 끝내면서 ‘아이폰 이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애플의 고공행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 메시지였다.

이 같은 경고는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해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주가가 40% 이상 뛰어오를 동안 애플 주가는 오히려 소폭 하락했다.

아이폰 올인한 애플, 포트폴리오 다양한 구글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애플에 비해선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 편이다. 검색, 안드로이드, 크롬 등 기존 핵심 사업이 비교적 고르게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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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 아니다. 최근 프로바둑 기사를 꺾는데 성공한 머신러닝 분야를 비롯해 로봇, 무인차 등 미래 성장 분야도 차근차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모바일과 동영상 쪽에도 탄탄한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10년 전 인수했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새로운 매출원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결국 알파벳은 이날 예상을 웃도는 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길고도 지리했던’ 애플 추격전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