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세기의 대결 앞둔 구글 인공지능의 출사표

인터넷입력 :2016/01/29 14:28    수정: 2016/01/29 15:10

황치규 기자

"도전을 받아준 이세돌 9단에게 고맙다. 그는 전설이고 세계 정상이다.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와 벌일 대국에 벌써 흥분된다. 우리에게는 궁극의 도전이 될 것이다."

28일 구글이 인공지능 시스템 '알파고'를 앞세워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는 소식이 바둑계와 IT업계에서 모두 큰 반향을 불일으켰다. 유럽 바둑 챔피언과 5번 붙어 모두 이긴 알파고가 이세돌 9단까지 격파할지를 놓고 SNS 등에서도 설왕설래가 오갔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오는 3월 중순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구글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통해 그동안 쌓아올린 인공지능 역량에 대한 흥행파워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바둑을 접수하기 위한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라이벌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도 상징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구글의 알파고 프고젝트는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과학잡지 네이처에도 소개됐다.

과연 알파고는 이세돌 9단까지 꺾고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의 영역에 들어왔음을 과시할 것인가?

28일 저녁 구글코리아는 국내 기자들을 초청해 '알파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업 조직인 딥바인드 조직인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 데이비드 실버 리서치 과학자와의 화상 간담회를 열었다.

하사바스와 실버

간담회에서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바둑은 인공지능 연구 분야에서 굉장한 도전을 요구하는 영역이었다"면서 "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 대국은 이제 일반적인 학습 알고리즘을 갖고 인공지능이 바둑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사진=한국기원)

이세돌 9단은 지난 10년간 TV바둑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통산 네번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가장 강력한 바둑 기사로 손꼽힌다. 유럽 챔피언을 꺾은 알파고가 이세돌까지 뛰어넘는다면 인공지능이 갖는 사회적인 존재감은 수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회는 컴퓨터 인공지능이 프로기사에서 오선으로 도전 첫 케이스이며 그런 뜻깊은 대국을 하게되어 기쁘게 생각한다. 결과에 상관없이 바둑계 역사에 의미있는 대결이 될 것이다. 구글 딥바인드 인공지능 실력이 이미 상당하며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도전자 알파고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는 인공지능 세계에서 유명한 다른 바둑 프로그램들과 총 500회 대국을 벌였고 499회 승리했다. 심오한 바둑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3천만가지에 달하는 수를 놓고 훈련했다. 기사들이 사용한 수를 계속 훈련에 활용하면서 스스로 전략을 발굴하고 학습해 나갔다.

이것은 알파고가 머신러닝 기술에 기반하기에 가능했다. 머신러닝은 인공 지능의 한 분야로 컴퓨터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사람처럼 어떤 대상 혹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컴퓨터가 사용자를 이해한다면 이전에 할 수 없었던 방식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게 업계 설명이다.

바둑은 그동안 인공지능 전문가들에게 엄청난 진입장벽이었다. 모든 가능한 위치에서 탐색 트리(Search tree)를 구성하는 전통적인 인공지능은 바둑에서 만큼은 먹혀들지 않았다. 이에 딥마인드는 다른 전술을 들고 나왔다. 고급 트리 검색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한 것. 심층 신경망은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으로 이뤄진다. 정책망은 부르는 다음번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고 가치망은 승자를 예측한다.

알파고는 내부 신경망들끼리도 서로 수천만회에 달하는 대국을 벌였다.알파고는 실전 테스트에서 나온 결과물을 갖고 강화학습이라는 시행착오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학습한다. 하사비스 CEO는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컴퓨팅 능력이 필요해기 때문에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폭넓게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파고가 프로바둑 기사를 꺾은 것은 1997년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가 체스왕을 누른 것이나 IBM 왓슨이 제퍼디 퀴즈쇼에서 우승한 것과는 급이 다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딥블루가 체스왕을 이길 때는 모든 경우의 수가 투입됐다. 체스 거장들이 필요 정보들을 미리 입력하고 나서 대국에 임했다. 왓슨이 2011년 제퍼디에서 우승할 때는 특별한 사례들을 DB화해 질문이 나왔을 때 특정 주제에 맞는 답을 검색해 찾아주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런 방법으로는 바둑이라는 고차원 게임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이 하사비스 CEO의 설명이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의 바둑 습관은 따로 분석하지 않는다. 특정 사례를 입력하지 않고 수많은 연습 게임과 강화학습을 통해 진화해 나가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종종 파격적인 전술로 상대방을 공략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소프트웨정책연구소는 알파고 관련 분석 보고서를 통해 "상대가 컴퓨터 프로그램임을 고려한다면 그동안 다른 사람이 잘 사용하지 않았던 전략과 전술로 상대하는 것이 승산을 높이는 것이 아닐까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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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딥마인드는 알파고에 사용된 방법들은 범용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만큼 언젠가 기후 모델링, 복합성 질환 분석 등 오늘날 사회에서 어렵고 골치 아픈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쓰이는 것도 기대할만 하다는 것이다.

하사비스 CEO는 "바둑을 마스터함으로써 인공지능의 큰 도전과제중 하나를 해결하게 돼 매우 감격스럽다"면서 "알파고가 거둔 성과가 의미가 큰 이유는 바둑 규칙을 하나하나 직접 입력해 개발된 전문가 시스템이 아니라 일반적인 머신러닝 기술을 사용해 스스로 바둑에서 이기는 법을 파악했다는 것"이라며 "게임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시험해볼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지만 구글은 궁극적으로 이 기술들을 중요한 현실 세계의 문제에 적용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