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TV로 뜬 그래텍, O2O 사업에 뛰어든 이유

권욱일 상무 "생활 밀착형 서비스 집중"

인터넷입력 :2016/01/20 15:43

그래텍하면 떠오르는 건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 '곰플레이어' 동영상 포털 ‘곰TV’다. 그래텍보다는 곰플레이어와 곰TV가 훨씬 강력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래텍은 2013년부터 100% 자회사인 곰eXP를 통해 e스포츠를 사업도 뛰어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곰eXP 스튜디오를 아프리카TV에 넘겼다. 생활 밀착형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곰eXP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 시장 데뷔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첫번째 프로젝트로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서비스 ‘팻스테이’ 앱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그래텍과 곰eXP 경영지원본부 총괄을 맞고 있는 권욱일 상무를 만나 공격적으로 밀고 있는 생활밀착형 서비스 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들었다.

권 상무는 “곰eXP는 그래텍이 보유한 개발력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개념의 회사”라고 소개했다.

“지금은 의장으로 있는 배인식 대표 시절 때부터 그래텍은 ‘소프트웨어 장인정신’을 추구했습니다.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것이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곰플레이어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를 개발해왔죠. 그런데 어느 순간 한계가 왔습니다. 개발회사니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고요. 답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곰플레이어를 만들때와 같은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사실 곰플레이어도 개발자가 동영상을 볼 때 불편해서 만든 서비스입니다. 그때 처럼 지금 실생활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어떻겠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텍 권욱일 상무

하고 싶은 것,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필요한 것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지난해 8월 곰eXP 스튜디오를 아프리카 TV에 매각하면서 남은 직원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텍이 아닌 곰eXP에서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그래텍이라는 개발회사 브렌드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권 상무에 따르면 내부 아이디어 공모에서 상위권으로 뽑힌 것이 커플앱 ‘퍼플’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펫시터(강아지 돌보미)를 연결해주는 모바일 앱 ‘펫스테이’였다. 펫시터를 연결해 주는 모바일 앱은 드물어, 펫스테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물었다.

“연간 유기견만 10만마리 정도 됩니다. 특히 여름 등 휴가철에 버림받는 반려동물이 많다고 해요. 맡길 때가 없어서 버려진 경우도 있죠.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는 직원이 아이디어를 냈어요. 그동안 여행을 가고 싶어도 맡길 곳이 없어서 못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불편함을 해소시켜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죠”

짧은 기간 반려동물을 맡길 곳은 동물병원이나 애견 호텔 정도. 동물병원에서는 좁은 케이지에 가둬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애견호텔은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주인들이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곳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관련 까페나 웹사이트는 있지만 아직 모바일앱으로는 활성화 되지 않았다. 회사측은 개발회사답게 펫시터 선택부터 결제까지 쉽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앱을 구축했다. 반려동물 주인인 파파, 마마들이 불안하지 않게 보험도 들 예정이고, 펫시터들에게 교육도 철저히 진행할 계획이다.

앱 펫스테이 아이콘

곰eXP가 펫스테이에서 강조하는 키워드는 세 가지다. ‘끊어진 목줄’, ‘휴가철’, ‘미안함’이다.

“끊어진 목줄은 유기동물을 의미합니다.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휴가철에 반려동물이 유기가 많이 되잖아요? 이 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미안함이란, 주인이 반려동물을 동물병원 케이지에 맡길 때 느끼는 감정을 덜어주자는 의미가 있어요. 곰eXP는 궁극적으로는 펫스테이를 통해 유기 동물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매출의 일정 부분은 유기동물을 위한 일에 쓸거고요.”

권 상무는 펫스테이를 반려동물 분야에서 에어비앤비 같은 서비스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주인과 짧은 기간 돌봐주는 펫시터를 이어주는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곰eXP는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와 협력해 펫시터를 확보하고, 전문 교육도 제공한다. 펫시터모집 1차는 마감됐다. 회사측은 1월 마지막 주에 100명 가량을 대상으로 펫시터 양성 교육를 진행할 계획이다.

펫스테이 앱은 지역 기반으로 운영된다. 사용자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에 있는 시터 사진이 뜨고, 사진을 누르면 사용자는 관련 자격증이나 가격, 옵션 등 소개를 볼 수 있다. 권 상무는 펫시터를 하나의 직종으로 키워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통해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어르신들이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곰eXP는 서비스 초반에는 여러 기업과 협력해 시터들에게 사료도 지급할 예정이다. 펫스테이 앱 안에 맡긴 사람과 펫시터가 채팅할 수 있는 기능도 투입했다. 또 정해진 시간마다 사진을 보내게 해 그들이 불안하지 않게 할 예정이다.

펫스테이는 올해 설 연휴 전에 선보일 예정이다. 권 상무는 "처음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지만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잘되면 물고기나 이구아나 등 다른 반려동물도 돌봐줄 수 있는 서비스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