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우회접속 차단…득일까, 독일까

미국 외 이용자에 '동등 콘텐츠 제공'이 더 시급

홈&모바일입력 :2016/01/18 14:48    수정: 2016/01/18 15:5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 세계 130개국에 동시에 문호를 개방한 넷플릭스가 이번엔 방어막을 치고 나섰다. 프록시 서버나 가상사설망(VPN) 같은 우회로를 통해 다른 나라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각) 지역에 따른 콘텐츠 라이선스 계약을 존중해 ‘우회 접속’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VPN 차단 정책이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글로벌 확장 전략에도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문화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 역시 16일 ‘VPN 차단 정책’은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와이어드는 이 정책이 넷플릭스 자신에게도 독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꼬집었다.

리드 헤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씨넷)

■ 할리우드 등 저작권자 요구 받아들인듯

넷플릭스가 전 세계 190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긴 하지만 나라마다 볼 수 있는 콘텐츠는 크게 차이가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 지역에 가장 많은 영화나 드라마가 구비돼 있다. 실제로 한국 서비스가 개시된 직후 많은 이용자들은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인기 시리즈물이 빠져 있는 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많은 이용자들이 그 동안 프록시 서버나 VPN을 이용해 미국 등으로 우회 접속해 왔다. 넷플릭스가 이번에 막겠다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물론 넷플릭스가 이렇게 나온 덴 다 이유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사를 비롯한 주요 저작권자들이 우회 접속에 대해 강한 문제제기를 해 온 때문이다.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조만간 VPN 접속 등을 차단하면서 주 파트너인 할리우드 영화사 등에 라이선스 계약 조건을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이 같은 정책이 발표된 직후 미국 이외 지역 가입자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또 그 동안 넷플릭스 우회 접속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업체들은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당수 프록시 서비스업체들은 미국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고 광고하면서 가입자를 유치해 왔다고 와이어드가 전했다.

물론 넷플릭스는 기술적으로는 VPN 등을 이용한 우회 접속을 막을 순 있다. 하지만 명민한 이용자들은 곧바로 다른 우회 경로를 찾아낼 것이라고 와이어드가 전망했다.

■ 최근 해외 이용자 급증…불만 고조될 수도

더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최근 들어 넷플릭스 확장의 일등공신은 해외 지역 가입자들이기 때문이다.

통계전문 사이트 스태티스틱스에 따르면 지난 해 3분기 말 현재 넷플릭스 전체 가입자 수는 6천917만 명이다. 이 중 미국 이외 지역 가입자는 약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추이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지난 해 3분기 신규 가입자 362만 명 중 미국 이외 지역 이용자들이 274만 명이었다. 사실상 최근 넷플릭스 성장의 주동력은 미국 이외 지역 가입자 증가인 셈이다.

지난 해 2분기에도 신규 가입자 330만 명중 미국 내 이용자는 90만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40만 명은 다른 지역 이용자들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바깥 지역 가입자들의 우회 접속을 막을 경우 어떻게 될까? 당연한 얘기지만 미국 바깥 지역 고객들은 같은 돈을 내고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갖게 될 가능성이 많다.

와이어드는 “유럽 지역에서 매달 8유로를 내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것이 8달러하는 미국 서비스와 전혀 다른 것이란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바깥 지역 이용자들이 역시 넷플릭스 자체 제작 콘텐츠를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와 TV 시리즈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길 원할 것이란 얘기다. 해외 지역 이용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보강하지 않는 상황에서 VPN 접속만 차단할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와이어드의 지적이다.

■ 현실적으로 실효 있을 지도 의문

좀 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넷플릭스가 방어막을 치더라도 금방 다른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다는 문제다. 이렇게 들어오는 ‘불법 이용객’들을 차단하기 위해선 엄청난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넷플릭스 입장에선 가장 좋은 해결책은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똑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엔 굳이 VPN을 통해 미국 서비스를 이용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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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넷플릭스가 확보한 영화나 TV 프로그램 상당수는 몇 년 전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놓은 것들이다. 그 무렵엔 해외 시장을 확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용 가능한 지역이 한정돼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넷플릭스는 이용자와 ‘콘텐츠 제공자’의 이해가 상충되는 가운데 최적의 접점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인 셈이다. 문제는 그 해법 중 하나로 내놓은 ‘VPN 접속 차단’이 그다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