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계좌개설, 아직은 만만치 않네...

인터넷입력 :2016/01/11 08:03

손경호 기자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고 원격으로 새로운 계좌를 개설해준다는 것이 기존 은행들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도입하려는 방안은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계좌에서 비대면으로 새로 개설할 계좌에 소액을 이체하는 방법이다. 실제 사용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기존 계좌는 이미 오프라인 지점에서 신분증과 함께 대면확인을 거친 것이기 때문에 이체까지 가능한 사용자라면 그래도 믿을만 하다는 판단이다.

금융결제원은 한국은행, 16개 시중은행, 지방은행들과 함께 생체인증과 기존 계좌를 활용해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오는 하반기부터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현재로서는 은행들이 이미 한번 대면확인을 거친 기존 계좌를 활용하는 방법 외에는 도입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신한은행이 선보인 써니뱅크는 휴대폰 문자 등을 통한 본인실명확인을 거친 뒤에 해당 앱을 통해 한번이라도 대출을 받아야지만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했다. IBK기업은행은 스마트폰만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새로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했지만 '헬로i-ONE'이라는 별도 앱에서 신분증을 촬영해 제출한 뒤, 스마트폰이 본인명의의 것인지 확인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거래은행 계좌에서 확인전용계좌로 소액을 이체하는 단계를 거쳐 실명확인을 받고 계좌를 개설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이 최근 위비뱅크에 적용한 위비모바일통장 신규개설 역시 기존 계좌 확인 및 이체에 더해 공인인증서 및 휴대전화(SMS나 ARS 등), 신분증 촬영 및 전송 절차를 완료하고, 상담원과 전화통화를 마친 뒤에야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는 대출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거나 공인인증서가 없거나 복잡한 절차를 번거로워하는 사용자들을 끌어 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은행들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도 비대면 계좌개설을 도입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기존 계좌를 활용하는 방법 외에는 새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계좌를 활용하는 방식 외에 신분증 스캔, 영상통화, 택배회사 직원을 통한 확인, 생체인증을 포함한 기타 방식 등 이미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활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인증방식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선뜻 먼저 나서서 다른 방식을 쓰겠다는 은행은 없는 실정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금융보안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한번도 계좌를 개설한 적이 없었던 사용자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과 같은 금융사기에서처럼 비대면 계좌개설 역시 어떤 식으로든 범죄자들이 다른 사람을 사칭해 개설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일종의 간접대면 방식인 기존 계좌이체를 활용하는 것 외에 이렇다 할 비대면 본인확인을 통한 계좌개설 방법이 활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은행과 이윤수 과장은 "비대면 본인확인을 통한 계좌개설이 오히려 은행 지점에서 얼굴 한 번 보고 그치는 것보다도 본인확인에 대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으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일반 사용자가 은행 지점에서 본인명의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신분증과 함께 기존에 다른 은행들에 대한 거래기록이 있는지, 본인이 소유하는 것이 맞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 계좌를 활용한 비대면 본인확인은 결국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이러한 절차를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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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올해 하반기에 카카오뱅크, K뱅크 등 2개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을 예고하고 있으나 기존 계좌를 활용하는 방법 외에 이런 방식보다 편리하면서 안전한 비대면 본인확인 방식이 등장하지 않는 한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일은 기존 계좌가 있거나 대출을 받을 사람들 밖에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다 정교한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